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화제작 ‘소성리’ 이어
- 올해도 ‘라스트 씬’으로 주목
- 차기작은 부산 사상의 이야기
- “30년간 살아온 동네 말하고파”
폐관된 부산의 예술영화 전용관 ‘국도예술관’의 마지막 나날을 담은 박배일 감독의 다큐멘터리 ‘라스트 씬’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상영됐다. 다양한 매체에서 ‘올해 BIFF 추천작’으로 소개돼 상영관은 매번 가득 찼다. 이 영화의 질감은 예상과 약간 달랐다. 자본의 논리에 밀려 사라지는 독립영화예술관을 속수무책 바라보는 분노 혹은 이름만 남은 국도예술관이 새 장소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영화는 생각보다 잔잔하다. “우리가 왜 ‘버텨야’ 해? 그냥 존재하면 안 돼?”라는 정진아 프로그래머의 혼잣말이 오히려 강한 울분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가 강하게 주장하는 게 있다면 이런 쪽에 가깝다. ‘사람과 장소가 교감하며 쌓아온 시간, 그 작은 것조차 지키지 못하는 토양에서 무슨 문화를 말할까’.
| |  |
| 국도예술관의 마지막을 담은 다큐 ‘라스트씬’을 BIFF에 출품한 박배일 감독.
전민철 기자 |
“‘라스트 씬’은 극장 얘기니까, 수많은 사람이 가봤을 테고 개인의 추억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는 곳이잖아요. 뭔가를 주장하고 설명하도록 만들지는 않았어요. 그 공간, 그곳에 있는 사람이 어떤 모습인지 차분하게 보여주는 형식이죠.”
지난해 BIFF에서 상영된 ‘소성리’에 이어 다시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만 찍겠다 이런 건 없고요, 지금까지 떠올린 주제들이 다큐에 더 적합했던 거죠. 사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식이 더 재미있기도 하고요. 내 생각을 많이 반영할 수 있다는 것. 또 극영화는 기본 스태프가 필요하고 당연히 제작비도 많이 드니까 쉽게 덤비지 못하는데, 다큐는 돈 문제에서 많이 자유롭죠.”
국도예술관을 영상기록으로 남긴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을까. “오지필름(박 감독이 속한 독립다큐영화사)과 국도예술관이 많은 일을 함께했어요. 내게 국도예술관은 의미가 큰 곳입니다. 보고싶은 영화를 상영해주는 곳이 사실 국도예술관 말고는 거의 없었어요. 내 영화를 이곳에서 처음 상영하기도 했어요. 배급할 길 없어 막막한 영화를 상영해줬습니다. 내 친한 친구이자 중요한 배급처가 없어진다고 하더라고요. 2016년 초에 국도예술관이 문 닫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왔고, 그때부터 뭔가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박 감독의 다음 작품은 뭘까. “제목이 ‘사상’인데 예요. 부산 사상요. 거기서 30년 넘게 살아왔어요. 한때 부산을 먹여 살린 공단지역인데 이제는 공해다 뭐다 개선돼야 할 곳으로 찍혔죠. 사상에 사는 노동자, 이주노동자, 재개발에 밀려난 공동체… 이런 주체들을 다루고 싶어요. 사상 다음 영화는 밀양 송전탑 투쟁 그 이후를 다루는 극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