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오페라하우스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참으로 오래전이다. 1977, 80년대 오페라단들이 생기면서 활동이 활발해지고 소극장 오페라 운동으로 이어진 그때도 오페라하우스 이야기는 대화의 우선순위에 있었다. 부산시립오페라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때마다 필자는 그 당위성을 이해하면서도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이야기하곤 했다. 그 모든 과정에 가능한 다양한 관계자들이 함께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줄곧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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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기간 생활 속 오페라 보급에 애쓴 ‘서푼짜리 오페라’ 서진식 대표. |
“저쯤 멀리서 ‘나비’ 하고 부르겠지.” ‘나비부인’의 ‘어느 갠 날’ 노랫말이다. 이 대목은 온 정성을 쏟아 막연히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상황을 드러낸다. 한 편의 오페라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이 쏟는 정성과 과정을 생각해보자. 오페라 내용, 주연 성악가와 합창단, 오케스트라, 지휘자, 무엇보다 연출 등 기초가 되는 분야를 이해하고 보아야 오페라는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결국, 오페라를 즐기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말하자면, 기다림)가 필요하다. 오페라 한 편을 즐기는 데도 이러한데 다양한 삶의 현장을 노래하는 오페라를 만들 공간을 짓기 위해 지난 오랜 세월 우리는 무엇을 준비했고 무엇을 준비하지 못했는지, 얼마나 착실히 챙겨보았는가?
지금은 오페라와 관련된 다양한 예술 관계자들이 모여 얼마나 심도 있게 토론의 장을 펼치고 있으며, 관련 대학과 단체·기관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했고 이를 지속시키고 있는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야기할 때다. 오페라를 삶의 현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지금,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의미 있는 예술공간으로서 오페라하우스를 원한다면,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실천력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기 때문이다.
지난 6여 년 동안 오페라 운동의 전도사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오페라를 알리는 일에 최선을 다한 사람이 있다. 부산 중구 중앙동에 위치한 ‘서푼짜리 오페라’의 서진식 대표다. 그의 일정은 쉼 없이 짜여 있다. 인생 2막을 오페라와 함께하고픈 마음으로 오페라 전용 감상실 ‘서푼짜리 오페라’를 만들었고, 자신의 오페라 지식과 자료를 공유하면서 오페라를 널리 알리는 일을 열정적으로 찾아다니며 알리는 오페라 홍보대사 같은 사람이다. 그의 말이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들어있는 오페라 한 편이라도 부산에서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오페라를 진정 즐기는 그의 말에서 오페라의 저변 확대에 대한 바람도 느꼈지만 제대로 갖추어진 공간이 없는 것에 관한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졌다. “지금 부산에서 진행 중인 오페라하우스 논의에 오페라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즐김, 깊은 관심이 얼마나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진정한 준비나 삶 속의 향유 없이) 말로 해서 다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는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묵묵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에게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진정성이다.
“그이의 믿음을 간직하며, 그이가 돌아올 것이라 믿어요.” 역시 ‘나비부인’의 한 대목이다. 나비부인의 믿음은 결국 핑커튼이 돌아오게 하는 데까지는 성공하였다. 그 이후의 안타까움은 차지하더라도 말이다. 간절하게 바라는 것과 믿음을 실천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 그런 준비과정의 치밀함이 함께 필요하다. 그래서 생활 속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생각한다면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이 함께 공부하고, 나누며 실천하는 모습이 시급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미래를 중심에 놓고 체계적인 육성책을 만들어야 한다.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