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남영희가 만난 무대 위의 사람들 <2> 부산농악 장구 보유자 박종환

전통소리에 미쳐 보낸 30년…“이제야 풍물이 뭔지 알 것 같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20 18:49:37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
- 동해안별신굿 보유자 김석출 등
- 전국 명인 찾아다니며 실력 쌓고
- 부산 만의 전통 멋과 소리 전파

- “관객과 교감 이룰 때 성장 느껴
- 상설 공연장 만들어지길 기대”

새해다. 해맞이 명소를 찾아 7번 국도를 달려본다. 때로는 고요하고, 때로는 거칠게 포효하는 동해. 솔직하고 개방적인 부산의 기질은 날것 그대로의 동해와 닮았다. 지난달 국립부산국악원에서 열린 풍류전통예술원의 공연은 ‘자브랑-깽’으로 시작했다. 암전 속에 한 줄기 탑 조명이 켜지고, 박종환이 꽹과리를 ‘치기’ 시작한다. 그의 손은 이내 악기를 ‘주무르고’ 악기와 그의 손은 한 몸처럼 ‘비벼진다’. 꽹과리 소리는 어느새 동해가 되어 무대를 넘어 객석까지 온통 넘실댄다.
   
부산농악 장구 보유자인 박종환 풍류전통예술원 대표가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설장구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풍물에 미친 경상도 남자

“재즈와 같아요. 기본적으로 정해진 틀만 지키고, 그 틀 안에서는 자유로운 음악을 합니다. 동해와 파도의 에너지를 담았다고 할까요. 자유롭고, 남성적이고, 사납기도 합니다.” 팸플릿에는 ‘자브라갱’이라 표기돼 있지만 박종환은 이를 ‘자브랑-깽’으로 고쳐 읽었다. 보통의 꽹과리 장단에 장식음을 화려하게 덧붙여 나가다가 한계에 이르면 장단을 뒤집는 고급 연주법을 말한다. ‘자브라’하는 부드러운 소리가 나도록 힘을 빼고 놓아주듯 쳐야 하고 지저분한 소리가 나서는 안 된다. 동해안 무악의 고도로 발달된 테크닉이 필요하지만, 그 타법을 그대로 재현해서는 할 수 없다. ‘자브랑-깽’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사뭇 대단했다.

어려서부터 풍물 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 풍물을 배우고 활동했는데 하면 할수록 풍물에 대한 갈증은 더욱더 커져갔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과 등록금까지 몽땅 털어 전국의 명인들을 찾아다녔다. “이름난 분들을 찾아다니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어떤 스타일이 항상 심중에 있었어요.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습니다.” 전공(건축공학) 공부는 뒷전이었으니 풍물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어떤 고난을 자처했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여러 스승 중에 동해안별신굿 명예보유자 고 김석출 선생과 부산농악 예능보유자 고 김한순 선생의 영향이 가장 컸다. 대학 1학년 때 ‘부산민속예술축제’에서 김한순 선생의 연주를 보고 직접 찾아가 인연을 맺었다. 김석출 선생은 동해안별신굿이 세습무여서 집안사람 외에는 가르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90년 전후 가계 외의 제자를 기르기 시작할 때 장구와 꽹과리를 중심으로 동해안 무악의 타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기본만 3년이 걸렸지만, 스승의 공연은 테크닉과 음악 구성이 뛰어나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냥 좋았다. 스승의 유품과 기록을 가지고 있었는데 언젠가 연습실에 불이 나 모두 잃어버렸다. 당시에는 의연한 척했지만 사실은 스승을 두 번 잃은 듯한 상실감으로 꽤 오랫동안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천상 경상도 남자다.

■“더 나은 경지에 오르고 싶다”

   
박 대표가 공연하는 모습.
“선생님들이 한 30년은 해야 뭐 좀 알 거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30년이 넘으니 이제야 뭔가 좀 알 것 같습니다. 찌꺼기가 걷어지고 알짜만 남은 느낌이라 할까요. 전념할 수만 있다면 지금 이 단계를 넘어서 다음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는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6호인 부산농악 장구 보유자다. 그런데도 “이제야 알 것 같고, 다음 경지에 다다르고 싶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풍물에 대한 그의 끝없는 열정을 생각하면서 다음 경지에 오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저 스스로 한 단계 성장했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은 무대 위에서 관객과 충분한 교감이 이루어지는 그런 때입니다. 나의 기운이 관객에게 미치고, 관객의 기운이 나에게 다시 돌아오고, 그렇게 순환한 기운이 시너지를 일으키지요. 지금 이 단계를 넘어서려면 그런 순간이 많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공연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그는 부산에 상설 풍물 공연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점잖게 공연을 ‘감상’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의 공연은 꽤나 충격일 것이다. 무대 위에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데 관객이 무대 위로 올라가 함께 춤을 추고, 객석에도 흥이 난 관객이 어깨를 들썩인다. 어느새 그가 선 곳은 ‘공연장’이 아니라 한바탕 축제의 장이 된다. 관객이 경험하는 해방감과 카타르시스는 연주자에게 전달되고, 연주자는 그 에너지를 통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한 단계 승화시키는가 보다.

“풍물은 바람 ‘풍’자에 만물 ‘물’자를 씁니다. 만물에 기운과 생기를 불어넣고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듣는 이의 신명을 불러일으키지요. 농악이라는 용어는 일제강점기 때 우리 음악을 격하시키기 위해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전부터 썼어요. 농악 대신 풍물굿, 풍물놀이, 풍장, 굿 친다, 매구 등등 지역마다 다르게 부릅니다. 용어를 통일하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민악(民樂)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저도 이 말이 가장 좋습니다.”

그가 장구를 맡고 있는 부산농악은 걸립을 특징으로 한다. 집집이 돌아다니며 풍물치고 축원하며 돈과 곡식을 얻는다. 일종의 프로단체다. 수입과 직결되다 보니 개인의 기예가 잘 발달됐다. 풍물에 담긴 철학 그리고 완성된 체계와 기술을 갖춘 연행예술로 부산농악에 대해 이야기하며 연신 “우리 조상들이 정말 좋은 것을 물려주셨다”는 감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를 다룬 10년 전 기사를 읽으며 한 예술가의 삶을 생각한다. 10년 전의 그와 오늘의 그는 같은 사람이면서 다르다. 10년 후에도 이와 같을 것이다. 오늘도 여전히 꽹과리를, 장구를 잡는다. 우리 조상님이 물려주셨다는 ‘그 좋은 것’을 갈고 또 닦는다. 비단 박종환뿐이랴. 부산의 수많은 풍물재비들이 그러하리라. 우리는 묵묵히 업처럼 전통을 갈고닦는 그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또 기록해야 할까. 가족의 희생과 뒷바라지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을 끝내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어느 경상도 남자 예술가의 심중처럼 깊고 무겁다.

공연기획자·인제대 외래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미 애리조나서 60년 만의 민주당 주지사 당선, 상하원까지 다 장악
  2. 2겨울시작 '입동'인 7일, 부울경 맑고 쌀쌀… 외출땐 따뜻한 옷 필수
  3. 3[속보]대구서 자신 도우려던 구급대원 얼굴 때린 60대 벌금 700만 원 선고
  4. 4[속보]"'블루웨이브 쇼크'에 세계증시 시총 하루만에 4800조 원 증발"
  5. 5올가을 첫 얼음 관측… 오전 7시 설악산 영하 9도, 횡성 영하 6.8도
  6. 6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1원… 전주보다 0.2원 ↓
  7. 7[속보] 도로 온수관 파열로 생긴 구멍에 행인 빠져…전신 60% 화상
  8. 8미래에셋증권도 해킹 사고… 고객 3800여명 임직원 3만5255명 개인정보 흘러나가
  9. 9[속보] 만천하스카이워크 집라인 운행 중 멈춰…승객 30분간 공중에 매달려 있다 구조
  10. 10반여1·4동 어르신과 함께한‘사랑의 자장면 나눔’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3. 3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4. 4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5. 5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6. 6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7. 7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8. 8[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속보]"'블루웨이브 쇼크'에 세계증시 시총 하루만에 4800조 원 증발"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1원… 전주보다 0.2원 ↓
  3. 31249회 로또복권 1등 14명…당첨금 20억2505만 원
  4. 4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5. 5‘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8. 8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9. 9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10. 10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1. 1겨울시작 '입동'인 7일, 부울경 맑고 쌀쌀… 외출땐 따뜻한 옷 필수
  2. 2[속보]대구서 자신 도우려던 구급대원 얼굴 때린 60대 벌금 700만 원 선고
  3. 3올가을 첫 얼음 관측… 오전 7시 설악산 영하 9도, 횡성 영하 6.8도
  4. 4[속보] 도로 온수관 파열로 생긴 구멍에 행인 빠져…전신 60% 화상
  5. 5미래에셋증권도 해킹 사고… 고객 3800여명 임직원 3만5255명 개인정보 흘러나가
  6. 6[속보] 만천하스카이워크 집라인 운행 중 멈춰…승객 30분간 공중에 매달려 있다 구조
  7. 7반여1·4동 어르신과 함께한‘사랑의 자장면 나눔’
  8. 8해운대구 재송2동 릴레이안부봉사단, 2026년 릴레이 다함께 가을소풍’ 추진
  9. 9'세브란스병원 흉기난동' 50대 여성 구속심사
  10. 10해운대구 중1동, '술은 잠시 오프(OFF), 건강은 온(ON)’ 절주 캠페인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알쏭달쏭 한자어 오독 소동 外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극락암 벚나무 /홍종원
곰 두 마리 /황인숙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5일 (음 9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