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인물 조명한 창작 오페라
- 2011년 초연 후 8년 만에 재공연
- 곡 순서만 조금 바뀌고 변화없어
- 수정에 수정 거쳐야 완성도 올라
아지무스 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백산 안희제’가 지난달 29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무대에 올랐다. 2018년을 마무리하는 공연 중 하나였다.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 문제를 논의하면 항상 ‘콘텐츠 부재’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부산 인물을 소재로 한 창작 오페라이기에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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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아지무스 오페라단이 공연한 창작 오페라 ‘백산 안희제’ 한 장면. |
아지무스 오페라단이 백산 안희제 선생을 소재로 창작 오페라를 만들어 2011년 9월 23일과 24일 금정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초연했다. 이때 손욱 단장은 “부산의 인물을 조명한 부산 예술 작품을 만들겠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관객과의 소통에 상당히 공을 들인 손 단장은 뮤지컬 전문 작곡가 박철홍(동아대 실용음악과) 교수에게 작곡을 위촉하였다. 박 교수는 부산을 대표하는 연극·춤·축제음악 작곡가이다. 또한 오페라보다 단편영화에서 각본과 연출 활동을 한 김지숙 작가가 대본을 맡았다. 이는 오페라에 관한 대중의 관심을 더욱더 끌어올려 어려운 오페라가 아닌, 대중에게 다가가는 오페라를 만들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아지무스 오페라단은 2010년 창작 오페라 ‘부산갈매기’를 선보이는 등 창작 오페라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왔다. 이번 ‘백산 안희제’ 공연은 2011년 초연 뒤 부산문화재단의 ‘2018 기초예술창작 재공연 지원사업’으로 다시 무대에 올렸다. 한 작품이 성공하기까지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초연이 만족스러우면 좋겠지만, 공연예술의 특성상 수정에 수정을 거쳐 완성도를 더욱더 높이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이것이 부산문화재단의 재공연지원사업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초연과 비교하면, 8년 만에 돌아온 창작오페라 ‘백산 안희제’는 오페라의 흐름에서 곡의 순서가 조금 바뀐 것 말고는 크게 변화된 것이 없다. 그럼 오페라의 완성도가 아주 높았는가? 동의하기가 힘들다. 대본에 백산 선생이 상해임시정부에 보낼 돈 5만 원을 구하려고 오랜 친구 최준의 집에 복면을 하고 들어가 강도행각을 벌인다는 설정이 있다. 이 대목은 초연 당시 최 씨 집안으로부터 이의를 제기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백산 선생과 최준 선생은 서로 뜻이 맞았고 의(義)를 다해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번 무대에서 백산 선생은 복면을 쓰지 않은 모습으로 최준 선생을 만난다. 하지만 오페라 줄거리는 그대로 강도행각으로 인쇄돼 있다. 더욱 꼼꼼히 살펴보아야 하는 대목이 있다. 제목과는 달리 극의 흐름이 청년 ‘민’ 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백산 선생의 한 단면을 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정작 주인공인 백산 선생은 옆으로 비켜있는 듯한 모습이다. 다시 올려질 오페라 공연에서는 ‘한 청년의 눈에 비친 백산 안희제 선생’의 모습을 더욱더 섬세하게 그렸으면 한다.
실존했던 인물을 무대에서 표현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고증을 통한 대본 집필이 필요하다. 다양한 재료를 동원한 시대감 있는 연출도 중요하다. 오페라의 특성상 아리아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 편의 오페라를 보고 돌아서는 길에 조금이라도 흥얼거릴 수 있는 아리아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
부산의 문화현장을 다양하게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부산 예술인들이 만든 창작 오페라를 보는 내내 필자는 응원하는 마음이면서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하였다. 부산은 여전히 ‘시스템 부재’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많은 부산 사람이 서울과 비교해 부산을 변방이라 여기며 서울보다 모든 면에서 뒤처진다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거듭 생각해보자. 부산은 단지 변방이 아니라 자기 자원과 잣대를 갖고 새로운 요소를 왕성하게 만나는 ‘새로운 것들의 접경’이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차이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며 행동의 차이다. 부산 인물을 선택한 창작 오페라 ‘백산 안희제’ 또한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부산만의 가치를 함께 찾아가는 한 해가 되길 희망한다.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