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28> 규화보전과 흡성대법

각자 목소리 충실할 때 화음 완성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23 19:06:54
  •  |  본지 1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중국 무협 소설 대가인 진융(金庸)이 타계했다. 그의 소설은 중국 초중고의 국어 교과서에 두루 수록되어 있고, 진융학이라는 별도의 학문 장르가 성립되어 있기까지 하다. 알리바바의 창업주인 마윈 회장이 진융의 열성 팬으로서 ‘소오강호’의 은둔 고수 ‘풍청양’을 자기의 별명으로 삼고, 알리바바 본사의 회의실을 ‘광명정’으로 명명했다는 것은 비교적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진융은 무협 소설을 통해 불교에 대한 탁월한 안목을 드러낸 것으로도 유명한데, 마윈 회장이 심취한 ‘소오강호’가 특히 그렇다. 유명한 동방불패가 바로 이 소설의 핵심 악인으로 그는 ‘규화보전’이라는 비전의 무공을 익혀 천하제일이 된다. 그의 무공은 너무나 막강해서 주인공을 포함한 4명의 절세고수가 연합전선을 펴도 이길 수 없다. 그런데 이 규화보전은 남성이 남성을 포기할 때에만 익힐 수 있다. 그러니까 동방불패는 천하제일의 무공을 얻기 위해 자기의 남성을 포기했던 것이다. 작가는 이 점을 들어 이 무술을 악의 표징으로 해석한다. 이 세상에 없는 특별한 천하제일의 비법을 설정하고 그것에 집착하는 일을 불교에서는 ‘법집’(法執)이라 부른다. 특별한 비법이 따로 있다면 동방불패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이 평범한 나, 나다운 나를 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불교에서는 지금 이것의 밖에 진리가 따로 있을 수 없음을 역설한다. 동방불패는 나의 나다움을 버렸다. 그런 점에서 그는 전형적 사마외도에 해당한다. 안타깝게도 규화보전의 주위에는 자기의 자기다움을 버리고 천하제일의 무술에 집착하는 일군의 무예인들이 출몰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이 천하제일의 무공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기의 모든 것을 잃고 만다.

규화보전의 상대편에 ‘흡성대법’이 있다. 흡성대법은 자신과 만나는 상대의 힘을 흡수해 빼앗는 것을 본질로 하는 무공이다. 동방불패와 원수 사이인 ‘임아행’은 이 무술을 가지고 온 무림을 어지럽힌다. 당연히 임아행은 악의 다른 한 축이 된다. 내가 만나는 것을 나의 것으로 소유하고 이에 집착하는 일을 불교에서는 ‘아집’(我執)이라 부른다. 이 아집은 가장 유치한 단계에서 가장 고급한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양을 바꿔가며 살아남아 주위를 파괴하고 각자를 자아파멸의 길로 안내한다.

이 무시무시한 아집과 법집의 사이를 주인공의 ‘독고구검’이 유희한다. 이 검법은 나와 대상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지금 이것에 활짝 열리는 일로 성취된다. 은둔 고수 풍청양은 주인공에게 항상 묻는다. ‘지금 네 앞의 이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이야말로 천변만화로 변하여 들어오는 번뇌의 칼날을 연꽃으로 만드는 묘약이다. 무수히 반복 재생되는 미혹을 그대로 지혜로 만드는 선약이다. 아니나 다를까, 독고구검을 익힌 주인공은 동방불패의 규화보전에 협연을 하는 자세로 상대하고, 임아행의 흡성대법을 가지고 나의 힘을 나눠주는 데 쓴다.

최상의 법이 따로 있지 않고, 천하제일을 주장할 나가 따로 있지 않다. 나를 포함한 이 세상은 완벽하게 꾸려진 합창단이다. 각자 충실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아름답게 조화된 화음이 발현된다. 잊지 말자! 내 목소리만 주장하면 흡성대법이고, 화음을 위한다고 내 목소리를 죽이면 규화보전이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동래구에 붙은 선거벽보
  2. 2‘진격의 개미’ 주식계좌 한 달새 86만 개 늘었다
  3. 3[서상균 그림창] 바쁘고…기쁘고…나쁜
  4. 4민주당 ‘수영강 벨트’ 집안싸움에 원팀 흔들
  5. 5미국 확진자 20만명 넘어서…13일 만에 20배 급증
  6. 6화상통화로 면접시험 치뤄요
  7. 7김해갑 TV토론…후보별 ‘신공항’ 찬반 난타전
  8. 8144년 전통 윔블던 대회도 취소
  9. 9[도청도설] 슬기로운 ‘집콕’ 생활
  10. 10낙동강 하구를 국가도시공원으로 <8> 앞으로의 20년
  1. 14·13 총선 D-13, 여·야 공식 선거운동 시작
  2. 2코로나19 우려에도 한 표 행사하는 재외국민들…"무섭지만 투표는 꼭 해야"
  3. 3네이버, 오늘(2일)부터 급상승 검색어 중단…댓글 작성 시 실명 인증
  4. 4부산·경남 국회의원인데 … 40%가 강남에 아파트 보유
  5. 5부산 선거 벽보 3639곳 부착 시작…훼손하면 처벌
  6. 6코로나19 사태로 울산 기업경기전망지수(BIS) 세계금융위기 수준 하락
  7. 7재외투표 첫날 …해외 유권자들 소중한 ‘한 표’ 행사
  8. 8선관위, 전국 8만 6000여 곳에 후보자 선거벽보 게시
  9. 9 ‘결혼정보 무료제공, 2천만 원 결혼장려금 지원 등 공약에 대해 물었습니다
  10. 10문 대통령 "후반기 국가균형발전 정책 등 더 열심히 해달라"
  1. 1‘진격의 개미’ 주식계좌 한 달새 86만 개 늘었다
  2. 2한국은행, 양적완화 돌입…RP 5조2500억 첫 매입
  3. 3삼성전자 해외공장 25% ‘셧다운’…항공사 대량실직 현실화
  4. 4종부세 납부 대상자 긴급재난지원금 못 받을 듯
  5. 55대 은행 원화 대출 지난달 20조 원 증가
  6. 6주가지수- 2020년 4월 2일
  7. 7석 달간 물가 1%대 상승…코로나19로 식재료 가격↑
  8. 8금융·증시 동향
  9. 9부산항 입항 요청 크루즈 2척 중 1척 조건부 허용
  10. 10
  1. 1부산시, 인도네시아서 온 119번째 확진자 동선 공개
  2. 2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향후 방향,주말 이전 밝힐것” (종합)
  3. 3경남 김해, 영국서 귀국한 20대 코로나19 신규 확진
  4. 4마스크 공급량 안정권 들어서나…사라져가는 '마스크 줄'
  5. 5창원시, 코로나19 실직 청년 희망지원금 신청 접수
  6. 6이탈리아 신규 확진자 4000명대 유지…전문가 "확산세 정점 도달"
  7. 7부산경찰, 아동성착취물 및 불법촬영물 텔레그램 판매자 검거
  8. 8부산 지역사회 감염 10일째 '0'…자가격리자는 1247명
  9. 9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9976명…89명 늘어
  10. 10거제시, 정부 지원 제외된 소득상위 30% 에 최고 50만 원 지원
  1. 1코로나19 여파로 윔블던 취소…2차대전 이후 처음
  2. 2방구석 1열서, 함성 대신 댓글…랜선 스포츠 시대
  3. 3추신수, 마이너리거에 1000불씩 ‘특급 선행’
  4. 4144년 전통 윔블던 대회도 취소
  5. 5‘병역 특례’ 손흥민 해병대서 기초군사훈련
  6. 6
  7. 7
  8. 8
  9. 9
  10. 10
이경식의 '철학 기행'
토지, 공존과 상생의 토대
성백의 아츠버스(ArtsBus)…유라시아를 달리다
한달여를 달려 유럽의 국경에 서다
김석화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청각장애인의 ‘목소리’ 수어 엿보기
목격자 되기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프로파일러와 영화 보며 ‘진짜’ 범죄 이야기 들어요
오웰 흔적 찾아 떠난 여행담…그의 삶과 작품 얘기해요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에 대해
그 많은 학원 다녀도 못 푸는 문제…참된 삶이란 무엇일까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동생의 진로. 수국
웹툰 작가의 연애. 빵야
새 책 [전체보기]
우리가 사랑했던 그리운 그 작가(조성일 지음) 外
오웰의 코(존 서덜랜드 지음·차은정 옮김)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골프계가 말하는 트럼프의 민낯
편견과 차별에 맞선 과학자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부산 마리나’ - 박경태 作
‘기억의 경계12’ - 김인옥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잉어 할아버지가 매일 바쁜 이유 外
콩과 함께 흥미진진한 등굣길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무릉리 돌담 /김정
구포역 /문운동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킹덤2’ 김은희 작가
영화 ‘이장’ 정승오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이승환·신승훈 목소리와 함께한 ‘30년’
다시 뜨거워지는 ‘월화드라마’ 시장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봉준호 영화와 ‘사건’의 철학
‘페인 앤 글로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북코칭 전문가의 책 잘 읽는 이야기
숱한 차별을 버텨온 당신에게 박수를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봄의 시작점에서
함께 살아가고 부딪치는 사람, 그리고 공동체를 향해
BIFF 리뷰 [전체보기]
폐막작 ‘윤희에게’
‘마르게와 엄마’
BIFF 현장 [전체보기]
위장이혼 하자마자 복권에 당첨된 남자
“장애인 돌봄 활동하며 느낀 점 영화에 담아”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4월 2일
묘수풀이 - 2020년 4월 1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4월 2일(음 3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0년 4월 1일(음 3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 10월 11일·12일
오늘의 BIFF - 10월 10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後浪催前浪
寵愛若驚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