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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46> 퀸, 내려가십니다…들국화, 올라오세요

송골매·산울림·들국화 … 한국판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 만들면 어떨까

  • 국제신문
  •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9-01-29 18:55:0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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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최초의 록 그룹 ‘키보이스’
- 록 대부 신중현이 이끈 ‘애드 포’
- ‘히식스’ ‘송골매’ ‘산울림’까지
- 한국판 록그룹 영화 소재로 충분
- 우리나라 대중음악 물줄기 바꾼
- 밴드 ‘들국화’도 빼놓을 수 없어
   
1989년 ‘포토뮤직’ 7월호에 실린 들국화의 공연 모습. 들국화는 한국 대중음악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놀라운 록 그룹이었다. 김형찬 제공
조봉권 기자=이게 다 ‘보헤미안 랩소디’(줄여서 ‘보랩’·브라이언 싱어 감독) 때문이다. 김형찬 대중음악연구가=무슨 소린가? 조봉권=어떤 각도에서 봐도 ‘음악영화’인 이 영화를 한국에서만 991만 명이 봤다. 놀라운 일 아닌가? 이야기가 특별히 센 것 같지도 않았고, ‘눈물 펑펑, 콧물 주룩주룩’ 코드도 아니고, 민족과 민주주의의 철천지원수를 때려잡은 것도 아니지 않나? 역시 한국인은 신명인가? 김형찬= 나도 가족과 함께 봤는데 어른도 아이도 모두 좋아해 흥미로웠다. 한국에선 환영 못 받는 동성애와 난민 코드까지 있는데도…. 게다가 퀸은 그때 주류 대중음악 문법에서 아예 벗어나 있었거든. 그런 그룹이 빌보드 차트에 한두 번쯤 올라 반짝 히트한 것도 아니고 10년 내내 히트했으니. 역시 대중의 금기는 성공한 스타에 의해 깨지는 법 아니겠나. 그게 대중문화 영웅의 역할이다. 근데 그거하고 ‘이게 다 보랩 때문이다’하고 무슨 상관인가? 조=이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무대에서 거의 내려갔다. ‘보랩 열풍’을 보면서 생각했다. 만약 한국에서 ‘보랩’ 같은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록 그룹’을 리스트에 올려야 할까? 김=음. 간단한 일은 아닌데. 그래서? 조=‘대중음악연구가 김형찬’은 (한국)대중음악 연구에서 깐깐· 꼼꼼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전문가라고 줄곧 생각했다. 좀 도와달라는 거지. 그래서 찾아왔다. 귀찮더라도 시간 좀 빼달라. 이게 다 ‘보랩’ 때문이다.

1. “놓칠 수 없지, 한국 록 태동기”

   
김형찬 대중음악연구가
김=그렇다면, 한국 록 태동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지. 1960년대다.

조=뭣이라? 60년대? 사람들이 잘 모를 텐데.

김=여기 뜨거운 드라마가 있다. 1964년 여름(음반 발매 기준) ‘키보이스’가 등장한다. 한국 최초로 ‘록 음악을 한 그룹사운드’이다. 같은 해 겨울 신중현이 이끈 ‘애드 포(Add 4)’가 출현한다. 한국 최초로 ‘창작’ 록 음악을 한 그룹으로 볼 수 있다. 둘 다 1963년 결성해 미8군 무대에서 시작하지만, 걸었던 길은 같지 않았다.

조=어떻게 달랐다는 건가?

   
록 그룹 키보이스(‘가요생활’ 1966년 11월호·사진 위), 애드 4(‘가요생활’ 1966년 11월호).
김=신중현은 미8군 시절 (미군에게서) ‘너희가 지금 하는 (미국) 음악은 다 안다. 너희만의 음악을 들려줄 수 없나?’ 하는 질문을 받는다. 키보이스도 이런 질문을 받았을 법한데, 크게 신경 쓴 것 같지는 않다. 키보이스는 외국 곡을 활발히 받아들이면서 대중이 환호하는 음악으로 인기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때 ‘히식스(He Six)’라는 또 다른 그룹이 등장한다. 히식스는 키보이스를 보면서 음악성을 더 밀고 나간다. 수준 있는 외국 음악을 받아들이는 쪽이었지만, 더 ‘헤비’하고 더 다이내믹한 음악을 해보자, 하는 노선이다. 1969년과 이듬해 플레이보이컵 쟁탈 보컬 그룹 경연대회에서 키보이스와 히식스는 번갈아 1등을 차지한다.

조=그럼 신중현과 애드 포는?

김=신중현은 밴드 결성 등에서 잇달아 ‘삽질’을 한다. 플레이보이컵 경연대회는 나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초기의 문제의식을 안 놓지. 그러다 자기가 키운 김추자, 펄시스터즈 등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안주할 법도 했는데, 오히려 한 발 더 나간다. 이것이 신중현이 위대한 점이다. 그는 결국 한국 창작 록 음악을 개척한다. 물론, 세 그룹 다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

2. 강호 평정! 대학가 괴물 그룹 ‘송골매’

   
히식스.
조=한국 록 발생기에 펼쳐진 애드 4, 키보이스, 히식스의 쟁탈전을 잘 엮으면 꽤 뜨거운 음악영화가 나오겠다.

김=한국의 초기 록 음악은 발전 단계에서 ‘대마초 파동’ 등으로 된서리를 맞고 엄청나게 후퇴한다. 1970년대 후반까지 록 그룹이 적지 않지만, 음악영화로 만들 만큼 무게감이 두드러진 그룹은 잘 안 보인다. 1980년대 중반까지 분투한 위대한 조용필이 있지만, 여기서 록 그룹만 이야기한다 했으니 다음은 송골매로 가야 할 것 같다.
조=배철수 구창모 등이 이끈 송골매의 자리가 그리 큰가?

김=대마초 파동으로 록 음악이 결딴났지만, 대학가에 불씨가 있었다. 홍익대의 블랙테트라, 항공대의 활주로가 최고 스타였다. 활주로는 멤버가 예비역이었다. 폐차된 버스를 사서 캠퍼스에 놓고 거기서 먹고 자고 연습하며 거칠고 직선적인 음악을 했다. 블랙테트라는 당시 관행인 ‘기수별’로 팀을 구성하지 않고 ‘파트별’로 멤버를 뽑았다. 실력 위주였다는 얘기다. 홍대 특유의 문화적 세련미도 있었지. 활주로의 배철수는 대학가 경연 뒤풀이 때 블랙테트라 쪽을 기웃거리면서 친분을 쌓는데, 두 팀이 마침내 합쳐 송골매를 만든다. 대학가 슈퍼 그룹 송골매가 비상한 거다. 그 뒤 열광적 분위기는 조 기자처럼 송골매를 기억하는 세대가 아는 바와 같다.

3. ‘산울림’과 ‘사랑과 평화’

   
송골매(‘뮤직라이프’ 1983년 9월호·사진 위), 산울림(‘대중가요’ 1982년 제118호). 김형찬 제공
조=나는 중학교 때부터 ‘산울림’의 앨범 1집부터 11집까지 가사를 모두 필사해 외워 부를 정도로 좋아했다. 산울림의 노래는 지금 들어도 다채롭고 ‘모던’하다.

김=‘산울림’은 계보가 없다. ‘갑툭튀’다. 진정한 천재들이었다. 천재란, 너무 앞서나가다 망하기 쉬운데, 산울림은 대중의 사랑도 엄청나게 받았다. 당시 외국 음악을 엄청나게 듣고 소화해 기본기를 탄탄히 다졌기 때문이 아닐까? 정말 산뜻한 그들의 노래를 잘 들어보면 시대의식도 녹아 있다. ‘한국판 보헤미안 랩소디’의 후보로 손색이 없다.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이 ‘사랑과 평화’다. 1969년 미8군 무대에서 시작해 한국 록 음악사에 획을 그었다. 음악성을 높이 끌어올렸고, 서태지와 아이들에 앞서 한국 최초로 흑인 음악을 주류로 올려놓은 주역이다.

4. 들국화, 한국 록의 물줄기를 바꾸다

조=‘들국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지 않나?

   
김=들국화 노래를 처음 듣던 때를 잊지 못한다. 80년대 팝 음악 팬에게 중요한 건 서구 음악이었다. 한국 음악은 별로 안 쳐주는 경향이 있었다. 라디오에서 듣는데 당연히 수준 높은 외국 그룹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말 가사가 나오는 거다. 이런 애들이 다 있구나! 엄청난 충격이었지. 들국화는 팝 팬의 관심을 한국 음악으로 돌려버렸다. 물줄기를 바꿨다. 그리고 시인과 촌장, 따로또같이, 김현식 등 이 가세하면서 진짜로 대세를 바꿨다. 일부 평론가는 들국화가 1집을 낸 1985년을 제2의 르네상스라 한다. 당연히 리스트에 올려야지. 들국화!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이 기사는 지난 25일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김형찬 대중음악연구소에서 가진 인터뷰를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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