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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는 사절…그 시절 ‘퀸’을 안다면 작정하고 그냥 즐겨라

방호정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관람기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04 18: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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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적 록 밴드 ‘퀸’의 이야기
- 상영관 ‘떼창’ 등 감동후기 속속
- 명곡 탄생과정 보는 팬들 입장선
- 무대 휘젓는 배우들 싱크로율
- 디테일 살린 라이브 공연 등
- 프레디 머큐리에 ‘멱살 잡히듯’
- 스크린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전설적인 록 밴드 퀸(QUEEN)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4일 정오 기준) 누적 관객 50만 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다. 퀸은 한국인이 유독 사랑하는 밴드긴 하지만, 음악영화 치고 반응이 심상찮게 뜨겁다. 평소 극장 출입이 뜸하고 낡은 엘피(LP)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신청곡 청해 듣기를 즐기는 40대 이상 ‘아재’들이 일제히 극장으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전설적 록 밴드 퀸이 스크린에서 되살아나자 ‘아재’들이 극장으로 몰려가 감동의 ‘떼창’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은 영화 속 퀸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지금도 SNS에 수많은 아재들이 경쟁하듯 관람후기와 퀸에 얽힌 추억을 속속 올리고 있다. 감동의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는 신앙 간증에 가까운 후기도 많다. 그 옛날 태권브이를 조종하던 훈이가 일심동체를 ‘시전’(시작하고 전개함)할 때나 터져 나오던 박수와 갈채가 상영관에서 터졌고, 심지어 상영관에서 ‘떼창’이 터졌다는 믿기도 어려운 이야기도 있다.

비록 배우들의 재현이긴 하지만, 커다란 스크린으로 퀸의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공연을 만날 수 있다니 사실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나 또한 학창시절 퀸의 웸블리구장 공연 실황과 프레디 머큐리 추모 공연 실황 비디오테이프를 늘어질 때까지 돌려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결국, 나 역시 프레디 머큐리에게 멱살 잡혀 끌려가듯 아무런 저항도 못 한 채 극장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시작 전, 20세기 폭스사의 익숙한 로고와 함께 나오는 팡파르가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특유의 기타 톤으로 편곡돼 터지는 순간부터 미리 감동받을 만반의 준비를 끝낸다. 그러니까 이제 영화에 대해 평을 하자면…글쎄, 작정하고 깊은 추억에 젖어 감동받으러 몰려간 이들에게 사실 평가 그런 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록 밴드 퀸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신실한 팬들의 ‘간증’에 혹해 관람한 사람은 당황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1960년대 후반 퀸이 결성되기 전부터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까지의 길고 긴 시간을 두 시간 정도로 압축하다 보니 분명 스토리상 허점도 보인다. 그러나 팬들에겐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 등등 명곡이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소중한 체험이었을 것이다. 하드록과 오페라, 글램록, 팝, 발라드, 디스코에 이르기까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수 없는 실험적 시도를 반복한 밴드 퀸은 정작 당시 평론가들에겐 평가절하됐다. 그러거나 말거나 팬들에겐 꾸준히 뜨겁게 사랑받았다.
뮤직비디오보다 공연실황이 더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건 관객과 함께 뜨겁게 소통하며 무대를 만들어가는 프레디 머큐리 특유의 무대 매너 때문일 것이다. 특히 지금도 전 세계에서 응원가로 각광받는 ‘위 윌 락 유’나 ‘라디오 가가’(Radio Gaga) 같은 곡은 관객이 마치 밴드 멤버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곡이다. ‘부적응자를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라는, 프레디 머큐리가 밝힌 퀸의 정체성처럼 퀸은 팬들과 유대감이 몹시 중요했던 밴드다.

실제 인물들과 거의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은, 브라이언 메이와 존 디콘 역을 맡은 배우들에 비해 정작 극의 중심을 끌어가는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은 배우 라미 말렉은 왜소한 체구에, 튀어나온 치아 분장이 유독 눈에 띄어 적응이 힘들었지만, 무대를 휘젓는 프레디의 몸짓과 눈빛을 거의 흡사하게 재현하며 점점 간극을 좁혀간다. 영화의 마지막, 1985년 10만 관중 앞에 선 라이브 에이드 공연 20분은 말 그대로 작정한 하이라이트다.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다. 실제 공연 실황영상과 비교해보면 디테일이 더욱 빛이 난다.

   
극장을 빠져나오며 언제부턴가 위대한 록밴드의 출몰이 멈춰버린 이유가 문득 궁금해졌다. 어쩌면 지금은 음악을 숭배하는 이들보다 평가하고 분석하는 이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 영화를 평가·분석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더 큰 스크린을 찾아 재관람할 계획이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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