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정부 고교 무상화 정책
- 60곳 달하는 조선학교만 제외
- 정치·외교상의 갈등 빌미로
- 교육이라는 보편 가치 부정
- 한민족교육 지켜낸 조선학교
- 남북평화 분위기 이어진다면
- 日의 차별이 더 큰 문제 만들 것
일본 아베 정부가 또 한 번 ‘지는 싸움’을 시작했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지난 1일 부산 중구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서 열린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발족식 현장을 취재하는 동안 내내 그랬다. 이 시민모임에는 부산지역 24개 시민사회·문화단체가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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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학교 구성원과 한국과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일본에서 조선학교 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지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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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에는 조선학교가 60여 곳 있으며 학생은 8000명에 이른다. 2010년 당시 일본 민주당 정부는 ‘고교 무상화 정책’을 도입했다. 학생당 연간 수업료 12만~24만 엔을 지원하는 것이 뼈대다. 여기서 유독 ‘조선학교’만 대상에서 제외됐다. ‘각종 학교’로 분류되는 일본 내 국제학교에도 고교 무상화를 적용하지만, 그 뿌리가 1945년 해방 직후까지 올라가는 긴 역사의 조선학교만 달랑 들어냈다. 이렇게 정책방향을 잡도록 결정타를 날린 조처는 2013년 아베 정부 때 이뤄졌다.
그 과정과 상황을 들여다보면, 아베 정부가 유지하는 ‘고교 무상화 제도에서 조선학교만 적용 배제’하는 정책은 불안정하고 ‘외로운’ 바탕 위에 서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먼저, 교육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 영역이라는 점이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 관련 기구도 2014년과 2018년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배제 정책 시정을 권고했다. 애초 고교 무상화 제도 입안 단계부터 당시 일본 민주당 정부는 교육적 관점에서 조선학교를 비롯한 외국인학교를 정책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 상정했다. 그러나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나는 등 국제정세가 불안정해지자 일본 우파 정치인 등의 요구로 조선학교만 배제하는 조처가 취해지기 시작했다. 정치·외교상의 이유가 교육이라는 보편 가치의 발목을 잡았다. 조선학교는 어제오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일본에서 교육기관으로서 70년간 공존했다. 보편 가치의 요구를 정치의 논리가 끝까지 부정하거나 견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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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부산에서 열린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기자회견 모습. |
또 한 가지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조선학교는 남북 관계가 개선되어 갈수록 통일로 가는 여정을 함께할, 남북 공동의 문화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조선학교는 한민족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하나로서 민족교육을 지키고 우리 문화를 간직했다. 남북 관계가 꾸준히 좋아진다면, 남한 정부와 북한 정부가 함께 조선학교에 대한 일본의 차별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일본이 조선학교를 차별하면서 제시하는 이유 자체가 북일 관계와 남북 관계의 불안과 위험이다. 남한과 북한 관계가 튼튼한 평화 관계에 들어서면, 일본이 조선학교를 차별할 중대한 근거가 사라지는 셈이다. 여기서도 우리는 평화가 필요한 이유를 본다.
올해 번역·출간된 재일동포 3세 량영성 씨의 책 ‘혐오표현은 왜 재일조선인을 겨냥하는가’(산처럼 펴냄)를 보면, 이런 흐름도 있다.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 일본 지자체의 태도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조선학교를 배제하니, 지자체도 보조금을 줄이거나 없애더라는 것이다. 한술 더 뜬 경우도 있다. 2013년 4월 도쿄도 마치다시가 초등학교에 방범벨 경보기를 배포하면서 조선학교에는 배포를 중단했다가 항의를 받고 배포를 재개한 사례가 있다.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의 후쿠시마 조선초중급학교는 지자체가 공립학교에 빌려주는 방사선 측정기 대여를 거부당했다(290~291쪽). 너무하지 않은가!
갈등을 부추기고자 이런 사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태도와 철학과 관점은 필연으로 지자체나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거듭 생각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지금의 ‘작아 보이는 차별’을 그대로 둔다면, 문제는 커질 것이다. ‘선진국’ 일본이 인류 보편의 가치에 속하는 영역에서 뒤처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울러,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부산에서 발족한 사실이 뜻깊다. 통일을 향해 함께 갈 남북 공동의 문화 자산으로 조선학교를 볼 필요가 있다.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