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13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었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 기초단체장 226곳 중 151곳, 국회의원 재·보선 12곳 중 11곳. 어디 이뿐인가. 교육감 선거 지역 17곳 중 이른바 진보 인사로 분류되는 교육감이 14곳에서 당선되었다.(교육감은 정당 공천 대상이 아님) 이 결과를 두고 대부분 언론은 민주당 압승이 가져올 효과와 한국당의 패배 원인을 찾는 기획 보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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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오거돈(왼쪽) 부산시장이 남구 대연동 부산예술회관에서 부산예총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
부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해 민선 7기가 시작됐다. 특히 부산 문화예술계는 이전과 다른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문화예술인들은 “오거돈 시장은 아마추어 성악가로 문화예술을 특히 사랑한다”는 기대감으로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문화예술 청사진에 관해 예술인과 시민, 부산시가 공감하고 조율할 시간도 갖기 전에 ‘문화예술계 수장 일괄 사표’라는 칼바람이 시작됐고 한 해가 마무리돼 가는 이 시점까지 채 정리되지 않았다.
칼끝이 어디로 향하는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칼끝이 밖으로 향하면 분란을 일으키지만, 스스로를 향하면 자성과 성찰이 생긴다. 오 시장은 지난 11일과 13일 “너무 늦게 여러분을 뵙게 된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는 소회로 인사를 시작하며 부산예총 및 부산민예총과 각각 간담회를 했다. 좋은 소리보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6·13 선거에서 오 시장이 당선된 바탕이 오롯이 오 시장의 정책에만 있었다기보다 민주당의 영향력에 편승하였다는 것을 시민 대부분은 인지한다. 문화 부문에서는 서병수 전임 시장이 문화계와 겪은 갈등, 특히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빚은 갈등이 지역 문화계로 확산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문화예술은 실질적 삶의 현실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사람에게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소중한 철학의 현장이다. 그러한 문화예술 영역에서 문화예술인이 설 곳 없는 곳으로 자꾸 밀려나게 되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부산의 미래 또한 암울할 수밖에 없다. 민선 7기의 부산 문화예술은 행정부터 현장까지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부산문화재단은 한 걸음 더 적극적인 자세로 부산 문화의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릴 정책연구실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부산 문화 현실과 대안을 놓고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 한국에 하나뿐인 영화의전당은 영화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예술시설인 만큼 영화와 접목할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해 시민과 호흡해야 한다. 시립예술단을 위탁·관리하는 부산문화회관은 시립예술단과 상생해 더 수준 높은 예술 공연을 펼쳐야 하며, 부산시민회관은 곧 문을 열 남구 문현동 상업 뮤지컬 전용 극장과 경쟁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기초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연장 또한 예술인과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겠다.
요컨대 장밋빛 청사진에 매달리는 언어유희는 그만두고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예산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도 부족한 예산이다. 전임 시장이 약속했던 2019년 부산시 문화예술예산은 ‘시 전체 예산의 3%로 확대’였지만, 오 시장의 2019년 문화예술예산은 최근 몇 년 사이 최저인 1.7%로 책정됐다. 지금도 부족한 예산마저 삭감해버리면서 예술의 질을 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 시장이 문화예술정책에 관한 철학을 밝힐 시간은 너무도 많이 지나갔다. 문화예술인들이 바랐던 것은 진정한 소통이다.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소통을 통해 합의를 끌어내는 사회적 기술이 민주주의다. 행정은 이 기술의 결정체다. 올바르고 희망 있는 ‘2019년 부산 문화정책’이 필요하다 .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