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부산국제영화제의 산실인 중구 남포동에서 제23회 BIFF 전야제가 열렸다. 1000여 명의 시민이 BIFF 광장과 남포동 일대를 가득 메운 모습을 보니 1990년대 BIFF의 초창기가 떠오르며 추억이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지금은 볼 수 없는 BIFF 초창기의 모습은 어떤 것이 있을까 되새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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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부산 중구 남포동 BIFF광장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당시 남포동에는 부산극장, 대영극장, 부영극장 등이 있었는데, 서로 마주 보고 있던 이 극장들은 부산을 대표하는 극장가다운 풍모를 느끼게 했다. 또 BIFF가 열리는 주말이면 남포동은 전국에서 온 영화팬과 나들이 나온 부산 시민이 한데 어우러지며 북적거렸다. 특히 BIFF 광장에서 유명 배우의 무대인사가 있는 시간이면 거리는 앞뒤 사람에 밀려서 겨우 움직일 만큼 인파로 가득했다. 건물 2층에서 거리를 보면 물밀 듯 사람들이 오간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실감했다. 당시에 대해 많은 배우들은 “무대에 올라가기 힘들 정도로 관객들로 가득했다. 그 자리에 있으면 ‘내가 배우구나’라는 자각을 하게 되면서 배우로서 자긍심이 생겼다”고 말한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은 부산 중구 코모도호텔이다. 한국의 미를 살린 지붕이 인상적이고, 부산항을 볼 수 있는 멋진 뷰가 자랑인 코모도호텔은 당시 영화제의 주요 행사가 진행되는 메인 호텔이었다. 로비로 들어가는 회전문에서 많은 영화인과 만났으며, 객실 화장실이 멋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화보를 화장실에서 촬영했던 에피소드도 있다.
초창기 BIFF를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해운대 포장마차다. 지금은 해변가 뒤편에 포장마차촌을 이루고 있지만, 당시에는 해변가를 따라 포장마차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영화인과 감독, 배우들은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하며 영화 이야기로 밤을 새웠다. 그래서 미포에서 오후 6시에 출발해 웨스틴조선호텔이 있는 해변가 끝자락까지 오면 새벽 6시가 된다는 말도 있었는데, 포장마차마다 영화인들이 있어 술 한 잔 건네다 보면 하룻밤이 금방 간다는 뜻이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열리던 개·폐막식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전당이 세워지기 전에는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무대와 스크린을 설치해 개·폐막식 및 개·폐막작 상영을 했는데, 2007년에는 빗줄기 속에서 우비를 입고 개막식에 참석했던 것도 이젠 다시 맛보기 힘든 추억이 됐다. 그리고 과거 BIFF의 모습 중 지금 가장 그리운 것은 전국의 영화팬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이 가졌던 BIFF에 대한 관심이다. 그때 BIFF 개막식은 9시 뉴스의 메인일 정도로 전 국민의 관심사였고, 부산에 시선이 주목됐다.
올해가 새로운 BIFF 20년의 진정한 시작점일지 모른다. 2014년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벌어진 논란으로 무려 3년 넘게 진통을 겪었던 BIFF는 올해를 ‘정상화 원년(元年)’으로 선언하고 4일 힘차게 출발했다. 앞으로 BIFF가 만들어줄 새로운 추억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