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27> 질문으로 일어서는 가르침

정답 대신 질문을 눈덩이처럼 키워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26 19:50:47
  •  |   본지 1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대학교는 지금 중간고사 중이다. 선생들은 정밀하게 고안된 질문을 제시하고, 학생들은 옳은 답을 내놓기 위해 책을 찾고 필기를 외운다. 그런데 정해진 답이 있는 이 약속대련은 학생을 지치게 하고 무력하게 한다. 자기 삶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모색에서 일어나는 절실한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그 답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분명히 열심히 가르치고 열심히 공부하는고 있는데도 개인적, 사회적 삶의 지평을 활짝 열어젖히는 통쾌한 일이 좀체 일어나지 않는다.
정해진 답이 있는 ‘약속대련’은 학생을 지치고 무력하게 만든다. 국제신문DB
좋은 선생은 학생들로 하여금 갈수록 힘이 붙어가는 질문을 하도록 이끄는 사람이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선불교의 선사들은 선생 중의 선생이었다. 그들은 답을 주는 대신 질문을 키우는 방법으로 학생들을 이끌었다. 진리를 묻는 학생의 질문에 ‘뜰 앞의 잣나무’라고 대답하고, 정답을 기다리는 학생에게 ‘차 한 잔’을 내밀었다.

이 뜻밖의 가르침은 정답을 기대하던 학생의 질문이 서 있는 지평을 지워버린다. 그리하여 새로운 차원의 질문이 세워지고 선생은 기회를 보아 그것을 다시 허물어버린다. 정답을 가져오면 ‘아니다’는 대답으로 상대하여 그 알고 이해하는 차원을 지워버리기를 거듭한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어떤 사람이 육조혜능스님에게 물었다. “오조 홍인스님의 법은 누가 얻었습니까?” “불법을 아는 사람이 얻었겠지.” “스님은 그 법을 얻었습니까?” “아니!” “어째서 그렇습니까?” “나는 불법을 모르거든.”

질문자는 당황해한다. 육조스님이 누구인가. 전에 없던 깨달음 운동을 이끈 최고의 스승이 아니던가. 그 삶을 직접 목도한 입장에서 그는 분명히 깨달음을 얻은 진정한 스승이다. 그런 스승이 불법을 모른다면 누가 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불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좀처럼 답이 내려지지 않는 이 질문은 마지막 대폭발을 향해 커져간다.

사실 ‘나는 불법을 모른다’는 이 말이야말로 깨달음의 증거이다. 그것은 아는 주체가 사라졌다는 뜻이고, 앎의 대상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만약 석가모니라는 주체가 불법이라는 대상을 알았다고 하면 불법을 비방하는 말이 된다. 석가모니는 앎의 주체와 대상이 사라진 자리에서 진리와 하나로 출렁거리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자면 석가는 불법을 몰랐다. 아는 일은 나와 대상을 나눌 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섭 역시 불법을 전수받지 못했다. 전수받는 주체와 전수받을 대상이 사라져 모든 것이 황금으로 빛나는 지금 당장의 이 현장이 있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조주 스님은 ‘뜰 앞의 잣나무’나 ‘차 한 잔’을 답으로 제시하였다. 그것이 조주 스님에게 있어서 지금 당장의 이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답의 제시에 급급해하는 일은 불교적으로 위험하다. 그것이 이해의 주체와 대상을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이 있다. “여기 한 물건이 있는데,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다. 이름도 없고, 별명도 없다. 뒤도 없고, 앞도 없다. 이것이 무엇인가?” 만약 이 질문을 받아 정답의 제시에 급급해하는 대신 질문과 하나 되어 그것을 눈덩이처럼 키워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공부 잘하는 사람이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3. 3“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4. 4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5. 5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6. 6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9. 9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10. 10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4. 4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5. 5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6. 6[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7. 7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8. 8[속보]‘재정 빨대’·사과 논란 추미애, 국감서 소방관들에게 재차 사과
  9. 9국힘 박수영, 퐁피두 백지화에 1인 시위…”도시 경쟁력 높일 기회 날려“
  10. 10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4. 4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5. 5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6. 6[뭐라노] ‘가덕’ 공사비 상향 문서화 갈등…11월 착공 불투명
  7. 7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8. 8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9. 9‘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10. 10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 1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2. 2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3. 3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4. 4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5. 5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6. 6“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7. 7[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8. 8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9. 9부산 북구, ‘숙등 공유어울림파크’ 내년 4월 개관… 지역 랜드마크 도약 기대
  10. 10해임 억울해 모금한다더니…초등제자 성추행 벌금 납부(종합)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4. 4‘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5. 5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6. 6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7. 7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8. 8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9. 9[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10. 10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