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책 읽어주는 남자] 가족갈등·가난, 우리 시대 청춘들 삶의 생채기 /박진명

모두의 내력- 오선영 지음 /호밀밭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19 19:20:25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사투리 녹아있는 부산 배경 단편소설집
- 10~30대 인물들 삶에 두 화두 큰 영향
- 결핍이 새 결핍 낳는 인생의 연쇄작용
- 섣불리 답 찾지않고 관조하듯 바라봐

한때 문학회에서 서로의 글을 나눠 읽고 응원했던 인연으로 작가의 사인이 들어간 첫 번째 소설집을 받았다. 오선영 작가의 ‘모두의 내력’이란 단편소설집이다.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20대에 글을 매개로 인연을 맺은 이가, 꾸준히 글을 쓸 확률과 30대 후반에 자기 이름을 소설집을 낼 확률에 대해 한참 생각하게 된다. 그만큼 지역에서 젊은 작가의 등장과 작품 활동은 귀하다.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전경. 오선영 소설집 ‘모두의 내력’의 배경 가운데 한 곳이다. 국제신문 DB
또 하나 반가웠던 것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부산의 다양한 장소와 사투리다. 요즘은 세련되게 보이려고 그런지, 아니면 전국적인 작품을 염두에 두어서 그런지 지역성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의 작품 가운데 ‘밤의 행진’에서는 신혼부부가 집을 구하기 위해 부산의 다양한 장소를 돌아다니고 대화도 사투리로 주고받는다. 그것에 어느 정도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인지는 고민을 더 해봐야겠지만 내가 아는 부산의 풍경과 사투리 섞인 대화가 작품이나 인물의 상황에 몰입하는 데 확실히 조금 더 빠른 통로를 만들어주었다.

이처럼 지역성을 드러내는 것이 단순히 지명이나 사투리라는 외피를 차용한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해바라기 벽’에서는 오랫동안 문화마을, 벽화마을로 유명세를 타오다 어느새 부산의 상징처럼 된 감천동의 알록달록 벽화에 감춰진 이면을 감수성 예민한 소녀의 시선으로 까발리기도 한다.

이런 반가움과는 별개로 의도치 않게 책을 한참을 가방에 넣어 다니며 더디게 읽었다. 단편소설 8이 실려 있는데 작품과 작품 사이를 지나는데 다소간 여백이 필요했다. 책을 덮고서야 그 이유를 요리조리 맞추어보니 ‘가족’과 ‘가난’이라는 두 주제가 남는다. 요즘처럼 SNS 형식에 맞게 말이 짧아지고, 이미지나 영상으로 소통하는 시대에 이 두 주제는 금기어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머물러 생각하기 시작하면 헤어나기 힘든 수렁 같은 주제니까.

차라리 욕망에 기름을 붓는 이야기들이나, ‘노오력’을 요구하는 세계를 비꼬거나 청년들이 처한 세태를 자조하는 글이 넘쳐나는 시대에 ‘가족’과 ‘가난’이라니. 게다가 어떤 판단을 내리고 출구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는 담담하게 ‘가족’과 ‘가난’의 영향 속에 있는 인물들을 지켜보는 편이다. 생채기를 독기 어린 눈으로 헤집지 않고 그 가려운 부분에 대한 감각을 열어놓고 계속 응시한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가족과 가난이라는 주제는 누구에게나 던져질 수 있는 화두이자 장애물이다. ‘부고들’에서처럼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당장 전세금이 부족한 ‘나’가 형제들과 어머니의 재산 처리를 놓고 다투기도 하고, ‘로드킬’에서처럼 파산 뒤 사라진 아버지를 둔 나는 제대로 된 명함 하나 얻지 못하고 사라진 숱한 청춘들 중 하나가 되며, ‘칼’에서는 가부장의 권위 아래서 폭력이 되기도 하며, ‘모두의 내력’에서는 문방구 아줌마랑 바람 나서 같이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죽은 아버지를 마냥 기다려주었던 미련한 엄마를 또 반쯤은 닮아버리기도 한다.

주로 10대에서 30대로 그려지는 소설 속 인물들에게 ‘가족’과 ‘가난’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이 둘은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졌던 결핍이, 또 다른 결핍으로 연쇄작용하는 강력한 유산이다. 그렇다고 그 유산이 우리 삶의 궤도를 꽉 틀어쥐고 있지만은 못할 것이다. 우리 모두의(각자의) 내력을 정리하는 일 위에 다음의 이야기들이 또 펼쳐질 것이다.

기획자·청년정책활동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2. 2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3. 3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4. 4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5. 5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6. 6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7. 7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8. 8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9. 9[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10. 10[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1. 1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2. 2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3. 3李 대통령 “다문화가정 지원, 문제 시정하는 게 차별 아냐”
  4. 4장동혁 “박근혜, ‘인재들로 총선 이기고 정권 탈환’ 당부”
  5. 5北, 집속탄두 위력 과시…‘축구장 18개 면적’ 초토화
  6. 6사천 공군기지 훈련기 공중 충돌 뒤늦게 알려져…부상자 없어
  7. 7[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8. 8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9. 9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10. 10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1. 1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2. 2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3. 3[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4. 4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5. 5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6. 6이재용 일본 반도체 패키징 거점 방문, 日 소부장 협력 모색
  7. 7못 말리는 한국 제품 인기…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눈앞에(종합)
  8. 8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9. 9동원개발, 협력사와 손잡고 ‘안전보건 상생’ 다짐
  10. 10국산 비만약 에페 공급가, 마운자로보다 40% 저렴
  1. 1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2. 2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3. 3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4. 4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5. 5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6. 6[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7. 7부산 영도 조선소 러시아 어선 화재…소방대원 1명 부상
  8. 8[한 손 뉴스] 마르는 회야강에 낙동강 물 공급 검토…양산시 타당성 조사 착수
  9. 9밤부터 비 그치고 월요일 오전 맑아져…평년 기온 보일 듯
  10. 10[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1. 1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2. 2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3. 3‘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4. 4“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5. 5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6. 6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7. 7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8. 8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9. 9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10. 10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송현화-Magic Air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2일 (음 9월 2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9일 (음 9월 1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