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시설 확충에만 열중한 과거
- 지금은 생활 속 문화 향유 화두
- 전문가·순수 애호가 이어주는
- 섬세한 간접적 지원 필요한 때
1984년 ‘지방문화중흥 5개년 계획’이 수립되었다. 이후 문화복지라는 개념으로 국민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고자 국가는 문화시설 확충에 열중했다. 이후 문화기반시설은 지역문화정책의 최선봉을 차지했으며 현재진행형이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이 덕분에 지역 문화기반시설은 기초자치단체에까지 갖춰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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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앤오 베리타’의 창단 공연 ‘빨래’. |
시설만 갖추면 우리 삶이 예술적인 삶으로, 예술을 향유하는 삶으로 바뀔까?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 수립을 지난해 완료했으며, 이에 따라 각 지역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이는 아직 문화예술은 교육의 과목이요, 향유하는 시민은 교육의 대상자로 생각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술은 교육을 통하는 것보다 삶의 현장에서 전문가와 순수 애호가들이 함께 즐기며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할 때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난 9일 ‘뮤앤오 베리타’(Musical&Opera Verita) 창단 공연 ‘빨래’가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이 단체는 부산과 경남에서 활동하는 전공자와 일반 시민이 함께하는 혼성 합창단이다. 2017년 11월 활동을 시작해 ‘고성현과 노래하는 친구들’에서 선보인 뒤 다양한 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쌀쌀한 오후 7시임에도 공연장은 가족 중심 관객이 가득했다. 어린 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모두 행복한 표정으로 공연 내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현대인의 삶에 가장 깊숙이 침투한 병은 스트레스다. 이는 일과 생활이 분리돼 있지 못하고 일의 생활화에 빠져 있는 현상에서 시작된다. 그래도 요즘은 취향을 찾아 다양한 여가를 즐기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와 더불어 생활예술이 더욱 중시된다. 개인은 여기서 창조성과 자율성을 발휘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아주 중요하다. 스스로를 향한 자긍심이 타인을 인정하는 힘으로 변화하여 혼자만의 삶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삶을 향한 적극적 소통으로 이어진다.
예술에서 중요한 가치는 나의 예술 행위가 인정받는 것이다. 이는 타인의 예술 행위를 인정하는 데서 나의 예술 행위가 시작됨을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무대에서 노래하는 예술가는 자기 예술의 첫 단계인 작곡가를 인정해야 하며, 그 작곡가 및 곡을 연구·분석하여 연주자 실력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또한 주요 관객층을 예상해 관객 몰입도와 만족도 등 공감대를 극대화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는 공연 주최자를 포함한 다양한 관객의 성향을 이해하는 긍정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생활예술은 전문 예술가와 일반 애호가들이 모여 이러한 과정을 거쳐 무대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예술은 더욱 긍정적인 삶을 위한 촉매제로 작용한다.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이 예술 행위에 참여한다. 동아리 수준에서 벗어나 전문 단체와 협업하는 단체 또한 많다. 정부와 지자체의 문화정책을 살펴보면, 시민 예술 활동 지원을 확충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지원에는 매우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생활예술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그들의 순수성과 자생성을 해칠 수도 있다. 혈세 사용에 대한 논란거리를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원 자체를 꺼리게 된다면 그 또한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모두 만족할 대안을 찾기는 힘들어도 적어도 관에서는 전문가와 예술 동아리를 이어주는 교류의 장을 확대하고, 전문 예술가 지원을 통해 예술 동아리와 상생할 다양한 간접적 지원정책을 끊임없이 펼쳐야 한다.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일은 오늘 이 순간은 내가 주인공이라는 자긍심에서 출발한다. 다양한 생활예술이 예술의 생활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