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포카페거리는 천혜 문화공간
- 인간 중심으로 일대 가꾼다면
- 삶의 여유와 행복 넘치게 될 것
- 품격있는 도시 위해 고민했으면
가을에는 음악회와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줄을 잇는다. 많은 행사를 보면서 시민의 삶과 문화예술을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예술문화로 시민의 삶을 더 풍성하게 가꿀 방법이 또 없을까 궁리한다. 그러다 ‘차 댈 곳 없는 전포카페거리, 인근 운동장 개방이 답’이라는 기사(지난달 31일 자 국제신문 6면 보도)를 보면서 끝 모를 생각에 빠져 들었다.
| |  |
| 부산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청소년복합문화센터 놀이마루(왼쪽·부산 부산진구)와 경남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지혜의바다 도서관(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놀이마루는 운동장을 주차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받은 상태이다. 한편 지혜의바다 도서관은 밤 10시까지 문을 열어 가족 단위 방문객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
보도에 따르면, 인근 운동장은 ‘놀이마루’이며 주말만이라도 이 운동장을 개방하면 500대 분량의 주차가 해결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잘 활용하면 교육청은 주차 수입, 부산진구는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발언도 담았다. 현실적 대안이라? 이는 주차를 위한 현실적 대안을 말한다. 이런 주장이 부산진구 발전 정책토론회에서 나왔다 하니 필자는 아찔했다.
먼저, 전포카페거리를 살펴보자. 이곳은 뉴욕타임스가 추천하기도 한 명소다. 도시의 중앙, 서면에 위치한다. 사통팔달이라는 뜻이다. 어디서든 대중교통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다. 카페는 여유를 위해서 찾는 공간이다. 책을 볼 수도 차를 마실 수도 있고, 혼자만의 시간이나 친구들과 담소를 위해 찾는 곳이다. 이런 곳은 자동차보다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 더 많이 확보돼야 하며, 더욱 엄격한 불법 주차 단속으로 사람들의 보행이 자유로워야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아예 차 없는 거리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래야 거리의 공연예술도 함께 살아 움직일 수 있다. 카페와 예술이 만나는 거리, 우리가 그토록 찬사를 아끼지 않는 유럽의 카페와 거리예술 현장이다. 이런 곳은 사람을 위한 공간 확보가 우선이다. 유럽 카페거리만 해도 차를 위한 공간을 잘 갖추지 않는다. 카페거리 초입에는 1963년 부산 최초로 개관한 부전도서관이 있다. 매우 드문 도심 한복판의 도서관이다. 책을 통해 삶이 꽃핀다는 것을 고려하면 도서관과 연계할 방안은 많다.
필자는 부산에서 문화운동을 하면서 지난 35년 동안 부산 전역에 걸친 ‘문화지도’를 수백 장 그려보았다. 기초자치단체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을지, 부산시는 어떠한 모습으로 발전해갔으면 좋을지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수없이 그렸다. 선출직 공무원들이 바라는 당장의 표와는 거리가 있는, 장기적인 그림이라 대부분 외면했다. 그럼에도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카페거리는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 큰 그림으로 진정한 카페 문화가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하는 작업이 우선이다. 주차난은 물리적 공간의 한계도 있지만, 최대한 가까이에 주차하고 싶은 개인의 욕심에서 나온 것이다.
조금 각도를 바꾸어보자. 창원에는 경남도교육청이 폐교의 체육관을 활용한 ‘지혜의 바다도서관’이 있다.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책 읽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체육관의 높은 공간을 그대로 활용했기에 훌륭한 무대 역할도 톡톡히 한다. 이를 활용한 다양한 공연과 인문학 강연이 이뤄진다.
필자가 최근 찾았을 때 늦은 시간에도 독서삼매경에 빠진 행복한 가족이 많았다. 책 읽는 가족의 얼굴에 퍼지는 행복감을 보면서 품격 있는 도시의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도시의 품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당장의 편리함과 이기심을 조금은 멀리할 수 있는 시민의 힘과 더불어 공간에 대한 정책의 구체적인 그림이 동반해야 한다.
지금의 놀이마루는 옛 중앙중학교 자리이다. 이후 궁리마루를 거쳐 현재에 이른다. 부전도서관이 부산 도서관 문화의 산실이라면 앞으로 이곳을 도서관의 역사와 책의 역사를 담은 도서역사관으로 만들고, 놀이마루 자리에는 부산을 대표하는 초대형 공공도서관이 들어서야 한다. 공공도서관의 역할은 참으로 광범위하다. 책은 삶의 모든 것을 다루기에 다양한 예술을 비롯해 삶의 모든 분야를 도서관은 품어야 한다. 도시의 모든 자료를 품고 모든 시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도시의 심장으로 일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 도서관으로 말이다. 미래를 밝게 그릴 수 있는, 여유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 중심의 도시가 돼야 한다.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