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책 읽어주는 여자] 요술손 가졌나…뭐든 척척 초능력 할머니 /안덕자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 - 유은실 지음/푸른숲주니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2-07 19:11:32
  •  |  본지 14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맞벌이 가정에 찾아온 도우미 할머니
- 반찬부터 청소까지 집안을 싹 바꿔
- 하늘·땅·산·강 만든 신화 속 여신일까
- 1인 다역 맡은 현대여성 숙명 보여줘

올 한 해를 돌아다본다. 숨은 쉬고 살았나? 할 정도로 바삐 살았다. 하고 싶은 일도 신나게 했고 진정한 축하를 하기 위해서, 아니면 인사치레로 마지못해 가야 할 곳에도 갔다. 그렇다고 생업을 뒤로할 수도 없는지라 휴일에도 물론 종종걸음을 쳤다. 다 큰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챙겨야 했고, 창작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니 늘 생각에 젖어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댔다. 재발하는 목 디스크 통증이 있는 날은 오히려 쉬는 날이 되었다. 집안 꼴은 엉망이고 심지어는 밥을 먹었는지조차 잊을 지경이니! 이럴 때 나도 우렁각시나 아니면 무엇이든 바라면 다 되는 요술 방망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이 책의 주인공 윤이네 집처럼 마고할미가 우리 집에 왔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윤이네 엄마는 결혼 기획 전문가다. 약혼식부터 신혼여행까지가 명함에 적혀있지만 결혼계획을 짜서 결혼시킨 신혼부부들이 이혼계획을 짜고 있다고 하면 휴일에도 이들을 만난다. 아빠는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며 공부하여 공무원이 되었다. 맞벌이 가정이 되고부터 엄마 아빠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바깥일은 잘하지만 집안일을 못 하는 엄마와 직장이 생긴 뒤로 이제는 집안일이 싫어진 아빠 때문에 집안은 점점 돼지우리로 변해간다. 이러던 차에 도우미 할머니가 윤이네 집이 온다. 할머니는 자기가 제일 싫어하는 짓은 하지 말라며 당당하게 요구한다. 당당한 요구만큼 집안일도 척척 해나간다. 아침에는 맛도 좋은 12가지 반찬을 만들어 윤이네를 놀라게 하고, 학교 갔다 돌아온 윤이가 우리 집이 맞나 할 정도로 집안을 깨끗하게 해 놓았다. 며칠 만에 윤이네 집은 윤기가 흘렀다.
맞벌이 가정이라면 어느 집이든 비슷한 걱정거리가 육아 문제와 가사 문제일 것이다. 이런 걱정거리를 모두 해결해주는 신의 손이 있다면 요즘 일어나는 경력 단절녀나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며 가슴 졸여야 하는 일들이 없을 터인데 말이다.

   
할머니는 맑은 날 밤하늘을 보며 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며 책만 보는 윤이를 끌고 집 앞 벤치로 나간다. 옛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잘 아는 듯이 책에 없는 얘기도 해준다. 윤이는 할머니가 옛날 옛날에 별이랑 얘기하고 손을 뻗으면 별과 닿을 만큼 큰, 한라산을 베개 삼아 자고 바위를 나를 때 치마 구멍에서 떨어진 조각으로 섬을 만들었다는 능력자인 아주아주 큰 마고할미라고 생각한다. 마고할미는 하늘과 땅을 열고 우리나라 산과 들과 강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신화 속의 창조여신이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윤이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 당당하게 요구하며 그 능력만큼 해내는 할머니, 그렇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할머니가 현대사회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일도 해야 하는, 집에 오면 온종일 헤어져 있던 아이들을 만나 다독거리며 돌보아야 하는, 1인 몇 역을 해내며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여성들의 삶과 겹쳐진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은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 창조의 여신 마고할미가 우리 자신 안에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고 우겨본다. 아, 그런데 윤이네 집에 하얀 머리카락 하나를 남겨 놓고 떠난 마고할미는 지금은 어느 집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계실까. 동화작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부산의 산동네와 재일코리안
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2019년 부산인디 씬의 새로운 조류, 플랫폼스테레오
국제시단 [전체보기]
제 몸을 태우는 그늘 /이기록
어둠이 내릴 때 /박홍재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코 없는 사람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를 위하여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책 읽고 싶은 금요일, 다 같이 책방에서 볼까요
문학수업 듣고 창작하고…동네서점서 누리는 ‘소확행’
리뷰 [전체보기]
경계인 된 탈북여성의 삶, 식탁·담배·피 묻은 손 통해 들춰
방송가 [전체보기]
새 삶을 얻은 반려견의 ‘견생 2막’
어른 싸움으로 번진 거제 학교폭력의 진실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아이디어
새 책 [전체보기]
인디고 서원, 내 청춘의 오아시스(아람샘과 인디고 아이들 지음) 外
지명직설(오동환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일본인의 소울 푸드가 된 카레
애플, 스탠딩 데스크 왜 쓸까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잃어버린 꽃-모닝 커피’- 전두인 作
‘Sea2016-2’ - 전미경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정든 우리 동네 떠나기 싫어요 外
로봇은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했나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미생 /이광
동백 /최은영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22회 LG배 기왕전 결승 3번기 2국
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 본선 8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한국 첫 아카데미 예비 후보 ‘버닝’…상상이 현실 될까
남북영화인 만남, 제2 한류붐 …2019년 대중문화계 희망뉴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연애의 풍속도에 담긴 청춘 세대 현실
마약왕, 이미지 낭비만 많고 사유는 빈곤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이민족 귀화 많았던 고려사에 난민문제 혜안 있다 /정광모
사소한 일상 꿰뚫는 삶의 지혜, ‘밤의 전언’에 시대 통찰 있다 /박진명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긴 겨울밤도 체호프의 유쾌한 단편이면 짧아져요 /강이라
요술손 가졌나…뭐든 척척 초능력 할머니 /안덕자
현장 톡·톡 [전체보기]
“교육기회 빼앗긴 재일동포…우리가 돕겠습니다”
지역출판 살리려는 생산·기획·향유자의 진지한 고민 돋보여
BIFF 리뷰 [전체보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퍼스트맨
BIFF 인터뷰 [전체보기]
‘렛미폴’ 조포니아손 감독, 마약중독에 대한 인간적 접근…“그들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에요”
감독 박배일 '국도예술관·사드 들어선 성주…부산을, 지역을 담담히 담아내다'
BIFF 피플 [전체보기]
‘국화와 단두대’ 주연 배우 키류 마이·칸 하나에
제이슨 블룸
BIFF 현장 [전체보기]
10분짜리 가상현실…360도 시야가 트이면 영화가 현실이 된다
BIFF 화제작 [전체보기]
‘안녕, 티라노’ 고기 안 먹는 육식공룡과 날지 못하는 익룡의 여행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9년 1월 18일
묘수풀이 - 2019년 1월 1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10월 9일
오늘의 BIFF - 10월 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元曉不羈
惠宿同塵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