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독일 냉전 다룬 작품부터
- 공상과학으로 표현한 미래까지
- 인류가 겪는 분리의 불편함 다뤄
- 북한 주제 다채로운 전시도 눈길
- “주제에 대한 집중도 높다” 호평
- 불편한 전시 동선은 아쉬움 남아
2018 부산비엔날레 개막(국제신문 지난 8일 자 2면 보도) 첫날인 8일 오후 부산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 1층 전시실에 들어서기는 간단치 않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현대미술관 전시를 1층, 2층, 지하 순으로 보길 권했다.) 공항 출·입국장에서 볼 수 있는 검은 색 바리케이드가 앞을 막아선다. 에바 그루빙어 작가의 ‘군중’이라는 작품이다. 모든 관객은 본래 거리의 몇 배를 더 걷고, 나오는 관객과 부딪히는 불편을 겪고서야 전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 작가는 공간 분할을 통해 마치 물류를 관리하듯 사람을 경제적·정치적으로 구조화하는 과정을 예술적 경험으로 재편성했다.
| |  |
| 지난 9일 부산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에 마련된 2018 부산비엔날레 전시에서 천민정 작가의 ‘초코파이 함께 먹어요’ 설치작품이 관람객들에게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올해 부산비엔날레의 주제는 ‘비록 떨어져 있어도(Divided We Stand)’이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영토·민족의 분열과 심리적·정치적 분리를 다뤘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신냉전이 도래한 듯한 현재의 이야기를, 또 다른 전시장인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중구 대청동)에서는 분리·분열의 미래를 공상과학을 통해 표현한다.
1층 전시장은 저명한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의 1991년 영상작품 ‘유로파’를 중심으로 좌, 우로 공간이 나뉘었다. 우측 공간에서는 단연 임민욱 작가의 거대한 설치작품 ‘만일(萬一)의 약속’이 눈길을 잡는다. 1983년, 453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프로그램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모티브로 삼았다. 임 작가는 “냉전의 칼날 아래 숨죽이며 살던 수많은 이산가족에 의해 국영방송이 점령당한 상황을 목격하며 받은 충격을 작품에 풀었다”고 설명했다. 통일을 이룬 독일의 작가 헨리케 나우만의 작품을 본다면 통일된 미래도 녹록지 않다. 동독에서 자란 그는 독일 가정집을 재현했다. 장벽을 사이에 두고 한쪽엔 동독, 한쪽엔 서독 가정이 재현됐다. 카펫은 분리를 상징하는 회색이다.
지하 전시장에는 북한 관련 작품이 많다. 최원준 작가의 설치·영상 ‘나의 리상국’은 아프리카 적도기니 초대 대통령의 딸로, 쿠데타를 피해 평양에서 16년간 망명 생활을 한 모니카 마시아스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든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다. 천민정 작가의 ‘초코파이 함께 먹어요’는 초코파이 5만 개를 둥글게 쌓아 올린 설치작품이다. 오리온사가 작품을 위해 초코파이 10만 개를 지원했다. 관객은 이곳에서만큼은 전시장의 ‘금기’를 깨고 초코파이를 직접 집어 들어 먹을 수 있다. 천 작가는 “초코파이는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한 상품이라 남북 소통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통일과 단일성을 상징하기 위해 초코파이를 둥글게 쌓았다”고 했다.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전시장은 1층이 전시장으로 쓰인 적은 한 두 번 있지만, 2~4층이 개방된 건 처음이다. 건물의 모든 층은 사무실로 쓰이던 옛 모습을 그대로 남긴 채 전시장으로 변모했다. 4층 맨 끝 작품, 필 콜린스의 ‘딜리트 비치’를 놓치지 말기를 권한다. 버려진 기름통, 타이어, 해수욕장 시설, 모래로 가득 채워진 공간에서 어두운 미래를 담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 인류의 마지막을 4D 영화처럼 체험할 수 있다.
현장을 다녀간 전문가들은 대체로 “주제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고 평했다. 부산비엔날레는 올해 직전 행사보다 초청 작가를 절반(34개국 66명(팀)의 125점)으로 줄였다. 하루 먼저 개막한 광주비엔날레(43개국 165명 작가 300여 점)와 대비되면서 높은 집중력이 부각돼 반사 이익을 누리는 측면이 있다. 반면, “단조롭다”는 평도 있었다. 최대 단점으로는 ‘전시 동선’이 꼽혔다. 한 큐레이터는 “작품이 분리되지 않고 한 곳에 모두 놓여 메시지가 섞이고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감독이 제시하는 전시 동선을 따라 작품을 하나씩 감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전시감독이 전시공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