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26> 이해의 등급

스스로의 벽 먼저 허물어야 이해의 마당 넓힐 수 있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9-07 18:49:26
  •  |   본지 1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빈부 갈등, 세대 갈등, 남녀 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원래 모든 갈등의 핵심은 자기 집착에 있고, 그것을 풀어야 할 더 큰 책임은 강자에게 지워져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의 갈등은 양보나 이해 정도로 해결될 수 있는 단순한 차원은 아닌 것 같다. 직접 그 입장이 되어보는 철저한 역지사지의 입장전환이 없다면 이 갈등들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큰 장애로 남을 것임이 틀림없다.

   
거문고를 배우며 상대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 도달했던 공자. 국제신문 DB
불교적 관점을 적용하자면 이해는 그 수준에 따라 피상적 이해, 심층적 이해, 동체대비적 이해로 등급을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입장에서 시비선악을 판정하는 것은 피상적 이해다. 이 경우, 이해하면 할수록 대상을 소외시키고 물화시키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비해 자아의 선입견을 내려놓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심층적 이해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과연 객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공정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객관은 주관적 집착의 교묘한 위장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동체대비적 이해는 나와 대상의 경계를 허무는 일로 이루어진다. 나와 대상의 분별을 내려놓고 본래의 한마음으로 돌아가 한 물결로 출렁거리는 것이다. 이해하는 주체와 대상이 모두 사라지고 오직 함께하는 출렁거림만 충만한 이것을 진정한 이해라 할 만하다. 불교가 아니라 해도 진정한 이해는 이럴 수밖에 없다.

옛날 공자가 사양(師襄)에게서 거문고를 배웠는데 열흘이 지나도 새로운 곡을 배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양이 말했다. “진도를 나가도 되겠습니다.” 공자가 말하였다. “제가 그 곡조를 익히기는 했지만 박자의 묘미를 얻지 못했습니다.” 얼마가 지나 사양이 다시 말했다. “이제 그 박자의 묘미를 알았으니 진도를 나가도 되겠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제가 아직 그것에 담긴 뜻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얼마 지나 이렇게 말했다. “이미 그 뜻을 깨달았으니 진도를 나가도 되겠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제가 아직 그 사람됨을 알지 못했습니다.”

얼마가 지나고 나서 공자가 말하였다. “마치 조용히 생각하는 듯, 느긋하게 높은 곳에서 조망하며 원대한 뜻이 있는 듯합니다. 제가 그 사람됨을 알고 보니 얼굴이 검고, 키가 크며, 눈길은 먼 곳을 향하고 있는 것이 마치 왕이 사방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문왕(周文王)이 아니고 누가 이와 같을 수 있겠습니까?” 사양이 자리를 피해 두 번 절하고 말하였다. “저의 스승님께서 이 곡의 이름이 ‘문왕의 노래(文王操)’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공자는 자아의 울타리를 허물고 주문왕과 하나로 만나는 진정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었다. 원리가 그렇다. 운동이 그렇고, 음악이 그렇고, 자연과 관계가 그렇다. 하물며 하늘과 땅 사이 가장 고귀한 인간 상호간의 관계에 있어서이겠는가?

   
부처님은 보살행을 닦던 시기 진흙탕에 자기 머리칼을 덮어 연등불이 지나가게 하였다. 팔다리를 자르는 가리왕의 칼날을 봄바람처럼 대접하였다. 자아를 내려놓음으로써 본래의 부처와 한 몸으로 만나는 완전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었다. 사회관계라 해서 다를 게 없다. 사회적 혜택을 가장 많이 입는 이들부터 스스로의 벽을 허물어 이해의 마당을 넓히는 그런 고상한 사회가 되도록 불교도들이 앞장설 수도 있지 않을까?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3. 3[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5. 5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6. 6[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7. 7트럼프 “韓 알래스카 안 해도 괜찮다…더 청구하면 돼”
  8. 8"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9. 9[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10. 10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3. 3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4. 4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5. 5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2. 2"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3. 3[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4. 4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5. 5예가람저축은행 해킹 피해로 고객 4만명 정보 유출
  6. 6현대캐피탈도 해킹 피해…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개인정보 유출
  7. 7당국, '해킹사고' 확산에 내일 금융업권 긴급소집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10. 10"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3. 3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4. 4[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5. 5“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6. 6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7. 7“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8. 8“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9. 9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10. 10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 1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2. 2[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3. 3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4. 4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5. 5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6. 6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7. 7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8. 8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9. 9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10. 10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