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60석 동네 소극장 공연
- 예술과 직접적인 교감함으로
- 음악 선율에 위로·위안받기도
- 공연장 운영자의 재정적 압박
- 지원하는 사회적 대타협 필요
우리는 하루하루 살면서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따른 행복을 누리기보다 내 생활 주변 가까운 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선율에 위로와 위안을 받을 때가 많다. 이러한 것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확행(小確幸)이라 했다. 이런 일이 많을수록 행복지수는 높아지고 사회는 긍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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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스페이스 움에서 열린 재즈 피아니스트 하지림의 2집 앨범 쇼케이스. |
지난 25일 부산 동래구 명륜동 스페이스 움에서 재즈 피아니스트 하지림의 2집 앨범 쇼케이스 콘서트 ‘일상’이, 26일 토요일에는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앞 소극장 봄(봄 카페)에서는 피아니스트 조현선 경성대 교수의 독주회가 각각 열렸다. 공연 장소가 모두 객석 50~60석의 동네 소극장이란 점이 공통점이었다. 음악회만 하는 곳이 아니라 갤러리, 인문학 모임 공간 등으로도 활용되며 예술과 교감할 수 있는 장소이다.
재즈 피아니스트 하지림은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뒤 작곡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유학 가 뉴욕 파이브타운즈컬리지에서 재즈 피아노로 석사 학위까지 마친 음악인으로 거듭났다. 대학 생활 내내 문화 동아리에서 음악과 함께했던 일상이 작곡가이자 연주자로 거듭나는 삶으로 변화한 밑거름이 됐다. 가까운 곳에서 늘 함께했던 음악, 이제는 자기 음악으로 관객과 만나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모습이 공연 내내 공연장을 감쌌다. 그의 미소가 관객들의 미소로 번져가는 ‘나비효과’를 볼 수 있었다.
앨범 타이틀 또한 ‘일상’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연주자의 일상을 대화하듯 음악으로 풀어내는 피아노 선율에 드럼과 베이스가 더해지며 ‘하지림 재즈 트리오’가 형성되고, 이들이 전해주는 선율에 관객의 행복지수는 최고조로 올라갔다. ‘소극장 봄’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조현선 교수의 독주회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시작으로 드뷔시,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를 리스트가 편곡한 피아노 버전, 쇼팽의 폴로네이즈 판타지아 Op.61까지 쉼 없이 연주했다. 조 교수의 연주에 관객은 열광했고, 작은 공간을 큰 행복이 가득 채웠다.
필자는 삶의 쉼표 같은 작은 공간을 끊임없이 이야기해왔다. 2002년에는 필자가 직접 (지금은 없어진) 국도레코드 대표와 함께 ‘국도아트홀’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운영했다. 이곳에서 ‘대화가 있는 음악회’를 열어 매달 부산 음악인의 연주와 삶의 이야기를 들었고, 피아니스트 김대진, 첼리스트 다니엘 리, 살타첼로,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를 비롯하여 다양한 연주자가 함께하는 쇼케이스 음악회와 강좌가 있었다.
작은 공연장의 역할은 큰 공연장에서는 할 수 없는 직접적인 예술 체험이다.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 가까이서 전해주는 특별한 예술적 체험이다. 관객 눈앞에서 숨소리까지 맞춰가는 예술적 경험은 일상을 풍요롭게 한다. 이러한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관객 또한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당시 필자는 역설했다. 하지만 이들 공간은 한동안 거의 사라졌다.
필자가 만나는 작은 공연장은 관객에게 행복감을 준다. 그러나 필자는 작은 공연장을 운영하는 대표들의 힘겨움과 심정까지 이해하기에 가슴이 휑하다. 스페이스 움의 대표가 안고 있는 엄청난 재정적 압박을 온전히 혼자 몫으로 남겨두기엔 우리 사회는 이런 작은 예술공간에 너무도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공연장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모든 단위의 지자체와 정부, 국회·시의회·구의회가 소규모 공연장 활성화를 위해 지원책을 연구하고 실행해야 할 시점이다. 소극장은 대규모 공연장이 미처 주지 못하는 삶의 소확행을 느끼게 하는 실핏줄 같은 곳이다. 이런 실핏줄이 건강하지 못한 곳에서 대규모 공연장 활성화도 매우 힘들다. 주변의 사소함도 예술이 되고 그 예술이 일상이 되는 건강한 사회를 다시금 생각하자.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