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과 전원생활 사랑한 시인
- 농부로 살며 쓴 소박한 시들
- 자작나무 타듯, 오솔길을 밟듯
- 유연하고 충만한 삶을 노래
올해의 끝이 조금씩 보입니다. 연초의 굳건한 다짐과 계획은 온전히 지켜졌고 잘 이루어졌는지요. 바람대로 이루어진 것도 있겠지만 기대에 못 미쳐 아쉬운 일들도 하나둘 남기 마련입니다. 끝까지 채우지 못한 다이어리의 여백에 후회와 미련만 가득한가요. 그렇더라도 한숨 쉬지 마세요. 11월의 당신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가 있습니다. 프로스트의 ‘걸어 보지 못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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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스트의 ‘걸어 보지 못한 길’은 새로운 생에 대한 도전이 삶을 바꾸어 놓았음을 회상하며 인생 행로에 대한 깨달음을 전한다. 사진은 전남 구례군 당동마을의 낙엽 깔린 숲길. 국제신문 DB |
‘단풍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시의 첫 부분입니다. 어떤가요. 우리의 상황과 같지 않은가요.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갈등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포기한 나머지 길에 대한 아쉬움은 늘 남습니다.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우리는 보통 좀 더 확실하고 안전해 보이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인은 사람이 많이 밟은 흔적이 있는 길 대신에 서리 내려 아무 발자국도 없는 길을 선택합니다. 우리 또한 쉽지 않은 도전, 낮은 가능성에도 하고 싶은 일이 하나씩은 있습니다. ‘먼저 길은 다른 날 걸어 보리라 생각했지요. 인생길이 한 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포기에 따른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은 일 앞에서 우리는 더욱 고민합니다. 학업, 취업, 결혼 같은 중요한 결정의 순간엔 가야 할 길보다는 다시 가지 못할 길을 돌아보며 계속 망설입니다. 옳은 선택인지 바른 결정인지는 시간이 충분히 흘러야 알 수 있으니까요.
시인은 마지막 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고’. 여기서 내뱉는 한숨은 아쉬움과 미련보다는 생에 대한 달관과 겸허함으로 읽힙니다. 평범하고 쉬운 길 대신에 사람이 덜 밟은 길, 즉 미개척 분야, 새로운 생에 대한 도전을 선택했고 그 길이 삶을 바꾸어 놓았다고 시인은 회상합니다. ‘길’이란 시어에는 인생행로에 대한 시인의 원숙한 안목과 경험적 깨달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추스르고 마무리하는 요즘 같은 계절에 잘 어울리는 시입니다.
숲과 전원생활을 사랑했던 프로스트의 시는 농부와 농사일을 소재로 삼아 소박하고 간결합니다. 실제로 그는 미국 뉴잉글랜드의 버몬트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청경우독(갠 날에는 농사를 짓고 비 오는 날에는 책을 읽는)의 삶을 살기도 했습니다. 또한 1963년 심장마비로 죽기 전까지 퓰리처상을 4회 수상했으며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는 축시를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프로스트는 현대 미국 시인 중 가장 순수한 고전적 시인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시인의 서정을 잘 드러내는 다른 시도 함께 소개해 봅니다. ‘자작나무’란 시입니다.
‘나는 자작나무 타듯 살아가고 싶다. 하늘을 향해 설백의 줄기를 타고 검은 가지에 올라 나무가 더 견디지 못할 만큼 높이 올라갔다가 가지 끝을 늘어뜨려 다시 땅 위에 내려오듯 살고 싶다. 가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좋은 일이다. 자작나무 흔드는 이보다 훨씬 못하게 살 수도 있으니까’. 희망과 절망, 고독과 풍요, 충만과 상실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우리는 자작나무 줄기를 타듯 유연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거미줄에 걸려 얼굴이 간지럽고 작은 가지에 맞아 눈에서 눈물이 나더라도 말이지요. 한 해의 끝과 새로운 시작 앞에서 우리는 또 가보지 못한 길을 돌아보겠지요. 다시 돌아가지 못할 줄을 알면서도. 괜찮아요. 세상은 사랑하기에 알맞은 곳이고 이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디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니까요.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