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에 빼앗은 동물 삶의 터전
- 조금 양보하고 배려하며 살아야
함박꽃 할머니는 홀로 외롭게 살면서도 집 둘레와 동네에 있는 수많은 고양이를 돌보며 살았다.
차에 치여 다친 고양이를 거두어 수술까지 시켜 살려낸다. 많은 수술비는 멀리 있는 막내가 이를 하라고 보내 준 돈이었다. 버려진 고양이를 거두고 동네 고양이들에게 밥을 준다. 그런 할머니가 혼자 쓸쓸히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아들과 딸이 있지만 아무도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에는 없었다. 흔히 말하는 고독사나 다름없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가장 먼저 고양이들에게 알려졌다. “에옹아, 너도 들었다냥? 함박꽃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냥.” 에옹이는 웃음 띤 얼굴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따사로운 할머니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지금은 집사를 둘이나 거느리고 살지만 다른 친구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빌라 사람들이 놓은 약에 또 집단으로 몰살되지는 않을지 걱정도 되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동물들의 터전이었던 곳에 지금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산다. 갈 곳이 없어 터전을 벗어나지 못하는 동물들은 사람들에게 학대받으며 산다. 심지어는 집단으로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할머니는 자식들에게서 잊히고 사람들에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러나 사람들이 멀리하는 동물들을 거두며 죽은 동물은 묻어주고 터전에서 쫓겨난 동물, 버려진 동물, 사람에게 다친 동물을 품어주었다. 고양이들은 할머니가 하늘나라에 가시기 전에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조문을 가기로 했다.
“사람이면 은혜를 모르지, 짐승이 은혜를 모르겠냥.” 에옹이는 누구나 아는 속담을 중얼거렸다. 할머니가 생전에 은혜를 베풀어 주셨으니 작별인사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살쾡이 나라에 가면 살쾡이 법에 따라야 한다는 말에 산신령 할아버지는 조문 예절을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낡고 오래된 시골 장례식장에는 손님이 없었다. 고양이들은 배운 대로 차례차례 조문했다. “할머니, 안녕히 가시라냥.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 고맙고 고맙다냥. 꽃길로 가시라냥. 꽃구름 타고 가시라냥.” 에옹이는 할머니가 좋아하던 함박꽃을 영정 앞에 바쳤다. 새벽 3시가 지나서야 일에 파묻혀 살던 할머니의 막내아들이 도착했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빈소에서 고양이들이 절을 하며 맞이하자 막내는 자기도 모르게 절을 했다. 막내는 언제까지라도 오래 사실 줄만 알았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상심이 컸다.
허름한 시골집에 혼자 살던 할머니는 막내아들에게 늘 조용하고 좋다고만 했다. 막내는 그런 줄만 알고 어서 벌어 남들처럼 사는 모습을 보여드려야지 하는 생각만 했다. 흐느껴 우는 막내에게 상주가 없어 대신 상주 노릇을 하던 고양이들이 조문객을 맞으라 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조문객은 할머니 손을 거친 수많은 고양이와 너구리와 오소리들이다. 막내는 고양이를 거두며 살았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상주가 돼 한 마리 한 마리 고양이 조문객을 맞는다.
세상에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도 있고 반려동물이라 하여 어울려 사는 사람도 많다. 사실 사람의 호불호에 선택돼 사는 삶이 동물의 삶은 아닌데 우리가 그들 터전에까지 들어와 산다는 걸 안다면, 동물을 위해 조금만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그게 너무 큰 욕심일까.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