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최계락문학상에 응모한 작품집들 가운데 박진규 시집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와 김춘남 동시집 ‘아직도 피노키오’를 공동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1차로 추려낸 열 몇 권의 시집을 돌려보며 심사숙고를 거듭하고 논의를 거친 다음 두 권의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 모든 심사위원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왼쪽부터 선용 동시인, 박태일 시인, 정훈 문학평론가

박진규 시인의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는 인간의 심성과 감성이 얼마나 자연의 거대한 품에 뉘어 있는지 새삼 일깨우는 빛나는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앙상해지고 메말라가는 겨울나무처럼 외롭고 고독한 존재라 느끼는 때가 있더라도, 사실은 혈육의 체온이 넌지시 건네는 따뜻하고 풍요로운 우주에 두둥실 안겨 있음을 그의 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에게서 발원해 가족을 거쳐 이 세상을 이루는 생명을 지닌 존재들이 화톳불처럼 서로가 서로를 아낌없이 껴안고 있다는, 부정하기 힘든 진실을 시인은 시로 증명한다.

김춘남 시인의 ‘아직도 피노키오’는 동시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을 순박하면서도 재치 있는 언어로 보여준다. 일상에서 저보란 듯 고개를 불쑥 내미는 생명의 둘레를 포함한 식물과 사람과 사물의 눈동자를 읽어내어 이를 깨끗한 동심의 세계로 보듬어 안내하는 시인의 손길에서 개구쟁이의 웃음과 슬기를 느낀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욱 정진해서 지금까지 저마다 일궈온 시 세계와 개성을 벼리길 기대하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올린다.

심사위원=선용(동시인), 박태일(시인), 정훈(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