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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허세 대신 실속 ‘완벽한 타인’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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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웬만한 한국영화 제작비는 100억 원이 훌쩍 넘어간다. 티켓파워가 있는 스타들을 캐스팅하고, 규모가 큰 세트에서 컴퓨터그래픽이 들어가는 액션을 촬영하면 100억 원이 우습게 나간다. 예를 들어 지난 추석 시즌에 흥행 1위를 차지한 ‘안시성’의 경우 순 제작비와 배급 마케팅비를 포함한 총 제작비가 215억 원 가량 들었는데,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600만 관객 이상이 들어야 하는 액수다.
   
영화 ‘완벽한 타인’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7일까지 ‘안시성’의 누적관객수는 544만 명으로 올해 전체 개봉작 6위, 한국영화 중에는 ‘신과함께-인과 연’에 이어 2위에 해당하지만 순수하게 극장수입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 시즌에 개봉한 ‘물괴’ ‘협상’ ‘명당’은 ‘안시성’보다 나을 것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31일 개봉한 ‘완벽한 타인’이 개봉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향후 제작비 대비 수익률이 굉장히 높을 것으로 예상돼 충무로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완벽한 타인’의 순 제작비는 30억 원으로 상업영화의 배급 마케팅비(P&A)를 포함한 총 제작비는 58억 원이다. 고정비용 성격이 짙은 배급 마케팅비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순 제작비 30억 원은 평균 한국 상업영화 순 제작비의 절반 정도다. 소재와 기획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알짜배기 영화로, 제작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영화의 대부분이 집안에서 벌어지는 ‘완벽한 타인’은 배우들이 한 달 가량 모여서 집중해 촬영했으며, 전체 촬영 기간도 한 달 반 정도였다. 일반 상업영화가 석 달 이상 촬영하는 것을 보면 촬영일정을 짧게 하고, 로케이션을 최소화시킨 것이 제작비를 줄이는데 주효했다. 대신 한정된 장소가 줄 수 있는 지루함을 긴장감 넘치는 상황과 웃음을 주는 대사, 다양한 사운드와 앵글,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극복했다. 이를 위해 치밀한 프리 프로덕션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요즘 상업영화를 표방한 한국영화들은 천만 관객을 향해 뛰어드는 부나방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모두 크고, 많고, 화려하고, 요란한 영화에 달려드는 것 같다. 하지만 ‘완벽한 타인’처럼 제작비를 줄이면서도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신선한 소재, 짜임새 있는 연출, 그리고 베테랑 배우들의 호흡이 앙상블을 이룬 영화들이 현재 한국영화계에 필요하다.

   
현재 ‘완벽한 타인’이 충무로 제작자들에게 준 충격은 2006년 ‘달콤, 살벌한 연인’이 흥행에 성공했을 때와 비슷하다. 신선한 소재와 세련된 연출이 돋보였던 ‘달콤, 살벌한 연인’은 당시 평균제작비의 4분의 1도 안 되는 9억 원으로 완성된 영화로, 208만 명의 관객을 모아 어려움을 겪던 한국영화계의 대안처럼 여겨졌었다. 하지만 뒤를 잇는 영화들이 등장하지 않아 그 파문은 파도가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12년이 지나 ‘완벽한 타인’이 준 파문은 어떻게 될까? 마치 한국축구를 이야기할 때 고질적 문제로 언급되는 ‘골 결정력 부족’처럼 한국영화도 ‘시나리오의 부재’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똑똑한 중저예산 영화을 위해 메인 제작자와 투자사들이 개발과 투자를 하게 되는 기폭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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