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몬태나대학에서 벌어진 강간사건 통해
- 사회적 시선과 법 시스템 문제점 고발
- 피해자의 침묵 악용하는 이들 막으려면
- 편견 거두고 좀 더 중립적 자세 가져야
미투 운동과 함께 부각된 사건이 있습니다.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를 하던 29살 여대학원생이 3개월간 12명의 관계자들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상습적으로 당한 후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 자살합니다. 생전에 피해자는 가해자들을 고소하지만 경찰과 검찰의 비합리적, 비인격적 수사와 가해자들의 협박으로 더 큰 고통을 받습니다. 결국 사건은 원고 패소로 종결되었으며 가해자들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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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판결에 반대하는 집회. 국제신문DB |
최근 전 도지사의 수행 비서 성폭행 사건이 1심에서 무죄로 판결되며 합의와 강간의 진실 공방은 2심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이 두 사건에 대해 일부의 사람들은 말합니다. 죽도록 반항하지 그랬어. 왜 소리 지르지 않았지.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2차 피해로 이어집니다. 성폭행 피해자의 약 80%가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지, 우리는 피해자들을 과연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몬태나대학교 성폭행 사건과 사법 시스템에 대한 르포르타주’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강간이 어떻게 합리화되는지에 대한 고찰을 담았니다. 미줄라는 미국 몬태나주에 있는 도시로 몬태나대학이 이곳에 위치합니다. 저자는 대학 내에서 일어난 강간 사건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법적 시스템의 문제점을 제기합니다. ‘강간 사건의 대부분이 안면이 있는 인물이 저지른다. 지인에 의한 공격은 모르는 사람에 의한 공격과 동일한 피해를 입힌다. 피해자가 즉시 도망치지 않았다는 사실, 또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는 사실, 어느 것도 반드시 그것이 합의에 의한 행위였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성폭행 사건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강간 당시의 충격을 재경험하는 피해자들을 배려하지 않습니다. 보조 출연자 성폭행 사건에서도 피해자를 가해자들과 대질심문 함으로써 피해자를 극도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내몰았습니다.
미줄라경찰청은 경찰이 피해자에 대해 완고한 선입견과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수사했음을 시인하며 2012년 ‘성폭행 사건 수사는 피해자의 주장을 믿는 데서 출발한다’는 새 정책을 도입합니다. 증거 불층분, 확증 부족이란 이유로 피해자를 무고죄 의심자로 보지 않겠단 의지가 느껴집니다. 법정에서 성폭행을 고발한 많은 피해자가 가해자들에게 대한 처벌과 함께 바란 것은 재범 방지입니다. 다른 여성이 같은 가해자에게 당할 수 있는 제2, 제3의 피해를 막기 바란다고 이 책의 많은 피해자는 말합니다. 미줄라에서는 피해자들이 피해를 입는 즉시 달려가는 곳이 있습니다. 바람직한 제도로 여겨져 소개합니다. 미국은 2005년부터 여성폭력대책법의 하나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강간키트’ 제도를 통해 피해자들이 증거수집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대응 기관인 퍼스트스텝에서 정액, 혈액, 타액, 모발 섬유 등의 증거를 채취하고 일정 기간 보존하여 후에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게 합니다. 증거 불충분으로 인해 피해자가 재판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한국에도 비슷한 국가 정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말합니다. ‘강간범들은 피해자의 침묵을 이용해 책임에서 벗어난다. 침묵을 깨는 피해자들이 늘어날수록 그들의 힘도 커진다. 이 집단적 강인함이 너무 두려워 아직 자기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피해자에게도 힘을 준다’. 성폭력은 성을 매개로 상대의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모든 가해 행위를 뜻합니다. 은밀하고 사적인 범죄이기에 유독 극심한 논란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이 좀더 중립적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