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거돈 부산시장 취임 후 중단됐던 오페라하우스 공사가 재개됐다. 오 시장은 오페라하우스 건립과 관련해 숙의 민주주의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는 그간 다각도로 의견을 들었다고 평가하는 듯하다. 그 결론이 공사 재개이다. 단순한 오페라하우스 공사 재개에서 벗어나 ‘부산형 복합문화공간’ 건립이라는 새로운 단어까지 등장했다. 그럼 오페라하우스 건립과 부산형 복합문화공간 건립의 차이는 무엇일까? 시간을 되돌려 한 번 살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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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제프 보이스의 ‘7000 그루 오크나무 프로젝트’ 모습. 묘목들이 어느새 자라 현무암 기둥보다 커졌다. 카셀 도쿠멘타 홈페이지 |
부산에 ‘오페라하우스’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2012년 6월 19일 오전 10시 부산시청에서 행정부시장 및 문화·예술·건축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였다. 이후 ‘2014년 착공, 2018년 완공’ 목표까지 수립했다. 총공사비 3307억 원을 투입해 북항재개발지구 내 해양문화지구 일원(연면적 4만8182㎡)에 1800석 오페라 전용극장과 300석 소극장 등을 갖춘, 기존 ‘복합적 아트센터’ 개념에서 벗어난 전문화된 시설로 건립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 문화계와 시민의 다양한 찬반 의견 발표도 있었다. 공사비 추산은 5000억 원까지 올라갔다가 3000억 원 그리고 2000억 원, 최종적으로 2500억 원으로 줄타기했다. 지난달 25일 공사 재개 발표에 따르면 이마저 롯데에서 1000억 원, 부산항만공사가 800억 원, 부산시가 700억 원 분담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듯하다.
사라진 첫 번째 단어는 ‘랜드마크’이다. 그동안 부산시는 ‘부산을 대표할 랜드마크’로 오페라하우스의 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나온 것은 ‘랜드마크에 집착하지 말자’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랜드마크는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 건물의 대표성이다. 많은 곳에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예로 들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주변을 대부분 공원으로 조성해 ‘오페라하우스만 드러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또한 하버브리지와 연계되는 이미지를 만들어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조망하는 다양한 포인트를 조성했다. 랜드마크다운 상징성은 ‘건물 하나’ 달랑 짓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건물’이 아니라 건물, 공원, 조망, 계획, 철학이 어우러진 ‘조화’다.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물 뒤로 고층 빌딩이 숲을 이루면 오페라하우스의 상징성은 사라진다. 둘째, 건물의 내용이다. 수준 높은 오페라 공연으로 오페라하우스의 상징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막대한 재원이 뒷받침될 때나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시는 애초 랜드마크라는 용어 사용이 어설펐음을 자인한 것이다.
사라진 두 번째 단어는 ‘오페라하우스’이다. 애초 ‘복합적 아트센터’에서 벗어난 ‘전문화된 시설’이라 발표했다. 전문화를 지향하는 이 시대에 2012년 발표 때보다 한물간 ‘복합문화공간’이라면 누가 인정할까. ‘복합’은 여러 면에서 유용해 보이지만 다른 각도로 보면 무엇을 해도 ‘부족하다’는 결론이다. 2012년 3000억 원을 예상했던 것을 지금 2500억 원으로 공사를 재개하면서 다른 조정 없이 ‘부산형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불확실한 단어에만 의지한다면 새로운 혼란만 자랄 것이다.
1982년 6월 19일 제7회 카셀 도쿠멘타 개막 때 독일 예술가 요제프 보이스는 오크나무를 ‘한 그루’ 심었다. 그는 한 그루 오크와 지역 채석장에서 가져온 현무암 기둥을 함께 배치하면서, 참가자들에게 비용을 기부받아 오크나무와 현무암 기둥으로 도심을 점점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그가 타계한 다음 해인 1987년 제8회 카셀 도쿠멘타가 열린 날, 참가자들은 그의 뜻을 이어 7000번째 오크나무를 심음으로써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라고 이야기한 보이스는 예술이 사회를 바꿀 수 있고 삶의 행동 또한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오 시장의 ‘북항의 기적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싶다면 실현 가능한 밑그림부터 제시하여 문화예술계와 시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