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중독 10대의 처절한 삶 표현
- 실제 청소년·가족 직접 인터뷰
- 주인공 소녀역 찾는 데만 수개월
- 끔직한 현실·아름다운 영상미로
- 청춘의 일탈 아닌 무너짐을 직시
- 아이슬란드 청소년 ‘필람영화’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는 인구 34만의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온 영화들이 눈에 띈다. 아이슬란드 영화는 한국 관객에게 생소하다. 올해 초청된 4편의 아이슬란드 영화 가운데 발드빈 조포니아손(40) 감독의 ‘렛미폴’은 충격적인 소재와 섬세하고 세련된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마약에 중독된 10대 소녀의 파란만장하고 처절한 삶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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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렛미폴’을 만든 아이슬란드의 발드빈 조포니아손 감독.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평범한 학생이던 매그니아의 삶은 친구 스텔라를 만나면서 점차 나락으로 떨어진다.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를 배경으로, 약물 중독에 처참히 망가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연기한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을 압도한다. 기구한 스토리에다 소녀의 내면에 포커스를 둔 연출력 덕분에 올해 토론토영화제에서도 이 영화는 주목받았다. BIFF를 찾은 발드빈 조포니아손 감독을 만나 작품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포니아손 감독은 “아시아 지역을 방문한 것이 이번 BIFF가 처음이다. 환상적이고 멋진 영화제”라며 소감부터 밝혔다. 그는 2010년 ‘지터스’라는 첫 장편영화를 만든 뒤 3년간 TV 시리즈를 제작했다. 2014년에 감독한 두 번째 장편영화 ‘라이프 인 어 피쉬볼’은 토론토국제영화제, 취리히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렛미폴’은 세 번째 장편영화다.
“지난달 아이슬란드에서 개봉한 이후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청소년들이 꼭 봐야 할 ‘필람’ 영화로 뜨고 있어요. 정치권과 언론에서도 청소년 마약중독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하기 시작했죠. 137분의 긴 분량인 데다 다소 힘든 장면도 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아서 기뻐요.” 조포니아손 감독은 실제 약물 중독 청소년의 가족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첫 장면에서는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이 등장한다. 늘어선 술병, 자욱한 담배 연기, 질주하는 파티가 감각적인 화면과 사운드로 재구성된다. “2011년 크리스틴이란 여성이 쓴 일기장을 우연히 봤는데, 그의 소녀 시절 삶은 마약 중독과 범죄로 매우 끔찍했어요. 믿기 힘들었죠. 이후 거리에 사는 3명의 여자를 만나 인터뷰했어요. 그때 이야기와 일기를 합쳐 시나리오를 완성했어요.”
청춘의 방황을 그린 영화는 많지만, ‘렛미폴’의 시도는 일탈을 그리는 여느 영화와 맥락을 달리한다. ‘렛미폴’은 돌이킬 수 없는 무너짐의 순간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플롯과 배우들의 명품 연기도 인상 깊다. 그는 배우들의 연기에 특히 많이 신경 썼다고 했다.
“역할에 맞는 소녀 배우를 찾는 데 6~8개월이 걸린 것 같아요. 마약 중독자 역할인 만큼 부모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어요. 촬영 전부터 많은 시간을 주인공 소녀들과 보냈어요. 모두 연기 경험이 없는 소녀들이어서 같이 작업하려면 신뢰부터 쌓아야 했어요. 촬영감독은 현실감을 살리면서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끔찍한 세상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고자 했죠. 마약에 중독된 아이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는 ‘렛미폴’이 다른 마약 관련 영화와 다른 특별한 점으로 마약 중독자에 대해 인간적으로 접근한 점을 꼽았다. “주인공 매그니아의 가정환경은 좋고, 평범하게 그려져요. 정상적인 소녀가 마약에 빠지는 과정을 보면서 관객들은 곧 ‘나의 딸’일 수도 있다고 느낄 거예요. 그런 점이 충격으로 와 닿은 것 같아요. 한국 관객들도 이 영화를 보고 작은 선택이 앞으로 남은 자신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길 바래요.”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