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29> 선사들의 직격타

직접 체험하도록 이끄는 길…존재를 변화시키는 불교의 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2-21 19:24:50
  •  |   본지 1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선사들은 인간의 번뇌가 일어나는 바로 그 현장을 직격하여 눈뜨도록 설법한다. 따뜻한 차가 있으면 차를 권하고, 시원한 물이 있으면 물을 따라준다. 주장자가 있으면 주장자를 휘두르고, 깨가 있으면 깨의 무게를 보여준다. 그것은 분별적 사유를 거치지 않으므로 결코 잊을 수 없는 직접적 진리체험을 선사한다. 여기 선사들의 직격타를 바로 보여주는 3가지 이야기가 있다.
법회 설법 모습. 국제신문DB
첫 번째 이야기. 당나라 때 안사의 난을 평정하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곽자의(郭子儀)라는 충신이 있었다. 그는 황제를 능가하는 능력과 권위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한결같은 충성심으로 군주에 헌신했다. 특히 그는 국가를 패망에서 구한 공로로 재상에 올라서도 남다른 겸손함으로 처신하여 만인의 존경을 샀다. 한번은 못된 환관이 그 부친의 묘소를 파헤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군권을 장악하고 있던 그는 복수 대신 자기반성의 태도를 보여준다. 전쟁 중에 부하들이 적지의 무덤을 노략질하는 일이 있었는데 지휘관으로서 이것을 통제하지 못한 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일로 그는 대신들은 물론 못된 환관까지 감복시켜 조정을 끝없는 갈등의 늪에서 구해낼 수 있었다. 그런 곽자의가 선사에게 질문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오만함이란 무엇입니까?” 자기의 겸손함에 대한 자부심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선사가 그를 깔보는 표정으로 고함을 쳤다. “이 멍청이가 뭐래?” 순식간에 법당이 얼어붙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재상이 아닌가? 겸손이 체질화된 곽자의의 얼굴에도 분노의 표정이 나타났다. 그러자 선사가 말한다. “재상님! 그게 바로 오만함입니다.” 곽자의는 자신의 겸손이라는 것이 오만함의 위장이었음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것을 내려놓고 자기완성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이야기. 한 사무라이가 선사에게 지옥과 천당을 볼 수 있는지 물었다. 선사가 묻는다. “그대는 뭐 하는 사람인가?” “사무라이입니다.” “그대 같은 사람을 호위로 쓰는 멍청한 주인도 있는 모양이네. 내가 보니 거지부랑배인데.” 화가 난 사무라이가 칼을 뽑았다. 선사가 말한다. “지옥의 문이 열렸네.” 사무라이가 이성을 되찾아 칼을 도로 넣자 선사가 말한다. “천당의 문이 열렸네.” 사무라이는 이 일로 천당 지옥을 직접 체험한다. 이후 그의 칼은 사람을 살리는 칼로 되살아난다.

세 번째 이야기. 인색한 부인 때문에 사회적 처신이 어려워진 한 신도가 선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선사가 그 부인을 찾아가 다짜고짜 손을 내밀었다. 부인이 물었다. “어쩌라고요?” 선사가 말한다. “이렇게 내밀기만 하고 내릴 수 없다면 이 손은 어떤 손이겠습니까?” “기형이지요.” 선사가 주먹을 쥐며 물었다. “이렇게 쥐기만 하고 펼 수 없다면 이 손은 어떤 손이겠습니까?” “기형이지요.” “손에 들어온 것을 잡기만 하고 내놓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식공유의 시대다. 아는 것이 힘이라 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 직접 체험하고 실천하는 것이 힘인 시대가 되었다. 불교의 설법이 딱 그렇다. 수천 년의 세월 동안 불교는 머리로 아는 길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도록 이끄는 길을 가리켜왔다. 직접 체험하여 전 존재가 변하는 일, 그것이 불교의 길이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울경, “동남권 광역 철도망 확충은 30분 생활권 완성에 꼭 필요”
  2. 2부산·울산·경남 영하권 초겨울 추위…일교차 유의
  3. 3'中 스파이 연루설' 젠슨 황 딸, ‘가족 문제’로 방한 취소
  4. 4[속보] 서울에 벌써 ‘첫 눈’ 내렸다... 작년보다 26일 빨라
  5. 5靑 국정상황실장에 울산 연고 김태근 비서관, 2기 참모진 개편 PK 전면에
  6. 6'저출생 여파' 내년 초등입학생 역대 첫 20만명대로 감소 유력
  7. 7부산시, 국제e스포츠연맹에 임대료 유상 전환 통보... 사무국 해외 이전 우려
  8. 8[속보] 트럼프 “UFC 회장에 백악관 대변인 제안, 광기 어린 좌파로부터 우리 지켜야”
  9. 9양산 주남산단, 자금 조달 지연에 2028년까지 연장
  10. 10정풍송 노래비 건립 재추진 움직임에 밀양시의회 “반대”
  1. 1靑 국정상황실장에 울산 연고 김태근 비서관, 2기 참모진 개편 PK 전면에
  2. 2오세훈, 증시 폭락 직격... “국민연금으로 지방 선거용 주식도박"
  3. 3[속보]이용철 법무장관 후보, 청문 준비 돌입…12일 준비단 첫 출근
  4. 4장동혁 “중도확장, 말로하는 연대·통합으로 되는 것 아냐”
  5. 5서영교 “조작기소 특검법안 ‘대통령 이해충돌’ 논란은 헛소리”
  6. 6임광현 “소방재원 확보 위해 미래대응기금 활용, 국회와 긴밀 협의”
  7. 7[속보]당정 “소방 필수투자에 2조원 재정지원…지방부담 완화 검토”
  8. 8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9. 9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10. 10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1. 1부울경, “동남권 광역 철도망 확충은 30분 생활권 완성에 꼭 필요”
  2. 2'中 스파이 연루설' 젠슨 황 딸, ‘가족 문제’로 방한 취소
  3. 3'저출생 여파' 내년 초등입학생 역대 첫 20만명대로 감소 유력
  4. 4“평소 접하기가 힘들었던 전통주 맛보고 싶다면 꼭 들르세요”
  5. 5녹색전환 핵심 ‘전기화’, 기업10곳 중 3곳만…“인센티브 필요”
  6. 6올해 3분기 상용직 증가분 75%는 60세 이상…20·30대는 감소
  7. 7식품·외식 분야에서 ‘웰니스 소비’ 앞으로도 지속된다
  8. 8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 9일 개막…"K-GX 전략 소개"
  9. 91249회 로또복권 1등 14명…당첨금 20억2505만 원
  10. 10[속보]"'블루웨이브 쇼크'에 세계증시 시총 하루만에 4800조 원 증발"
  1. 1부산·울산·경남 영하권 초겨울 추위…일교차 유의
  2. 2[속보] 서울에 벌써 ‘첫 눈’ 내렸다... 작년보다 26일 빨라
  3. 3부산시, 국제e스포츠연맹에 임대료 유상 전환 통보... 사무국 해외 이전 우려
  4. 4양산 주남산단, 자금 조달 지연에 2028년까지 연장
  5. 5정풍송 노래비 건립 재추진 움직임에 밀양시의회 “반대”
  6. 6부산서 부탄가스 난로 폭발 사고... 2명 화상
  7. 7[속보] 검찰총장 인선 절차 연기... 후보 추천위 이달 중 개최 예정
  8. 81월부터 공석 김해공항장, 내정자도 없어… 이유 물어도 ‘답변거부’
  9. 91월부터 공석 김해공항장, 내정자도 없어… 이유 물어도 ‘답변거부’
  10. 10금관가야 왕도 김해, 내년 '고도' 지정 도전
  1. 1‘승률 98.6%’ 배드민턴 안세영,사상 첫 2시즌 연속 11승
  2. 2삼성,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 탈환…통산 9번째 우승
  3. 3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4. 4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5. 5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6. 6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7. 7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8. 8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9. 9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10. 10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알쏭달쏭 한자어 오독 소동 外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극락암 벚나무 /홍종원
곰 두 마리 /황인숙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5일 (음 9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