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BIFF 리뷰] 퍼스트맨

인류 성과보다 개인에 포커스…정형화된 우주영화 틀을 깨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10 18:45:55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실화
- 달을 향한 집착·심리묘사 치밀
- 우주의 시각적 표현도 신선해

데이미언 셔젤(Damien Chazelle: 1985~ )이 ‘퍼스트맨’(2018)을 연출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일각에서는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했다. 분명 그는 ‘위플래시’(2014)와 ‘라라랜드’(2016)를 연달아 성공시킨 재기발랄한 신인이었지만, 음악영화의 영역을 떠나 메인스트림 대작을 능히 감당할 역량의 소유자인지는 당장은 알 수 없던 것이다. 이런 불안은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말끔히 씻겨 내려갔다. 제작자로 선뜻 나선 스필버그의 감식안은 옳았다. 셔젤은 ‘원스’(2006)의 존 카니가 ‘비긴 어게인’(2013)과 ‘싱 스트리트’(2015)를 내놓으며 걸려든 매너리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연출가로서 독자적인 재능을 입증했다.

   
‘라라랜드’ ‘위플래쉬’를 만든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퍼스트맨’ 한 장면.
필립 카우프만의 ‘필사의 도전’(1983)에서 론 하워드의 ‘아폴로 13’(1995)에 이르기까지 우주에 도전하는 우주비행사들의 성공과 실패를 다룬 영화는 여럿 있었다. ‘퍼스트맨’ 또한 이런 유형의 영화가 취하는 이야기의 정석을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는 1961년부터 1966년 제미니 8호의 도킹 성공을 거쳐,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성공하는 시점에 도달하기까지 닐 암스트롱의 실화를 연대기 순으로 따라간다. 암스트롱은 동료들과 함께 우주비행사로 훈련받고, 준비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가족의 뒷받침에 힘입어 미션을 성공시킨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암스트롱의 성격은 미국식 가족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다정하고 가정적인 남편, 이상화된 가부장과는 거리가 있다. 어떤 면에서 ‘퍼스트맨’은 20세기 우주 개발의 시대로 시공간 배경을 옮긴, 멜빌의 ‘백경’에 대한 온건한 변주 같다. 흰 고래 모비딕을 잡겠다는 집념에 불타 선원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에이헙 선장만큼은 아니지만, 암스트롱 또한 달로 가고야 말겠다는 야망에 집착해 가족에 대한 책임을 뒤로 제쳐두는 외골수로 재해석된다. 동료를 매몰차게 면박주고, 집 밖에서 홀로 달만을 바라보는 암스트롱을 창가의 아내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아폴로 11호의 승무원들이 달에 착륙하는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영화의 정서에 일대 반전이 일어난다. 모든 노력과 희생을 감수하고 그토록 다다르고 팠던 달에서, 암스트롱은 단지 적막과 고요와 폐허, 절대적인 무(無)와 공허만을 발견한다.

영화는 성조기를 달에 꽂는 역사적 순간마저 생략한 채 암스트롱의 시점에만 집중한다.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을 내딛는 순간, 그의 사념 세계에는 한동안 외면해왔던 가족과의 소중한 기억이 오래된 필름 영상의 플래시백으로 환기된다. 목표를 향해 자신을 한계치까지 몰아넣는 ‘위플래시’의 인물은 역설적이게도 그 목적지에서, 떠나온 지구에 대한 그리움을 희구하던 ‘솔라리스’(1972)의 정서에 도달하는 것이다.

   
인물에 접근하는 관점의 각도를 바꾸고, 우주 공간의 시각적 표현에서도 관습적인 연출을 답습하지 않는 영민함으로 ‘퍼스트맨’은 진부해질 수 있는 우주영화의 정형화된 틀을 극복해낸다. 이 영화는 우주 소재 영화, 실화를 소재로 한 전기 영화의 또 다른 레퍼런스로 남을 것이다. 조재휘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땅주인 허락 없이 덱 깔았다가…5500만 원 날린 부산 서구
  2. 2충장대로 여전히 교통지옥…지하차도 완공 지연 ‘부글부글’
  3. 3가덕신공항 10조대 공사 수주 물밑작전
  4. 4암세포 얼려 죽이는 ‘냉동제거술’…91세 어르신도 간암 치료 성공
  5. 5부산시 ‘고도제한 완화’ 방침에 원도심 지자체 들썩
  6. 64성급도 몰려온다…올여름 해운대 ‘호텔대전’
  7. 7부산시 부금고 경쟁…시중은행 막강 자금력에 농협 백기?
  8. 8손흥민 마지막 경기서 통산 3번째 ‘10골 10도움’ 금자탑
  9. 9매일 배아프다는 아이, 꾀병·배탈 속단 말고 정밀진단을
  10. 10與 차기 부산시당위원장 후보군, 정동만·이성권으로 압축
  1. 1與 차기 부산시당위원장 후보군, 정동만·이성권으로 압축
  2. 2제주도로…울릉도·독도로…부산시의회는 ‘국내 연수중’
  3. 3국힘 황우여 비대위원장, 김진표·이재명 잇단 예방 “여야가 형제처럼 만나자”
  4. 4尹, PK 당선인에 "부산대병원 7000억 원 신속 지원" 약속 재확인
  5. 5한 총리 채상병 특검법에 "의결 과정, 내용에 많은 문제점"
  6. 6“부산현안 골든타임…정교한 입법전략을”
  7. 7“지방 살릴 부산허브법·산업은행법…여야 합심 처리 기대”
  8. 8“지방시대 정책속도 기대 못 미쳐…조세권 과감한 이양을”
  9. 9“기회발전·교육 특구 성공하려면…강남 중심 사고 틀 깨야”
  10. 10“당정, 가덕 거점항공사 신속한 결정을”
  1. 1가덕신공항 10조대 공사 수주 물밑작전
  2. 24성급도 몰려온다…올여름 해운대 ‘호텔대전’
  3. 3부산시 부금고 경쟁…시중은행 막강 자금력에 농협 백기?
  4. 4바이오의약품 연구 IDC사옥 9월 개소
  5. 5부산시민단체 성명서 “내년 출범 대체거래소 거래 품목 확대 반대”
  6. 6숙박세일 페스타 예약 할인…부산 오면 최대 5만 원 혜택
  7. 7지역社 20곳·300억 이상씩 허용…‘하도급 낙수효과’ 과제
  8. 8부산시, 부산에 선박 전자기 인증센터 200억 투입 2028년 완공
  9. 9주식공매도 재개하나, 안 하나…금감원·대통령실 엇박자
  10. 105월 1~20일 수출 1.5% 증가…무역수지 3억 달러 적자(종합)
  1. 1땅주인 허락 없이 덱 깔았다가…5500만 원 날린 부산 서구
  2. 2충장대로 여전히 교통지옥…지하차도 완공 지연 ‘부글부글’
  3. 3부산시 ‘고도제한 완화’ 방침에 원도심 지자체 들썩
  4. 4전국 태권도대회 출전했던 부산 여고생 선수 의식불명
  5. 5양산서 대학생 몰던 오토바이 사고…운전자 숨져
  6. 6“유흥 즐기며 활보”…거제 데이트 폭력 男 구속
  7. 7노동부, 조선소 대상 긴급 안전교육
  8. 8카톡 또 오류
  9. 9[눈높이 사설] 개발·보전 두 바퀴로 가야 할 낙동강협의회 구상
  10. 10[신통이의 신문 읽기] 라면·치킨에 삼계탕까지…K-푸드의 영토 확장
  1. 1손흥민 마지막 경기서 통산 3번째 ‘10골 10도움’ 금자탑
  2. 2축구대표 감독 이번에도 임시…김도훈 전 울산감독 선임
  3. 3맨시티 프리미어리그 사상 첫 4연속 우승
  4. 4내년 부산 전국체전 10월 17일 개막 7일간 열전
  5. 5코르다 LPGA 독식, 벌써 시즌 6승
  6. 6414일 만에 1군 복귀 롯데 이민석, 4회 교체 아쉬움
  7. 7이마나가, ML 마운드 새 역사…9경기 무패 평균자책점 0.84
  8. 8레버쿠젠, 무패 우승 ‘트레블’ 신화 도전
  9. 9올림픽 출전 앞둔 태권도 김유진, 亞선수권 3년 만에 ‘금빛 발차기’
  10. 10‘감동 드라마’ 파리 패럴림픽 D-100…韓, 보치아·사격 등 5개 종목 정조준
우리은행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박기종 관복(官服)- 흉배(胸背) 문양의 의미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백의종군 중인데 원수 권율과 시찰? 뒷말 나올까 발 돌렸다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불안은 우리의 원동력”…세상에 없던 연극 추구하는 사람들
공간이 생기니 문화가 스며들더라…‘詩 낭독회 맛집’ 주인장의 솜씨
리뷰 [전체보기]
이 뮤지컬 후회없이 즐기는 법? 눈치보지 말고 소리 질러!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법정스님의 미공개 말씀 모음집 外
부동산에 빠진 인간의 민낯 外
방송단신 [전체보기]
9개 민방 합작 ‘핸드메이드…’, 한국PD대상 작품상 등 영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만월처럼 /장정애
세상 구경 /안귀녀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피라미드 게임’ 두 주연배우
‘스위트홈’ 시즌2 고민시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범죄도시4’ 마동석
‘정순’ 정지혜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지상파 새 예능들…OTT·드라마에 빠진 시청자 눈 돌릴까
tvN ‘눈물의 여왕’ 국내외 흥행…‘사랑의 불시착’ 시청률 넘어설까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1000만 영화는 자란다, 한국사회의 불우함을 먹고
인문정신과 합해진 공간의 힘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4년 5월 21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4년 5월 20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 (The 8 show)’
밴드기린 싱글 ‘조금만 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4년 5월 21일(음력 4월 14일)
오늘의 운세- 2024년 5월 20일(음력 4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학문 연마하던 곳 찾아 스승 추억한 18세기 문사 정중기
조선 전기 영의정을 지낸 하연이 읊은 화개차(花開茶)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