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세기 세계 과학 선도한 조선
- 비결은 창조적 리더 세종의 등장
- 경영학자가 치열하게 실록 연구
- 특별한 5가지 습관 상세히 분석
모처럼 책에서 강렬한 ‘인트로(도입부)’를 만났다. “C4, J0, K21, O19라는 기호를 들어본 적 있는가? 1983년 일본의 이토 준타로 교수 등이 전 세계의 과학적 성과물을 ‘과학사기술사사전’에 시대별로 정리해 수록했다. 오늘날의 인터넷이나 생명공학 또는 드론 같은 기술들을 연대별로 정리한 것이다.” (19쪽) C4, J0, K21, O19는 바로 이 ‘과학사기술사사전’에서 15세기 초엽부터 중엽까지 국가별 과학적 성과를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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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소장한 ‘집현전 학사도’. 집현전은 세종이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펼친 장이었다. 국제신문 DB |
C4의 C는 China(중국)로 명나라를 뜻한다. 당시 중국이 세계적으로 눈여겨볼 만한 과학적 성취를 4건 이뤘다는 뜻이다. J는 Japan(일본)으로 0건이다. K는 Korea(한국)로 당시 조선에서 세계적으로 눈여겨볼 만한 성취가 21건 나왔다는 뜻이다. O는 영국 프랑스 등 유럽과 중동 국가를 포함한 Others(기타)로 합쳐서 19건이다. 이 책에 따르면, 유럽과 중동의 성과를 모아도 조선보다 2건 적고, 중국은 조선보다 한참 뒤에 있다. 일본은 안 보인다.
‘세종에게 창조습관을 묻다’의 저자 광운대 이홍(경영대) 교수는 설명을 이어간다. “이 기호는 무엇을 의미할까? 15세기 초엽부터 중엽까지 전 세계의 과학기술을 이끈 최첨단 국가가 바로 조선이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마무리한다. “정확히 세종이 재위하던 동안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20쪽)
저자 이홍 교수는 한국인사조직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지식경영학회장 등을 지낸 경영학자다. 그는 한국이 살길은 창조력에 있으며, 그 길을 개척하려면 창조습관이라는 영역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제시한다. 그러면서 역사학자 못지않은 치열한 태도로 ‘세종실록’을 연구해 조선 4대 임금 세종을 ‘창조습관’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 결론은? 세종은 숱하게 많았던, 위대한 창조적 리더(그리고 창조적 개인) 가운데서도 매우 특별한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인재, 경영, 창조력 등 ‘현실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경영학자로서 저자의 분석은 흥미로운 대목을 여럿 품었다. 저자가 판단하기에 “조선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진짜 천재들은 선조 시대에 모여 있었다.”(26쪽) 이황 이이 유성룡 이순신 이항복 허준 권율 한석봉 등이다. 물론, 세종대에도 기라성 같은 천재가 많았다. 황희 장영실 김종서 박연 이순지 이천 성삼문 신숙주 박팽년 등이다. 그런데 두 그룹에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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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은 부산 동래구 장영실과학동산에 있는 일성정시의 복원 모형이며 오른쪽은 물시계 자격루이다. 모두 세종 때 장영실이 만들었다. |
선조 때 천재들은 선조에게서 도움을 못 받았다. 국가적 지원과 상관없이 스스로 천재성을 발휘했다. 그리고 이토록 천재가 많았음에도 국가는 초라했다.
반면, 세종 때 천재는 모두 세종이 발굴하고, 후원하고, 육성했다. 세종 당시 조선은 세계 판도에서 봐도 매우 융성한 나라였고 강국이었다. 세종은 그 자신도 지극히 창의적이고 천재적이었으면서 동시에 천재급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 이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판을 깔아준 창조적 리더이기까지 했다. 진시황도, 나폴레옹도, 스티브 잡스도 가지 못한 경지다.
저자는 그 비결을 ▷창조적 요동 ▷창조적 지향성 ▷창조적 에너지 ▷창조적 개방성 ▷창조적 흡수역량이라는 다섯 가지 창조습관을 통해 상세히 짚으며 인문적 깊이를 갖춘 명쾌한 필치로 설명한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