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출과다·기능중복 등 이유
- 백지화 땐 82억 국비 반납해야
- ‘상권개발에 이용’ 압력설도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중구 대청로) 건물을 리모델링해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부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박승환)는 지난 7월 공유재산심의에서 이 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 의결을 한 차례 보류한 데 이어 19일 열리는 심의에서도 예산 지원 의결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부산시가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의 매입 타당성을 검토하면서 시작된 이 사업은 2013년 건물이 시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2015년 시가 땅과 건물을 매입하고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으로 조성한다는 콘셉트를 확정한 뒤 국비를 신청해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통과했다. 이 사업은 전체 사업비가 299억4500만 원으로 국비 82억4700만 원, 시비 216억9800만 원이다. 시는 2020년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 개관을 목표로 준비해왔다.
시의회의 예산 지원 의결 보류로 사업이 무산될 경우, 오래 준비하고 진행한 사업인 만큼 손실은 크다. 이미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큰 문제는 이미 받은 82억여 원의 국비다. 사업이 무산되면 국비는 모두 환수될 뿐 아니라, 앞으로 시가 관련 문화사업을 추진할 때 ‘페널티’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지방 정부의 권력 교체 이후 이전 시장 재임 때 추진한 사업을 쉽게 갈아엎는다는 비판도 면하기 어렵다.
게다가 문화재인 이 건물을 중구 ‘상권 개발’의 한 축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의회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시의회는 이에 대해 “국비만 따오면 시비를 예산 사정을 따질 것도 없이 무조건 ‘매칭’하는 관행을 없앨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승환 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은 “기존에도 박물관이 여럿 있지만 하나같이 운영이나 내용이 부실하다”며 “근현대역사박물관 사업은 리모델링에만 시비 200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시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에 비해 결과물이 좋지 않다고 판단돼 제동을 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의회가 지적한 기존 박물관 등의 ‘운영 부실’과 관련해, 옛 한국은행 건물 매입·보존과 활용에 초창기부터 관여해 왔던 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부산의 여러 작은 박물관이 구멍가게식으로 지어져 운영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근현대역사박물관을 조성해 바로 그 구심점 역할을 맡기자는 게 지역 학계의 제언이었다”며 “진행 중인 문화시설 조성 사업을 대안 없이 성급하게 엎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