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스물세 살 BIFF(부산국제영화제), 좀 더 넓은 부산공간 끌어안아야

특색있는 영화제 되기위해선 해운대 중심 행사에서 벗어나 태생지였던 원도심 포용·배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9-06 18:52:09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역사적 의미와 지역성 되찾아
- 글로컬축제로 발전시켜 가야

문화는 지역성이다. 인간의 성격이 살아가는 공간과 맺는 관계를 통해서 형성되어 가듯이, 마찬가지로 문화 또한 그것이 생성되어온 지역의 공기와 떨어져서 단독으로 존재할 순 없다. 특히 영화제의 경우가 그러하다.
청풍호반(충주호)에 차린 무대에서 제천국제영화제(JIMFF)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JIMFF는 영화제의 ‘장소성’을 잘 살렸다고 평가된다. JIMFF 홈페이지
영화제의 슬로건, 전 세계의 영화를 아우르며 작품을 선별하는 프로그래밍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영화제에 고유의 색채, 정체성을 만드는 건 영화제가 기반하는 장소, 공간의 성격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영화제를 찾는 이들은 먼저 영화의 관객이지만 아울러 축제의 장이 마련된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영화제는 단순히 영화만이 아니라 장소로서 지역을 경험하고 그곳의 공기를 온몸으로 만끽하는 총체적인 문화적 체험인 셈이다.

그러한 점에서 전주국제영화제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지역성이 영화제의 정체성과 긴밀하게 연결돼 특성화에 성공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전주의 경우 영화의 거리 일대로 영화제 행사 공간을 집중해 행사 진행의 효율성을 꾀하는 한편, 영화제 행사와 홍보에 한옥마을과 같은 지역의 랜드마크, 객리단길과 같은 지역 신규 상권을 활용하는 등 지역사회와의 협력 관계를 지속하며 성장하고 있다. 제천의 경우 청풍호반, 의림지 등 지역의 자연경관을 영화제의 장소로 고수하면서 교통의 불편함이란 악조건이 있음에도, 도리어 이를 감수하고 찾아갈 만한 특색 있는 영화제로서의 이미지를 다졌다.

영화제와 지역사회가 서로 가치를 교환하는 ‘상호교환 가능한 렌즈’(가타리 ‘세 개의 에콜로지’)를 찾는다는 점에서, 영화제는 단지 영화만이 아닌 지역 활성화, 즉 도시 재생의 관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글로컬(Glocal)의 시대라고들 한다. 지구촌(Global)과 지역(Local)의 합성어인 이 말은 흔히 지역에서 출발해 세계로 진출하자는 의미로 쓰이곤 하지만, 뒤집어서 말하면 국제성의 토대를 얻기 위해선 동시에 지역성에 대한 고민과 배려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2005년 열린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때 남포동에서 열린 배우 성룡과 김희선의 야외무대 행사 장면. 국제신문 DB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지역을 기반으로 출발해 세계적 규모의 영화제로 성장한 글로컬의 훌륭한 선구적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영화제의 풍경에서 부산이란 지역 특유의 색채는 차츰 빛이 바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BIFF가 센텀시티와 해운대 일대로 영화제의 장소, 동선을 몰아가는 데는 행사 진행의 효율성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고 감안할 수 있다. 그러나 BIFF는 ‘국제영화제’인 동시에 부산이란 ‘지역-장소’의 영화제이기도 하다. 지금의 영화제는 어쩌면 ‘국제성’의 스펙터클에 치중한 나머지, 영화제 존립의 기반이 되어준 ‘지역성’을 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풍경이 기원을 은폐한다’는 기 드보르 유의 명제를 빌리자면, 갈수록 스펙터클해진 영화제의 물신화된 외관은 도리어 그것의 기원이 축제와 지역 사이의 관련성이라는 사실을 파묻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것이다.

23년의 긴 역사를 통해 BIFF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서 규모가 성장하고 국제적 위상을 공고히 다져왔다. 그러나 정작 영화제의 출발점이자 고향이었던 원도심의 비중은 2011년 영화의전당(해운대구 센텀시티) 개관 이래 뚜렷하게 축소돼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영화제 장소의 다변화, 남포동-해운대 이원화 체제의 복구는 단지 영화제 본연의 장소라는 역사적 의미를 간직하는 데만 의의가 한정되지 않는다.

낡고 허름해진 원도심의 공간 또한 장소성을 품은 지역의 일부이자 문화적 콘텐츠임을 잊어선 안 된다. BIFF는 좀 더 넓고 풍부한 부산의 공간-이미지들을 끌어안고 포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지역사회에 대한 영화제의 공공적 기여, 영화제 브랜드의 특성화 가치를 제고하는 차원에서라도 절실히 필요한 사안이다.

마블사의 영화 ‘블랙 팬서’(2017)에서 광안리 시퀀스가 보여주듯이 부산의 지리적 스펙트럼은 넓고 다양하다. 개항 이래 산업화의 흔적을 간직한 원도심의 고색창연한 근대적 공간부터 첨단을 달리는 센텀시티, 해운대 일대의 현란함이 한데 포개져 혼재하는 복합적 정체성의 도시이다.

적잖이 부담 되겠지만 부산의 지리적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더 넓고 다변화한 동선을 기획할 수 있다면, 영화제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도시의 양태를 바꾸는 총체적 기예가 될 것이라 상상해본다. 곧 다가올 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이 점을 기대한다.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온 도시가 혼연일체가 되어 들뜨는 글로컬(Global + Local)의 축제로서.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7. 7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10. 10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9. 9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10. 10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6. 6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7. 7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8. 8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8. 8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5일 (음 9월 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