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낙동강 하구 '김떡국' 기장 '미역떡국'…부산 안에서도 설날 밥상 다 달라요

부산의 설 음식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31 18:57:33
  •  |   본지 3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해방·산업화 거치며 부산 정착한 이주민
- 고향의 식재료·조리법으로 설 음식 장만

- 떡국 육수도 지역·출신별 각양각색
- 경남 출신은 멸치, 내륙 출신은 고기로
- 쌀 귀했던 이북 만둣국 먹던 전통 이어져
- 산적 재료도 돔배기·군소·전복 등 다양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을 꼽으라면 대표적으로 설날과 정월대보름, 추석, 동지 등이 있다. 그 절기에 따라 무병장수와 발복,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는 것인데, 명절 때마다 각각의 계절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눠 먹는 풍습이 전해져 왔다.

■떡국, 식재료·지역 따라 천차만별

   
설날에는 떡국, 정월대보름에는 묵은 나물에 복쌈, 추석에는 햅쌀밥과 과일, 동지에는 팥죽 등이 있겠다. 각각의 음식에는 그 계절의 영양 측면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기복(祈福)과 벽사(辟邪)의 의식 또한 가볍지 않게 깔려 있었다.

새해 첫날인 설날에 먹는 떡국 또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음식이다. ‘동국세시기’의 기록에 의하면 ‘떡국(餠湯)’은 ‘멥쌀가루를 쪄 떡판 위에 놓고 떡메로 무수히 찧어 길게 늘여 만든 흰떡을, 얇게 동전 같이 썰어 장국에다 넣고 쇠고기나 꿩고기로 끓인 후 고춧가루를 쳐서 먹는 음식’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하여 첨세병(添歲餠)이라 부르기도 했다.

떡국의 재료인 가래떡은 길게 이어진 떡이라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희고 깨끗한 떡(白餠)으로 만들어 먹기에 새로운 한 해를 정결하게 맞이하는 음식이며, 떡을 동전처럼 썰어 먹음으로써 새해에도 재복을 기대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팔도마다 조리법이나 식재료들이 조금씩 다른 떡국은 충청도의 ‘날떡국’, 전라도의 ‘닭장떡국’, ‘두부떡국’, 강원도의 ‘만두떡국’, 경상도의 ‘굴떡국’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에 따라 떡국 대신 만둣국을 먹는 곳(이북 지방)도 있고, 떡국과 만두를 함께 넣어 먹는 곳(강원도 지방)도 있다.

설날에 먹는 음식이라면 떡국 외에도 전, 산적, 강정, 수정과와 단술 등이 있다. 지역마다 음식의 종류는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그 조리법과 식재료는 다양하다. 부산의 설날 음식 또한 그렇다. 게다가 그 조리법과 식재료는 거의 전국의 설음식을 다 망라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떡국만 하더라도 가래떡을 동전처럼 동그랗게 썰어서 준비하는 집과 타원형으로 길쭉하게 썰어 준비하는 집이 있다. 육수도 소고기를 중심으로 진하고 감칠맛 나게 장만하는가 하면, 멸치나 해산물로 시원하고 깔끔하게 내는 집도 있다. 소고기 육수는 경북, 중부 이북 지역이, 멸치는 경남 남해안 지역의 집들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맹물에 장국으로만 간을 내는 집도 더러 있다.

전국 각 지역의 특산 식재료를 넣어 함께 끓여 먹기도 하는데, 서부 경남의 굴과 전라도의 매생이 등을 넣어 ‘굴 떡국’‘매생이 떡국’ 등으로 먹기도 하고, 낙동강 하구에 연한 강서지역에는 김으로 ‘김 떡국’을, 기장지역에는 미역으로 ‘미역 떡국’을 먹는 집들도 있다.

■이북 피란민들은 만둣국

   
설날 떡국
산적 또한 지역별 식재료가 다 모였다. 영남 내륙 ‘상어 돔배기’, 경상도 해안지역 ‘문어’, 부산 ‘군소’, 제주도 ‘전복’, 전라도 ‘가오리’, 강원도 ‘명태’ 등이 있겠다. 강정 또한 쌀, 콩, 땅콩, 깨, 호박씨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다양한 종류를 망라하고 있다.

특히 이북 피란민들이 부산에 정착하면서 뿌리내리거나 파생한 이북 음식들 또한 부산에서는 중요한 음식문화로 남아 있다. 냉면과 밀면, 돼지 수육과 돼지국밥, 만두와 빈대떡 등이 그것이다.

함경남도 문천(원산 부근)에서 한국전쟁 때 피난 내려온 김충진(77) 서양화가를 만나 이북의 설날 음식에 대해 들어보았다. 그는 명절에 빠지지 않는 음식으로 만둣국, 돼지고기 수육, 빈대떡을 꼽았다. 이북에는 쌀이 귀해 떡국 대신 만둣국으로 설음식을 대신한다고. 그 때문에 손님이 찾아오면 만둣국을 대접하고 돼지고기 수육, 빈대떡 등으로 술상을 차리고, 콩으로 만든 강정과 단술, 수정과 등으로 다과상을 차려냈다고 한다.

   
이북의 설날 음식 만둣국
특히 만둣국은 겨울이면 늘 먹는 주식 중 일부였단다. 그 때문에 한 번에 가족이 두어 달 먹을 정도의 만두를 미리 만들어 두는데, 김 화백의 집에서는 한 번에 150여 개 정도를 만들었다고. 만두를 만들 때는 온 식구가 모여서 만드는데, 홍두깨로 반죽을 밀어 만두피를 만드는 일은 주로 남자들이, 소를 넣어 만두를 빚는 일은 여자들이 담당했다. 만두소는 두부, 배추, 숙주나물, 돼지고기, 꿩고기 등을 다져서 넣고, 육수는 장국에 돼지고기, 꿩고기, 닭고기 등을 넣어 장만했다고 한다.

김 화백 가족은 지금까지도 이북에서의 음식문화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음식 조리법은 큰며느리에서 큰며느리로 계속 이어져 오며 전수받아야 할 가문의 음식문화 유산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전국 설음식의 부산화

   
제삿밥
이처럼 부산의 설음식은 전국의 다양한 설음식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 상 가득 차려지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이는 ‘부산’이 전국 각 지역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주민의 도시’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부산은 다양한 지역의 생활관습과 문화가 혼재하면서도 서로 통용되는 ‘다양성의 사회’이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음식 또한 여러 지역의 문화를 반영하여 발현되고 있다. 각 지역 전통의 음식이 부산식으로 변화, 현지화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해방공간, 한국전쟁, 산업화 시대를 지나며, 부산으로 이주하여 정착한 현재의 ‘부산 사람’들이, 고향의 음식들로 차려놓은 ‘푸짐한 밥상’이 현재 우리의 ‘부산 음식’인 것이다. 하여 부산의 음식을 들여다보면 전국에 모든 음식의 원형을 유추해 볼 수가 있다. 그러하기에 부산의 명절 음식 또한 다양하기도 하거니와 그 식재료나 조리법 또한 이주 지역의 음식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산은 바야흐로 ‘미식의 도시’로 한 발 더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원준 음식문화칼럼니스트·시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4. 4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5. 5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6. 6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7. 7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8. 8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1. 1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2. 2與·한동훈 점입가경 공방 인신공격까지(종합)
  3. 3정부, 김지용 저격 임은정 감찰 지시(종합)
  4. 4국힘 “한미 균열…정동영 통일부 장관·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경질을”(종합)
  5. 5[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35.2%…민주 35.5%·국힘 41.3%
  6. 6주진우 "대구 천장 붕괴사고 때 이 대통령 골프, 참사때마다 벌써 세 번째"
  7. 7[속보]외교부, 사우디 전역에 ‘출국 권고’…중동 재외국민 안전대책 점검
  8. 8울산 북구, 내년 구의원 월정수당 15% 인상안 주민 의견 듣는다
  9. 9우크라 갈등에 한미 정보협력 난기류까지…靑 고심
  10. 10이 대통령 "팬스타아크로호 귀항 축하, 이번 성과 바탕으로 북극항로 시대 준비"
  1. 1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2. 2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3. 3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4. 4발전설비 점검하고, 길 위 장애물 치우고…부산 기관 로봇들 맹활약
  5. 5“부산 중심으로 체계적 해양AI 개발…협의체 꾸리자”
  6. 6[한 손 뉴스] 국산 비만치료 신약 ‘에페’, 위고비·마운자로에 도전장
  7. 7최전방 GOP용 ‘AI 경계병’ 개발한다
  8. 82030세대 겨냥 ‘저도수 토마토 막걸리’ 뜬다
  9. 9고금리 벼랑 부산 취약층에 ‘재기 사다리’…910건 금융지원
  10. 10신세계센텀서 ‘미세키서울’ 26FW 선봬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4. 4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5. 5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6. 6“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7. 7“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 기업 유치 등 사천 경제 활성화”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2일
  9. 9거제 양대 조선소, 지역 인재 더 뽑는다
  10. 10합천·하동·산청·거창, 인구소멸 해법으로 양수발전소 유치전
  1. 1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2. 2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3. 3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4. 4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5. 5유현조, 여자골프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 정상…시즌 2승
  6. 6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7. 7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8. 8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9. 9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10. 10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지은- little talk-Venice
김지효-우리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2일 (음 9월 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8일 (음 8월 28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2일
주말의 BIFF- 2026년 10월 9~11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