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과일나무 아래서 운 적이 있다
과일을 달고 서 있는 모습이
몹시 무거워 보인다고
주렁주렁한 그 고단을 좀 알 것 같다고
혼자 소리 없이 운 적이 있다
잘 사느냐고 묻는 사람에게
잘 살고 있는 모습 보여주러 갔다가
지척에 그 사람을 두고 돌아와
과일나무 아래에서 운 적이 있다
흐느낌을 감추고 운 적이 있다
고단을 털어 음색을 높여도
내 가난은 백일하에 드러나는 죄,
애써 숨긴 내 고단을
더 서러워할 그 사람이기에
고단을 요약한 단 한 줄의 웃음을
진짜처럼 전하는 나는 거짓말쟁이
주렁주렁한 과일나무의 고단에
내 고단 잠시 걸어 놓고 운 적이 있다
<시작노트>
그리워도 그립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멀리서 나를 지켜보는 사람. 아직도 내가 잘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 나는 매번 그 사람에게 잘 산다는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매번 목메고 마음 매워오지만, 이 시간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약력>
한국작가회의 회원. 빈터 동인. 시집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 등 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