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봉권의 문화현장 <39> 문화누리카드, 고등어 축제에 가다

축제현장서 펄떡인 생생한 문화복지… 문화누리카드 新활용법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22 18:48:54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문화누리카드 불용액 연 10억
- 문화재단, 사용처 넓히려 고민

- 사용액 적은 3300명 개별연락
- 고등어축제서 쓸 수 있도록 교환
- 어르신들 3일동안 400만 원 써

- 영화·도서 구매에만 쏠린 사용처
- 지역 경제까지 살릴 가능성 엿봐

“고등어를 먹어야겠어!” 토요일이던 지난 20일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에서 열린 제11회 고등어축제(지난 19~21일)에 가면서 했던 생각은 당연하게도 ‘고등어’였다. 송도해수욕장 가까이 사는 나는 ‘축제든 문화행사든 역시 집 근처에서 해야 이렇게 마실 가듯 쉽게 가볼 수 있지’ 하는 생각을 하며 타박타박 걸어서 갔다. 과연! 송도는 온통 고등어였다. 고등어, 사람, 바다, 딱 세 가지밖에 안 보였다. 그런데 잠깐, 저게 뭐지? ‘제11회 부산고등어축제 문화누리카드 쿠폰 교환처’? 눈길을 끈 한 부스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문화누리카드가 고등어축제에 왜 왔지? 호기심이 펄떡였다.

   
지난 21일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이 제 11회 부산고등어축제를 즐기고 있다. 박수현 선임 기자 parksh@kookje.co.kr
문화누리카드는 “기초생활수급 계층과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여행·체육 분야 향유 지원으로 삶의 질 향상 및 계층 간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하여 발급하는 카드”(문화누리 홈페이지)이다. 요건을 갖춘 사람이 문화누리카드를 발급받으면 1년에 7만 원까지 공연·전시·영화·책·여행·체육 등 영역의 가맹점에서 쓸 수 있다. 요즘 문화누리카드 용도가 영화 관람이나 책 구매 쪽으로 쏠렸다는 소식을 들은 터라, 고등어축제에서 만난 문화누리카드는 좀 뜻밖이었다.

‘문화누리카드 쿠폰 교환처’ 부스로 가봤더니 부산문화재단 문화공유팀 김희경 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그에게 묻자 궁금증이 좀 풀린다. 사연은 이렇다. 부산에서 문화누리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은 현재 13만8000명 정도란다. 한 해 쓸 수 있는 금액을 총액으로 따지만 97억 원 정도인데, 부산의 문화누리카드 사업을 맡은 부산문화재단이 애써 홍보해도 10억 원 이상 ‘불용액’이 발생한다고 한다. 불용액은 주로 저소득층 어르신 등 정보에 어둡거나 문화나들이가 쉽지 않은 이들에게서 생기는 것으로 파악된다. 카드를 발급받아놓고도, 언제 어디서 써야 할지 모르거나 영화관이라도 가려해도 엄두가 안 나니 1년 내내 쓰지 않는 것이다. 재단은 이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싶었단다. 그래서 문화누리카드를 쓸 수 있는 문화관광축제로, 서구에서 열리는 부산고등어축제를 떠올렸다.

부산문화재단 문화공유팀은 부산 서구·중구·사하구의 카드 소지자 중 올해가 다 가도록 여전히 사용 금액이 많지 않은 3300명을 파악해 “고등어축제에 가시면 문화누리카드를 쓸 수 있다”는 안내 문자를 돌렸다. 이 문자를 보고 걸려온 문의전화에 일일이 응대하고 안내했다. 문화누리카드로 축제 현장에서 각종 고등어 식품 등 축제 물품을 사는 데 쓸 수 있도록 일종의 ‘지역화폐’ 개념도 도입했다.

   
고등어축제 현장의 문화누리카드 쿠폰 교환처.
설명하자면, 다양한 액수의 쿠폰(3000원·5000원·1만 원·2만 원 쿠폰)을 마련하고 현장에 부스를 차려 문화누리카드를 소지한 어르신 등이 오면 원하는 액수만큼 쿠폰으로 교환해준 것이다. 이 쿠폰은 오로지 사흘간 고등어축제에서만 쓸 수 있으니 현장에 부스를 차리고 물품을 판매한 업체에도 도움이 됐다. 고등어축제를 주관하는 서구문화원, 현장에 부스를 차린 업체들 그리고 공정여행사 핑크로더 등과 협의하고 협력했다. 결과는 좋았다. 시작할 때 “축제 사흘 동안 문화누리카드 사용 금액이 100만 원을 과연 넘길까” 예상했는데, 실제 사용금액이 약 400만 원에 이르는 호응을 받았다.

비록 작은 사례지만, 이번 시도는 뜻깊은 시사점을 몇 제공한다. 첫째, 문화행정이나 문화정책은 규정을 마련하고 틀을 짜 현장에 ‘던져’놓는다고 다 잘 풀리는 게 아니며, 실행과정을 세심하게 챙기고 빈틈을 보완하면 취지를 훨씬 잘 살리는 ‘과정의 예술’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둘째, 문화누리카드 사용처가 영화 관람과 책 구매에 쏠린다고 분석되는데 이는 사회적 문화향유권을 지원한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지역문화·경제에 별 의미는 갖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자칫 ‘사장’됐을 수 있는 약 400만 원이 지역 문화관광축제 현장에서 쓰인 작은 사례에서 이를 개선할 작은 실마리나마 찾을 수 없을까.

   
셋째, 현재 문화누리카드는 오로지 ‘카드 사용을 통한 소비’로 구조가 일원화돼 있다. 자연스럽게 영화 관람 등에 쏠린다. 이를 예전의 제도처럼, 담당 기관이 자체 기획사업을 통해 지역문화계가 참여하는 문화상품을 만들고, 문화누리카드 이용자가 이용하도록 권유해 ‘문화누리카드-지역문화계’의 협력·상생 구조를 만들 수는 없는가. ‘고등어축제에 간 문화누리카드’는 작은 사례다. 하지만 문화의 일이란, 마당에 낙엽 한 장 뒹구는 것을 보고 천지에 가을이 왔음을 아는 눈이 필요할 때가 많다.

문화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3. 3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4. 4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5. 5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6. 6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7. 7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8. 8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9. 9‘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10. 10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3. 3‘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4. 4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5. 5부산시의회 회의일수 연장 추진…김태효 “충분한 심의 시간 필요”
  6. 6與, 국감 이후 ‘조작기소 특검법’ 본격화
  7. 7[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8. 8‘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9. 9북한군 자주포, 韓 카메라에 찍힐만큼 가까이 배치 …접경지 긴장고조
  10. 10법무장관 박균택·양부남 유력, 野 "李 죄 지우기 인선이냐"(종합)
  1. 1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2. 2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3. 3“SMR 제작·운영·인재양성 부산허브 구축 속도를”
  4. 4FOMC에 반도체 실적까지…널뛰기 장세에 이벤트 촉각
  5. 5스마트링부터 부산 새 패션 브랜드까지…백화점 신수요 공략
  6. 6청년 55% “조건 맞으면 지역 중소기업 갈 것”
  7. 7해상풍력 육성, 정부·동남권 공조가 ‘키’
  8. 8도로정보 실시간 공유, 운전석 없는 車…교통올림픽 달군 국내기술
  9. 9견과류 한 봉지에 980원
  10. 10김창수 위스키 마리골드 52.2도, 롯데마트 268병 한정 단독 판매
  1. 1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2. 2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3. 3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4. 4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5. 5해양·양자 미래산업 닻 올린 부산…청년 인재 끌어당긴다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6일
  7. 7[한 손 뉴스] ‘부캉이 이모티콘’ 나왔다…부산시, 선착순 무료배포
  8. 8생굴의 계절…통영굴수협 초매식
  9. 9부산도시철 현장안전인력 산정 TF 구성 잠정합의(종합)
  10. 10수로입구서 사라졌던 부캉이,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종합)
  1. 1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2. 2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3. 3‘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4. 4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5. 5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6. 6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9. 9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10. 10‘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우리은행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지나-마음
남인목-웃는 나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6일 (음 9월 1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