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작품 놓인 로비 방치하고
- 직원 2명 연장근무까지 시켜
- 김선희 관장 “미술관 개방 차원”
부산시립미술관이 조례를 어기고 특정 아트페어 VIP 고객을 위한 고액 미술강좌에 ‘특혜 대관’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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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1층 로비. 안내데스크 뒤쪽으로 보이는 문이 문제의 ‘소회의실’이다. 현재 로비 천장에 백남준, 입구에 타다시 카와마타 작품이 설치돼 있다. |
부산시립미술관(부산 해운대구)과 사단법인 아트부산은 지난 5일, 6일 오후 6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시립미술관 1층 소회의실에서 아트부산 주최 미술강좌가 개최됐다고 10일 밝혔다. ㈔아트부산은 매년 상반기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아트페어 ‘아트부산’을 여는 민간단체다. 아트부산은 올해로 3년째 자신들의 ‘스페셜 VIP’를 대상으로 미술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9월 시작해 다음 해 6월까지 10개월간 월 1회 강좌가 열린다. 아트부산에 따르면 올해는 강좌가 두 개 운영된다. 수강생은 강좌당 각각 36명, 38명이다. 강의료는 연간 110만 원이다.
아트부산이 앞서 두 번과 달리 올해 시립미술관에서 강좌를 개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부산시립미술관 및 부산현대미술관 운영 조례’에 따르면 시립미술관이 외부단체에 대관할 수 있는 공간은 ‘전시실’과 지하 1층 ‘강당’뿐이다. 대관 시간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정해져있다. 특별한 사유가 있어 대관 시간을 연장하려면 시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조례에 명시돼 있다.
아트부산은 지난달 31일, 시립미술관 지하 1층 강당을 9월 5일, 6일 이틀간 오후 5~6시, 1시간 동안 대관하겠다고 신청하고 이틀 치에 해당하는 대관료와 냉·난방비 20만1780원을 납부했다. 그러나 실제 미술강좌는 강당에서 열리지 않았다. 미술강좌는 시립미술관 1층 안내데스크 옆, 학예연구실·관장실 등 사무실로 진입하는 통로에 있는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소회의실은 평소 접견실이나 직원 회의실로 쓰는 공간이다. 조례상 외부에 대관할 수 없고, 그동안 대관된 적도 없다.
시립미술관 측도 이 조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트부산은 한 달 전부터 소회의실 대관을 문의했지만, 미술관 행정부서에서 조례를 들어 대관이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그러자 김선희 부산시립미술관장이 나서 아트부산에 편의를 봐줬다. 처음에는 대관료를 받는 규정이 없어 무료로 미술관 시설물을 빌려주려 했다. 이 일로 부산 미술계에 ‘특혜 대관’ 논란이 퍼지고,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달 31일 김 관장은 “아트부산이 강좌를 소회의실이 아닌 강당에서 오후 6시 전에 열기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관 신청과 달리 운영하는 ‘꼼수’를 동원했다.
김 관장은 “미술관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개방해 누구나 자주, 편하게 드나드는 장소로 만들겠다는 방침에서 결정했지 아트부산에 특혜를 주겠다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소회의실이 있는 로비에는 현재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쿠사마 야요이, 백남준, 타다시 카와마타의 대형 조각품이 있다. 대부분 직원이 퇴근하고 청원경찰 한 사람이 지키는 폐관 이후에 중요 작품이 놓인 로비 공간을 다른 외부 단체가 쓰도록 개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트부산 강좌로 시설담당 직원 두 명이 연장근무를 했는데, 이런 ‘특별한’ 지원이 다른 단체에 적용되기도 힘들어 보인다. 무엇보다 소회의실은 조례상 대관 대상이 아니다.
이에 대해 손영희 아트부산 대표는 “시간과 장소를 변경해 강당에서 진행하려 했으나 도무지 여건이 맞지 않아 부득이 소회의실에서 하게 됐다. 미술관과 미술관 카페를 활성화하려는 관장님의 의지에 힘이 돼 드리려 미술관에서 진행한 것이지 특혜를 받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