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책 읽어주는 여자] “함박꽃 할머니 돌아 가셨다냥” 동네 길냥이들의 조문 대작전 /안덕자

고양이 조문객 - 선안나 지음/봄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12 18:56:21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인간에 빼앗은 동물 삶의 터전
- 조금 양보하고 배려하며 살아야

함박꽃 할머니는 홀로 외롭게 살면서도 집 둘레와 동네에 있는 수많은 고양이를 돌보며 살았다.

차에 치여 다친 고양이를 거두어 수술까지 시켜 살려낸다. 많은 수술비는 멀리 있는 막내가 이를 하라고 보내 준 돈이었다. 버려진 고양이를 거두고 동네 고양이들에게 밥을 준다. 그런 할머니가 혼자 쓸쓸히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아들과 딸이 있지만 아무도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에는 없었다. 흔히 말하는 고독사나 다름없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가장 먼저 고양이들에게 알려졌다. “에옹아, 너도 들었다냥? 함박꽃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냥.” 에옹이는 웃음 띤 얼굴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따사로운 할머니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지금은 집사를 둘이나 거느리고 살지만 다른 친구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빌라 사람들이 놓은 약에 또 집단으로 몰살되지는 않을지 걱정도 되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동물들의 터전이었던 곳에 지금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산다. 갈 곳이 없어 터전을 벗어나지 못하는 동물들은 사람들에게 학대받으며 산다. 심지어는 집단으로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할머니는 자식들에게서 잊히고 사람들에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러나 사람들이 멀리하는 동물들을 거두며 죽은 동물은 묻어주고 터전에서 쫓겨난 동물, 버려진 동물, 사람에게 다친 동물을 품어주었다. 고양이들은 할머니가 하늘나라에 가시기 전에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조문을 가기로 했다.

“사람이면 은혜를 모르지, 짐승이 은혜를 모르겠냥.” 에옹이는 누구나 아는 속담을 중얼거렸다. 할머니가 생전에 은혜를 베풀어 주셨으니 작별인사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살쾡이 나라에 가면 살쾡이 법에 따라야 한다는 말에 산신령 할아버지는 조문 예절을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낡고 오래된 시골 장례식장에는 손님이 없었다. 고양이들은 배운 대로 차례차례 조문했다. “할머니, 안녕히 가시라냥.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 고맙고 고맙다냥. 꽃길로 가시라냥. 꽃구름 타고 가시라냥.” 에옹이는 할머니가 좋아하던 함박꽃을 영정 앞에 바쳤다. 새벽 3시가 지나서야 일에 파묻혀 살던 할머니의 막내아들이 도착했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빈소에서 고양이들이 절을 하며 맞이하자 막내는 자기도 모르게 절을 했다. 막내는 언제까지라도 오래 사실 줄만 알았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상심이 컸다.

허름한 시골집에 혼자 살던 할머니는 막내아들에게 늘 조용하고 좋다고만 했다. 막내는 그런 줄만 알고 어서 벌어 남들처럼 사는 모습을 보여드려야지 하는 생각만 했다. 흐느껴 우는 막내에게 상주가 없어 대신 상주 노릇을 하던 고양이들이 조문객을 맞으라 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조문객은 할머니 손을 거친 수많은 고양이와 너구리와 오소리들이다. 막내는 고양이를 거두며 살았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상주가 돼 한 마리 한 마리 고양이 조문객을 맞는다.

세상에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도 있고 반려동물이라 하여 어울려 사는 사람도 많다. 사실 사람의 호불호에 선택돼 사는 삶이 동물의 삶은 아닌데 우리가 그들 터전에까지 들어와 산다는 걸 안다면, 동물을 위해 조금만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그게 너무 큰 욕심일까.

동화작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심리지배가 부른 '거제 옥포항 변사사고', 가스라이팅 범죄 인정될까
  2. 2어머니 이름 도용해 빌린 돈 도박에 탕진한 아들… 징역 1년 선고
  3. 3양산시 물금읍 아파트 1층 화재…2명 화상, 20명 대피
  4. 4국내 휘발유·경유 8주 연속 하락…OPEC+ 감산 영향 촉각
  5. 5부산, 울산, 경남 동쪽 대기 매우 건조… 아침 기온 영하권
  6. 6中 지분 25% 넘는 기업, 美 전기차 보조금서 제외…K-배터리 촉각
  7. 7대동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성과 평가 A등급 획득
  8. 8일본·독일 출자 스타트업, 2025년부터 차세대 반고체 배터리 공급
  9. 9서면 NC백화점 9년 만에 문 닫는다…그 자리 46층 높이 4개 동 주상복합 추진
  10. 10엑스포 날개 꺾여도…가덕신공항 속도 낸다
  1. 1엑스포 유치전 뛴 부산인사들 향후 거취는…
  2. 2인요한 최후통첩 “저를 공관위원장으로”…김기현 즉각 거절
  3. 3尹 노란봉투법 방송3법 거부권 행사…임기 중 세 번째
  4. 4당정 부산민심 달래기 “현안사업 차질없게 추진”(종합)
  5. 5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안 처리 직전 전격 사의 표명
  6. 6野 주도 ‘손준성 이정섭 검사 탄핵안’ 국회 통과…헌정사상 두 번째
  7. 7노란봉투법, 방송3법 국무회의서 재의요구안 의결
  8. 8부산시선관위, 내년 4월 총선 선거비용제한액 발표
  9. 9민주, 울산시장 선거개입 ‘유죄’ 파장 촉각…김기현은 “文도 수사해 책임 물어야” 공세
  10. 10野, 1일 ‘이동관 탄핵안’ 표결 시도…與는 ‘강행처리 저지’ 철야 연좌농성
  1. 1국내 휘발유·경유 8주 연속 하락…OPEC+ 감산 영향 촉각
  2. 2中 지분 25% 넘는 기업, 美 전기차 보조금서 제외…K-배터리 촉각
  3. 3서면 NC백화점 9년 만에 문 닫는다…그 자리 46층 높이 4개 동 주상복합 추진
  4. 4소주 가격 낮춘다…정부, 국산 주류에 '기준판매비율' 도입
  5. 5정부 "주요 김장재료 가격, 지난해보다 평균 10% 하락"
  6. 6다리 길~어 보이는 숏패딩, 올 겨울엔 ‘푸퍼 스타일’
  7. 7식지 않는 글로벌 K-푸드 열풍…라면·김 수출 사상 최고 찍었다
  8. 8목발 투혼 최태원 “좋은 소식 못 전해 죄송”
  9. 9저성장 굳어지나…한은, 내년 성장률 전망 2.1%로 낮췄다(종합)
  10. 10국제여객터미널 임대료 1년 더 감면
  1. 1심리지배가 부른 '거제 옥포항 변사사고', 가스라이팅 범죄 인정될까
  2. 2어머니 이름 도용해 빌린 돈 도박에 탕진한 아들… 징역 1년 선고
  3. 3양산시 물금읍 아파트 1층 화재…2명 화상, 20명 대피
  4. 4부산, 울산, 경남 동쪽 대기 매우 건조… 아침 기온 영하권
  5. 5엑스포 날개 꺾여도…가덕신공항 속도 낸다
  6. 6“사랑하는 엄마 아빠, 슬퍼말아요” 그림으로 되살린 故황예서 양
  7. 7근속수당 1만 원 인상 요구에 직장폐쇄…의료기기 공장 노사 마찰
  8. 8[카드뉴스]똑똑한 사람은 다 챙기는 2024년 혜택
  9. 9부전도서관 개발 12년 표류…이번엔 활용법 결론 낼까
  10. 10부산행 KTX 고장으로 멈춰 서…승객 800여 명 발 묶여
  1. 1“건강수명 근육량이 결정…운동해 면역력 키워야”
  2. 2부산 아이파크 승강 PO 상대 2일 수원서 결정
  3. 3BNK도 극적 연패 탈출…서로를 응원하는 부산 농구남매
  4. 42030년·2034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 프랑스 알프스·미국 솔트레이크 확정
  5. 5박효준 빅리거의 꿈 포기 않는다
  6. 6우즈 7개월 만에 공식경기…캐디 누가 맡나
  7. 7류현진 연봉 103억원에 캔자스행 유력
  8. 8정용환 장학회 올해도 축구 꿈나무 14명 후원
  9. 9울산, '파크골프장계 8학군' 변신 시도
  10. 10허재 두 아들 형제매치 & 신·구 연고구단 부산매치
우리은행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경북 돼지 간바지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가덕도 장항 유적 출토 흑요석제 석기
리뷰 [전체보기]
웅장한 에너지 보여준 ‘한국판 레미제라블’…연기·미술·음향 앙상블, 감동의 무대 펼쳐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사계절로 분석한 한의학 세계 外
전직 기자의 전태일 열사 평전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완주 /김만옥
바람결에 /이행숙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마스크걸’ 이한별과 고현정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소년들’ 정지영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네 편의 자연 다큐…우리, 잠깐 쉬어가는 건 어때요
日 애니 거장이 묻는다…내 삶은 이랬다, 당신은 어떠냐고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불의가 정의로 둔갑한 시대…그 부당한 역사에 맞선 의인 이야기
계급사회 속 비틀리고 고립된 개인…일상이 호러가 된 세상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11월 30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11월 29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천재 뮤지션 ‘원호’의 무대를 목격했다
5호 가수가 아닌, 김마스타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11월 30일(음력 10월 18일)
오늘의 운세- 2023년 11월 29일(음력 10월 1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3년 10월 11일
오늘의 BIFF- 2023년 10월 1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홀로 깨어 있을 수 없는 세상을 산 여항시인 이정주
고향의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심경을 읊은 변중량
  • 제25회 부산마라톤대회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