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BIFF 리뷰] 츠카모토 신야의 ‘킬링’

도구에 휘둘린 인간의 광기… 사실적 고어 묘사 강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08 18:46:58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일본 사무라이 활극의 전통 변주
- 검과 악연으로 얽힌 인간군 담아
- 감독 츠카모토 신야 개성 돋보여

‘킬링’(2018)은 츠카모토 신야(塚本晋也: 1960~ )의 첫 사무라이 활극이다. 일본영화에는 사무라이 활극의 전통이 있다. 찬바라(チャンバラ)로 일컬어지는 일본 특유의 액션 장르는 ‘7인의 사무라이’(1954)와 ‘요짐보’(1961), ‘할복’(1962), ‘대보살 고개’(1966)와 같은 영화 역사에 명멸하는 명작들을 남겼으나, 전성기가 지난 오늘날에는 간간이 만들어지는 소수 작품만이 시들어가는 장르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따름이다. ‘철남’(1989), ‘동경의 주먹’(1995)과 같은 파격적인 작품을 통해 일본 독립영화의 기수로 일컬어진 츠카모토 신야는 장르의 기본적인 관습만 유지하되, 자기 색채로 재구성하고자 하는 야심을 내비친다.

영화 도입부는 강렬하다. 불길 속에서 제련한 사철을 두들겨 일본도의 형태가 잡혀가는 과정을 훑은 영화는 이윽고 완성된 칼을 쥔 사람의 손을 클로즈업한다. 감독의 이전 작품인 ‘철남’이 기계와 결합한 인간을 다뤘다면, ‘킬링’은 검과의 악연(惡緣)에 얽혀버린 인간에 관한 영화이다. 시대극으로 외양을 바꾸었을 뿐, 도구에 휘둘려 인간성을 상실한 채, 광기로 물들어가는 인간을 그린다는 점에서 츠카모토 신야라는 주사위의 또 다른 일면이다. 폭력배들에게 두들겨 맞은 상처, 칼로 입힌 자상(刺傷) 등 섬뜩하리만치 사실적인 고어 묘사 등, 작가 츠카모토 신야의 개성은 사무라이 활극의 컨벤션 안에서도 선명히 각인된다.

‘킬링’은 칼로 표상되는 폭력의 굴레에 휩싸여 육체와 정신 양면으로 병들어가는 인간 군상의 변화를 보여준다. 폭력을 반대하던 모쿠스케(이케마츠 소스케)는 종국엔 억눌린 폭력성을 해방시켜 괴물이 되고, 무력으로 만사를 해결하려던 사와무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자랑하던 검에 목숨을 잃게 된다. 폭력의 피해자로 망가져 버린 농부의 딸(아오이 유우)은 평온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영화 ‘동경의 주먹’이 ‘복싱 호러’, 구일본군의 광기를 그린 ‘노비’(2014)가 ‘전쟁 호러’라면 이 영화는 ‘찬바라 호러’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비’가 2차 대전 패전 직전을 상정함으로서 군국주의의 공포와 불안을 반영한 반전(反戰) 영화가 될 수 있었던 반면, 시대 배경의 추상화가 극에 달한 ‘킬링’에서는 전작만큼의 몰입도와 설득력, 주제의식의 명료함과 정치적 급진성은 찾기 어렵다. 장르의 전통을 변주하고자 한 의도는 성공했지만 ‘킬링’은 사무라이 활극의 계보에 더해지는 또 다른 한 편 이상의 의의를 얻지는 못했다.

조재휘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6. 6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7. 7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8. 8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9. 9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10. 10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5. 5‘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6. 6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7. 7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8. 8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1. 1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2. 2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3. 3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4. 4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8. 8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3. 3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4. 4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5. 5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8. 8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