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대체로 물건을 탐한다. 재력이 넘쳐나서 탐하는 물건을 모두 사들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갈등과 선택의 시간을 숙명처럼 맞이하게 된다. 사도 될까, 필요할까, 안 사고 후회하는 것과 사고 후회하는 것 중 뭐가 더 괴로울까. 그 와중에 어떤 사람은 소비광이 된다. 너무나 괴로운 갈등과 고민의 단계를 건너뛰고 심리적 빗장을 애초에 풀어버리는 유형일 것이다.
감당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다음 문제다. 어떤 사람은 ‘사물(물건)’에 관한 뜻밖의 통찰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사물의 중력’을 쓴 저자처럼.
이 책은 여성지와 패션지, 영화잡지 등에 글을 써온 저자가 구입하고 소유한 물건들에 관한 에세이다. 그 물건의 목록만 봐도 그가 꽤나 다양한 물건에 관심이 있고, 그중 상당수를 구입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발리를 오가며 글을 쓰던 저자는 지난해 겨울, 서울의 삶을 정리하고 발리로 아예 떠났다. 떠나기 전, 다시 돌아와 정착할 때 필요할 물건을 가려내 비키니장 두 개에 담았다. 추억으로 남기고 떠나보낸 물건이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살면서 잘 구입한, 실수로 산, 떠나보낸, 혹은 소중히 간직해온 물건들에 관한 이야기다.
웬만한 살림 내공이 아니고서는 십중팔구 실패한다는 무쇠팬을 사들여 길들이기에 성공한다. 무쇠팬으로 달걀프라이를 말끔하게 해내면 그것으로 게임 끝이다. 그러다 생각한다. 어쩌면 불의 세기를 인내심 있게 조절하고 기름의 양을 재며, 쇠수세미로 힘들여 설거지하면서 희열을 느끼도록 무쇠팬이 자신을 길들였을지도 모른다고.
한때 패션 아이템으로 유행한 긴 장화는 애물단지가 됐다. 비에 발이 젖을까 봐 신고 나가면 금세 하늘이 개서 발이 땀으로 젖기 일쑤. 날씨에 일일이 대응하고 살려는 부질없는 노력보다는 어느 정도 몸으로 때우고 살면 껴안고 살 물건도 줄어든다는 지혜를 얻는다.
사물의 특성과 필요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다 맛깔난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솜씨에 독자는 즐겁다. 내 방에도 있는 이 물건이 이렇게 특별한 물건이었나 생각하게 된다. 생각지도 않았던 물건에 갑자기 욕심이 생기는 것은 가벼운 부작용이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