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하를 연구하는 천체물리학과 교수
- 하와이 4207m 높이의 천문대에서
- 우주신비를 시어로 풀어낸 ‘천체순례’
하와이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고운 모래가 끝없는 와이키키 해변? 이름만 들어도 나를 부르는 듯한 호놀룰루? 어디든 하와이는 편안한 휴식의 상징이다. 그런데 하와이에는 전 세계 천문학자가 가고 싶은 천문대도 있다. 4207m 높이의 마우나케아 정상 천문대는 성능이 뛰어난 망원경이 13대 설치돼 있다. 이 높이에서 공기는 건조하고 안정적이며 열대 구름은 산 아래에 깔려있다. 마우나케아는 현대 천문학의 기념비적인 장소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놓는 곳이다. 아쉽게도 천문학자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이곳에서 연구하고 싶은 천문학자는 프로젝트 계획서를 제출해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버지니아대학교 천체물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청색 밀집 은하’를 연구하기 위해 이 천문대에서 사흘 밤을 보낸다. 그는 천문대에서 관측할 은하를 향해 망원경을 조준하면서 밤과 우주를 명상한다. 그는 밤의 신비와 그 신비를 알아낸 인간 지성을 천문학자이자 시인의 언어로 우리에게 읊는다. 사람은 밤과 낮의 절묘한 균형에서 살아왔다. 낮이 노동의 시간이라면 밤은 쉬는 시간이다. 많은 사람이 밤이 되면 깨어나 활력을 되찾는다. 저 지긋지긋한 전등이 우리의 어둠을 훔쳐 가지 않았더라면 우리 삶은 좀 더 행복했으리라. 모파상의 “나는 밤을 열렬하게 사랑한다”는 글로 책이 시작하는 건 그 행복을 추억함이다.
저자는 밤을 이야기하면서 빛의 미스터리한 성질을 먼저 말한다. 빛은 어떤 물체와 상호작용을 이룰 때에만 인식된다. 우리를 밝혀주고 주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빛은 그 자체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장미 꽃잎이든 우리의 망막이든 빛의 경로가 막혀야만 빛은 자신의 존재를 보여준다. 이런 이유로 우주선을 탄 우주비행사는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볼 때 주변의 공간이 태양빛으로 가득함에도 칠흑의 어둠밖에 보지 못한다. 역설의 극치다.
빛은 우주의 암호이기도 하다. 하늘은 별과 행성과 은하가 격렬하게 움직이며 소란을 부리나 우리 인간의 삶이 너무나 짧아 우리는 알아채지 못한다. 우주 변화를 육안으로 감지하려면 수억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주의 신호인 빛이 별의 탄생과 죽음과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알려준다. 저자는 마우나케아 천문대에 앉아 신비롭게 우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빛을 관측한다. 그러니 천문학자도 시인 자격으로 우주의 서사시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밤이 오면 세계에 마술 같은 침묵이 자리 잡는다. 밤이 되면 시력을 보충하기 위해 몸의 감각이 자극을 받아 살아나고 청각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슬프게도 도시는 우리에게 밤을 빼앗아버린 인공광이 넘쳐난다. 저자는 인간은 과거의 먼 조상들과 달리 하늘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과 내밀하게 접촉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도시 아이들은 더 이상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다. 저자는 아주 높은 곳이나 광활한 사막에 숨어 있는 천문대에 갈 때면 항상 무한한 우주 공간에 간 듯한 황홀함에 빠져든다고 말한다. 인공광 없는 순수한 밤이 되면 우주와 닿아 있다는 아찔한 느낌이 저자의 마음속에서 둥둥 떠다닌다. 천문대 위에 드리워진 밤의 무한한 우주 공간은 밤의 침묵과 잘 어울린다. 천문대에서 별을 관측하며 천문학자는 우리 감각을 자극하고 우리를 우주와 연결해주는 밤의 숭고함에 젖어 든다. 어쩌면 천문학자와 시인은 같은 고향에서 태어난 존재인지도 모른다.
어찌 아니라. 우리 인간은 은유가 아니라 실제로 별의 자식이다. 모든 존재는 별에서 왔다. 별의 중심부가 핵융합을 하면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탄소와 산소와 칼슘을 만들어내고 초신성이 폭발하며 죽는 동안 금과 은과 60여 개의 원소가 탄생한다. 그러니 별이 만든 원소로 탄생한 인간이 다시 별을 관찰하며 신비로움에 빠져드는 건 우주가 만든 거대한 드라마다.
여명이 오면 저자는 마우나케아 천문대 야간 관측을 마친다. 망원경을 조작하던 기사도 망원경을 쉬게 하고 돔의 망원경 출입문을 닫는다. 저자는 은하를 관측한 결과를 정리해 대학 컴퓨터로 보낸다. 수줍게 등장하는 아침 햇살이 저자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저자는 생각한다. 우주를 관측하는 인간의 ‘의식’은 우주 역사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필연이 아닐까라고. 우주는 우주의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의식이 존재할 때에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라고.
그러면서 저자는 다음 날 밤의 마우나케아 천체 순례를 기다린다. 또 다른 밤의 어둠 속에서 오묘하게 우주와 접하기를 기대하며.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