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18> 양산 단풍콩잎장아찌

늦가을 서리에 노오란 콩잎 … 오메~ 밥상에 단풍 들겄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15 18:57:37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1995년까지 양산에 속했던
- 기장의 싱싱한 수산물 활용

- 노란 단풍콩잎을 따다가
- 멸치젓국 버무려 콩잎장아찌
- 된장에 담그는 된장콩잎장아찌
- 새콤 시원한 콩잎물김치까지
- 없던 입맛도 살아나는 맛

- 학창시절 도시락 단골반찬
- 양념장 샜던 일도 추억이 되다

부산은 여러 시기에 걸쳐 다양한 지역 사람들이 정착해 ‘지금의 부산’을 이룬 도시이다. 부산의 음식과 음식문화도 팔도에서 온 이주민들의 음식이 ‘부산화’되는 정착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른다. 특히 대도시인 부산의 음식과 음식문화는 그 바탕에서 이웃한 지역인 김해와 양산에서 이주해온 이들의 영향 또한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부산의 강서구는 원래 ‘김해군’에 속했다가 1978년 부산으로 편입됐고, 기장군은 양산에서 분리돼 부산으로 편입된 역사를 지녔기에 더욱 그러하다.

■곡창지대 양산의 소울푸드

   
짭조름한 단풍콩잎장아찌를 흰 쌀밥에 올려 싸먹으면 없던 입맛도 되살아 나는 것만 같다.
양산은 낙동강을 중심으로 부산과 경계가 맞닿은 지역이다. 양산시는 경상남도의 곡창 지대로 예부터 논농사가 발달했다. 게다가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풍부한 민물 식재료가 풍부했고 1995년까지 양산군에 속했던 기장지역의 싱싱한 수산물을 이용한 음식도 풍성하게 펼쳐지던 곳이다. 기장 대변의 멸치로 젓갈을 만들어 다양한 음식과 양념으로 활용했기에 대체로 음식이 짜면서도 양념 등이 짙은 편이다. 음식의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제피를 사용하는 음식도 많은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양산지역의 지리 특성을 잘 반영한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단풍콩잎장아찌’이다. 단풍콩잎장아찌는 경상도 전역에서 늦가을 서리를 맞아 노랗게 단풍이 든 콩잎을 따서 삭힌 뒤, 된장 또는 멸치젓갈 양념에 버무려 먹는 음식이다.

양산의 ‘단풍콩잎장아찌’는 다른 지역과 달리 콩잎을 멸치젓갈로 만든 양념으로 빡빡하게 버무려서 먹는다. 우선, 노랗게 단풍 든 콩잎을 보름여 소금물에 넣고 삭힌다. 그리고 멸치젓국을 달여 만든 맑은 멸치액젓에 고춧가루, 마늘, 파, 생강 등속을 넣은 양념장을 만들어, 콩잎마다 한 장 한 장 발라 숙성시킨다. 이때 양념은 김치양념보다도 더 많이 넣어, 양념에 콩잎을 재우듯 넉넉히 담가야 한다.

■콩나물콩잎과 메주콩잎

   
단풍콩잎장아찌
단풍콩잎장아찌 재료로 콩나물 콩잎을 주로 쓰는데, 메주콩잎을 사용하기도 한다. 양산 사람들은 “메주콩잎보다 콩나물 콩잎으로 담그는 것이 입속 느낌도 좋고 더 맛있다”고들 한다.

맛이 든 단풍콩잎장아찌는 겨우내 양산 사람들 밥상 한가운데 떡 하니 자리하고는, 끼니마다 그 입맛을 돋워주는 음식이다. 뜨거운 밥에 얹어 먹거나 콩잎에 밥을 얹어 젓가락으로 도르르 감아 먹으면, 가슬가슬한 콩잎에 진하고 짭조름한 양념이 배여 늘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또한 가을에 담근 단풍콩잎장아찌는 해를 넘겨 한여름까지 먹는데, 입맛 없는 여름철 반찬으로는 더할 나위가 없다. 찬물에 밥 말아 단풍콩잎장아찌 한 장 척 얹어 입에 넣으면, 더위에 지친 입맛이 바로 되돌아오는 별미 중 별미다.

   
된장콩잎장아찌
원래 콩잎은 멸치젓국 양념으로 담근 ‘단풍콩잎장아찌’와 된장에 박아 놓은 뒤 일정 기간 지나면 먹는 ‘된장콩잎장아찌’, 양념을 발라 발효한 뒤 새콤하게 먹는 ‘콩잎김치’ 등을 널리 먹는다. 여름철에는 입맛 없을 때 부드럽고 여린 콩잎을 풀물에 며칠 재운 ‘콩잎물김치’로도 먹는다. 콩꽃이 피기 전 연하고 어린 콩잎을 따 콩잎물김치를 담그는데, 콩잎 특유의 향과 함께 가슬가슬한 느낌이 입속에서 흔쾌하다. 특히 새콤 시원한 국물은 해장에도 좋고 국수에 말아 먹어도 좋다.

■박정애 시인의 ‘콩잎 추억’

   
콩잎물김치
청양고추를 듬뿍 넣고 끓인 ‘찐 장(가마솥 밥을 지을 때 함께 넣고 찐 뻑뻑한 강된장)’에 쌈을 싸서 먹어도 근사하다. 콩잎 두어 장에 밥을 올리고 그 위에 ‘찐 장’을 듬뿍 올린 다음 입안 가득 싸 먹는 것이다. 그리고 기장멸치로 삭힌 멸치젓국을 땡초와 함께 쌈으로 싸 먹는 ‘콩잎 멸치젓갈 쌈’ 또한 입맛 없을 때 최고의 음식이다.

어릴 적 양산군에서 자란 박정애 시인에게서 콩잎장아찌의 추억담을 듣는다. “양산 사람들은 콩잎을 참 좋아해요. 사시사철 콩잎으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지요. 봄·여름에는 야들야들한 콩잎으로 새콤하게 물김치를 담가 먹고, 밥물 들어간 구수한 ‘찐 장’으로 쌈도 싸 먹어요. 가을·겨울이면 된장에 박아서 익힌 된장콩잎장아찌와 멸치젓국 양념에 버무린 단풍콩잎장아찌를 먹는데, 끼니마다 없어서는 안 될 밑반찬이었지요.”

박 시인 또한 어릴 적부터 단풍콩잎장아찌를 즐겨 먹었는데, 콩 이파리에 있는 ‘엽맥’이 질겼던지 부드러운 잎만 먹고 엽맥은 남겼단다. 그래서 밥을 먹고 난 밥상 위에는 콩 이파리 엽맥이 생선가시처럼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고.

“학교에 갈 때 도시락을 싸서 가잖아요? 양산에는 도시락 반찬이 거의 콩잎장아찌였어요. 그래서 콩잎장아찌 ‘장물(양념국물)’이 가방 속에 넘쳐흐르는 건 일상다반사였지. 중학교 때까지는 예사로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때는 ‘장물’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부끄럽기도 하고 해서 도시락을 안 싸 가려고도 했지요.”

■밥상 위에 물든 단풍

   
양산의 시장에서 만난 된장깻잎, 된장콩잎, 양념깻잎 그리고 단풍콩잎장아찌.
박 시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양산 사람들에게 콩잎장아찌는 어릴 적 아련한 추억과 가족과 함께했던 밥상머리의 따뜻한 기억을 반추해내는 ‘양산의 소울푸드’임을 바로 알겠다. 양산 특유의 향토음식 중 하나인 ‘단풍콩잎장아찌’와 ‘된장콩잎장아찌’를 사서 밥상을 차린다.

상을 차리고 보니 늦가을 밥상이 온통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하다. 노란 단풍콩잎에 넉넉하게 밴 붉은 양념, 누런 된장양념 속 진녹색 콩잎, 붉으락푸르락 조선상추… 밥상에 단풍 든 가을 산을 옮겨놓은 것만 같다.

두 가지 콩잎장아찌를 번갈아 가며 고슬고슬 잘 지은 흰 쌀밥 위에 한두 잎씩 올려서 먹는다. 담백한 쌀밥에 짙은 양념이 섞이면서 짭조름하고 구수한 냄새가 확 치고 오른다. 가슬가슬하면서도 쫀득쫀득한 식감이 입맛을 제대로 살려준다. 단풍콩잎장아찌를 펴서 밥을 올리고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다. 약간 질긴 듯 씹히는 콩잎이 씹는 맛을 배가시켜준다. 마치 소고기를 씹는 느낌이다. 잘 익은 멸치젓갈의 진한 풍미도 근사하다. 밥이 쉴 새 없이 꿀떡꿀떡 잘도 넘어간다.

된장콩잎장아찌 또한 짭짤하면서도 달곰하다. 된장콩잎장아찌는 된장에 박아놓고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어서 사철 반찬이기도 하다. 뜨끈한 밥과 함께 먹어도 좋겠지만 물에 말아 얹어 먹어도 좋겠다. 이러구러 먹다 보니 밥 한 그릇 뚝딱이다.

   
예부터 흉년이 들면 백성을 돕기 위한 구황(救荒) 작물로 널리 활용되었던 콩잎. 농업을 근간으로 하던 우리 민족에게는 어렵던 시절 가장 친숙했던 추억이 담긴 식재료이기도 하다. 요즘도 양산의 ‘출향 인사’들이 선호하는 고향 음식 또한 콩잎장아찌라 하니, 그 매력과 위세를 미루어 짐작할만하다.

음식문화칼럼니스트·시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4. 4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5. 5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6. 6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7. 7[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8. 8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9. 9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0. 10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9. 9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7. 7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0일
  9. 9“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