- ‘실험자 대상 비윤리적 행위’ 논란 불구
- 방관자 효과·권위 앞 무조건적 복종 등
- 인간이 본디 가지고 있는 특성 드러내
- 담긴 메시지 속 ‘나’에 대한 발견 가능
영화 ‘목격자’(감독 조규장)를 보았습니다. 깊은 밤, 대도시의 대단지 아파트 한복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피해자는 살려달라 외쳐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침묵하는 목격자들 속에서 피해자는 결국 죽음에 이릅니다. 영화가 담은 메시지에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무겁고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오래전 읽었던 책 한 권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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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리 밀그램의 끔찍하고 위대한 실험을 영화화 한 ‘밀그램 프로젝트’(2016). |
1964년 3월, 13일의 금요일 밤이었습니다. 미국 뉴욕 한 동네에 살던 캐서린 제노비스는 귀가하던 중 괴한의 습격을 받습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제노비스는 칼에 찔려 죽어가는 동안 도움을 구하지만 불 켜진 집안에서 나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38명의 목격자가 희생자가 30분 동안 비명을 지르는데도 구조는커녕 고함 한 번 지르지 않았다고 보도합니다. 이 기이하고 비도덕적인 사건에 온 나라가 경악합니다. ‘제노비스 신드롬’ 또는 방관자 효과로 유명한 이 사건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게 영화 ‘목격자’입니다.
심리학자 달리와 라타네는 실험을 통해 방관자 효과가 책임감 분산에 의한 결과임을 증명합니다. 책임감 분산이란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은 적어진다는 것입니다. 목격자들이 신고하지 않았던 것은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나 말고 대응할 누군가 있다고 여겨 행동하지 않는 우유부단함 탓이었다는 것입니다. 단 둘이 있을 때 도움받을 확률은 무려 85%이지만, 사람이 많을수록 확률은 30%까지 떨어집니다.
나,만은 그렇지 않고 그것은 그저 전체의 한 단면일 뿐이라 생각하는 여러분에게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의 밀그램 실험-인간의 권위에 대한 복종-을 소개합니다. 1961년 예일대 교수 스탠리 밀그램은 심리학 역사상 가장 끔찍한 실험을 시작합니다. 두 실험자가 각자 다른 방에 들어갑니다. 진짜 실험자가 단어를 말하면 다른 방의 가짜 실험자(연기자)가 듣고 맞추는 간단한 형식입니다. 여기서 밀그램은 진짜 실험자에게 지시합니다. ‘다른 실험자가 틀릴 때마다 전기충격을 15볼트에서 450볼트까지 단계별로 높여 가시오.’
낮은 전기충격에서 큰 거부감 없이 지시를 따르던 실험자들은 단계가 높아지며 전기충격을 받은 다른 실험자의 비명(거짓 연기)을 듣게 되자 밀그램에게 저항합니다. ‘계속하시오. 계속되어야 합니다.’ 밀그램은 단호한 말투로 지시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결과는 놀랍도록 달리-라티네 실험과 비슷합니다. 실험에 참가한 65%의 실험자가 밀그램의 권위에 복종해 최고 단계까지 전압을 올렸습니다. 밀그램은 자신의 비도덕적, 비양심적 행위에 괴로워하는 실험자에게 말합니다. ‘당신은 정상입니다.’ 신뢰할 만한 권위를 대면했을 때 대부분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 해를 입힐 정도로 명령에 복종한다는 것입니다. 밀그램의 실험은 실험자에게 트라우마를 남기는 비윤리적 행위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인간이 권위 앞에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드러내는 위대한 실험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 실험 10장면’입니다. 인간 본성을 밝히는 대담한 심리 실험을 담았습니다. 역자는 말합니다. ‘위대한 심리 실험은 인간과 인간행동의 한 부분을 확대하여 보여준다. 실험의 렌즈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에 관한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한 분께 이 책을 권합니다. 10가지 실험이 남긴 메시지 모두 당신에게 던지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이 될 것입니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