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볶는 평론가 조희창
- 원두마다 어울리는 클래식
- 자신만의 시각으로 추천
- 생두 특징·음악가 에피소드
- 곁들인 이야기도 흥미진진
커피와 음악. 절묘한 조합이다. 커피를 마실 때 음악 생각이 나고 음악을 들을 때는 커피가 간절해진다. 이런 상상을 해보자. 카페에 음악이 없다면 어떤 분위기일까?
커피의 향과 음악의 선율을 글자로 즐길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조희창이 쓴 ‘베토벤의 커피’다. 책을 들여다보기 전에 저자부터 소개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저자는 우선 음악평론가다. 소니 뮤직 클래식 담당, KBS 방송작가, 월간 ‘객석’ 기자 등을 거쳤고 세종문화회관과 천안 예술의전당 등에서 정기적으로 음악 강의를 한다.
저자는 또 18년 차 커피 로스터다. 유럽 출장 길에서 맛본 에스프레소에 충격을 받고 커피의 깊은 향에 빠져들었다. 지금은 두 직업을 하나로 합쳤다. 서울 생활을 접고 경남 양산 통도사 인근에 카페를 열어 커피와 음악을 손님에게 선물한다. 카페 이름이 ‘베토벤의 커피’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음악평론가 겸 커피 로스터 겸 카페 주인인 저자의 글은 쉽고 흥미롭다. 무엇보다 커피와 음악을 절묘하게 엮어서 풀어낸다.
가령 첫 번째 이야기 ‘햇볕에 기댄 시간’(부제 브라질 옐로 버번& 비발디 ‘사계’)을 보면 알 수 있다. ‘오늘의 추천 커피’로 ‘브라질 세하두 옐로 버번 내추럴’을 정한 뒤 커피 이름이 긴 이유를 설명한다. 브라질은 전 세계 커피 생산국 중 부동의 1위다. 브라질에서도 커피 곡창 지대가 동남부 지역이고 그 중에 ‘세하두’란 곳이 있다. ‘옐로 버번’은 커피 품종 이름이다. 이제 감이 올 것이다. 커피의 긴 이름은 국가명, 지역명, 마을명, 농장명, 협동조합명, 품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커피 설명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저자는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화제를 돌린다. 중간 정도로 볶은 브라질 옐로 버번을 핸드드립으로 내릴 때 어울리는 음악으로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를 떠올린다. 그러면서 원래 사제였던 이탈리아 출신 비발디가 어떻게 사계를 만들었는지 들려준다.
이런 식이다. 한마디로 저자는 커피와 음악을 ‘블렌딩’ 한다. 그 과정에서 커피 향기처럼 퍼지는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에티오피아와 예멘, 멕시코 커피의 특징, 생두 볶는 법, 커피 종류에 맞는 잔 등 세밀한 부분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음악도 비슷하다.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 차이콥스키, 쇼팽, 브람스, 슈베르트 같은 클래식 음악계의 대표 선수를 줄줄이 출연시켜 그들의 삶과 곡에 얽힌 에피소드 등을 맛깔나게 전달한다.
이 책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저자가 단순히 커피와 음악 지식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저자는 ‘놓칠 수 없는 음반’과 유튜브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곡 목록을 알려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카페 의자에 편안하게 기대 저자가 내린 커피를 마시면서 추천 음악을 듣는 것은 어떨까.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