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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여자] ‘미련과 후회’로 연말을 보내려는 당신을 위해 /강이라

불과 얼음 - 프로스트 지음/정현종 옮김/민음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23 19:01:5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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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과 전원생활 사랑한 시인
- 농부로 살며 쓴 소박한 시들
- 자작나무 타듯, 오솔길을 밟듯
- 유연하고 충만한 삶을 노래

올해의 끝이 조금씩 보입니다. 연초의 굳건한 다짐과 계획은 온전히 지켜졌고 잘 이루어졌는지요. 바람대로 이루어진 것도 있겠지만 기대에 못 미쳐 아쉬운 일들도 하나둘 남기 마련입니다. 끝까지 채우지 못한 다이어리의 여백에 후회와 미련만 가득한가요. 그렇더라도 한숨 쉬지 마세요. 11월의 당신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가 있습니다. 프로스트의 ‘걸어 보지 못한 길’입니다.
프로스트의 ‘걸어 보지 못한 길’은 새로운 생에 대한 도전이 삶을 바꾸어 놓았음을 회상하며 인생 행로에 대한 깨달음을 전한다. 사진은 전남 구례군 당동마을의 낙엽 깔린 숲길. 국제신문 DB
‘단풍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시의 첫 부분입니다. 어떤가요. 우리의 상황과 같지 않은가요.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갈등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포기한 나머지 길에 대한 아쉬움은 늘 남습니다.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우리는 보통 좀 더 확실하고 안전해 보이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인은 사람이 많이 밟은 흔적이 있는 길 대신에 서리 내려 아무 발자국도 없는 길을 선택합니다. 우리 또한 쉽지 않은 도전, 낮은 가능성에도 하고 싶은 일이 하나씩은 있습니다. ‘먼저 길은 다른 날 걸어 보리라 생각했지요. 인생길이 한 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포기에 따른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은 일 앞에서 우리는 더욱 고민합니다. 학업, 취업, 결혼 같은 중요한 결정의 순간엔 가야 할 길보다는 다시 가지 못할 길을 돌아보며 계속 망설입니다. 옳은 선택인지 바른 결정인지는 시간이 충분히 흘러야 알 수 있으니까요.

시인은 마지막 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고’. 여기서 내뱉는 한숨은 아쉬움과 미련보다는 생에 대한 달관과 겸허함으로 읽힙니다. 평범하고 쉬운 길 대신에 사람이 덜 밟은 길, 즉 미개척 분야, 새로운 생에 대한 도전을 선택했고 그 길이 삶을 바꾸어 놓았다고 시인은 회상합니다. ‘길’이란 시어에는 인생행로에 대한 시인의 원숙한 안목과 경험적 깨달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추스르고 마무리하는 요즘 같은 계절에 잘 어울리는 시입니다.

숲과 전원생활을 사랑했던 프로스트의 시는 농부와 농사일을 소재로 삼아 소박하고 간결합니다. 실제로 그는 미국 뉴잉글랜드의 버몬트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청경우독(갠 날에는 농사를 짓고 비 오는 날에는 책을 읽는)의 삶을 살기도 했습니다. 또한 1963년 심장마비로 죽기 전까지 퓰리처상을 4회 수상했으며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는 축시를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프로스트는 현대 미국 시인 중 가장 순수한 고전적 시인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시인의 서정을 잘 드러내는 다른 시도 함께 소개해 봅니다. ‘자작나무’란 시입니다.

‘나는 자작나무 타듯 살아가고 싶다. 하늘을 향해 설백의 줄기를 타고 검은 가지에 올라 나무가 더 견디지 못할 만큼 높이 올라갔다가 가지 끝을 늘어뜨려 다시 땅 위에 내려오듯 살고 싶다. 가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좋은 일이다. 자작나무 흔드는 이보다 훨씬 못하게 살 수도 있으니까’. 희망과 절망, 고독과 풍요, 충만과 상실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우리는 자작나무 줄기를 타듯 유연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거미줄에 걸려 얼굴이 간지럽고 작은 가지에 맞아 눈에서 눈물이 나더라도 말이지요. 한 해의 끝과 새로운 시작 앞에서 우리는 또 가보지 못한 길을 돌아보겠지요. 다시 돌아가지 못할 줄을 알면서도. 괜찮아요. 세상은 사랑하기에 알맞은 곳이고 이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디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니까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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