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봉 생각이 나
꽃들 요렇게 조렇게 꽂아놓은 수반 바닥
오열횡대 못들의 싱크로나이즈
일제히 수면 위로 다리를 뻗은 아찔한 자세
그 뒷면엔
호흡을 참느라 줄 서느라 퉁퉁 부은 얼굴들
다 닳았는지 몰라
헤쳐모여 하고 외치면
사라진 기억이 목에서 돋아날까
뭉개진 얼굴에도 다시 피가 돌까
그냥 침봉 생각이 나
살갗에 대고 지그시 문지르면
일부러 지운 아픔이 신열처럼 일어
나 살아있음을 간절히 앓게 할 것 같아
아무렇게나 꽂혀있는 저 나무들
사랑하는 이 앞에 처음 옷 벗을 때처럼
숨이 가빠 발갛게 기다리는 시간처럼
붉은 정수릴 천천히 밀어
허공을 들어 올리고 있다
<시작노트>
가을은 아프네. 이유 없이 아프네. 너무 아파서 일부러 지운 옛 기억들을 단풍 빛깔처럼 뜬금없이 떠오르게 하네. 바야흐로 가을이다.
<약력>
2008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으로 ‘오 작위 작위꽃’. 부산작가회의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