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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47> 왜 환대의 도시인가?

다름을 포용하고 수용하는 것 … ‘환대’는 부산 미래와 연결됩니다

  •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9-02-19 18:48:3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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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찬 도서출판 함향 대표

- 환대는 과거-미래가 만나는 말
- 도시 ‘문제해결’의 핵심 키워드
- 한국전쟁 때 피란민 안아준 부산
- 이젠 두 팔 벌려 세계 환대해야

# 차재근 문화소통단체 숨 대표

- 남북 철도협력사업 빠르게 진척
- 기종점 부산에 국제역 만들어야
- 장소는 동구 부산진역사 최적지
- 산복도로까지 명소 확장 가능해

지난 1일 국제신문 복간 30주년 기획기사로 ‘새로운 30년의 비전…연결·창의·환대의 도시로’ 등을 보도한 뒤 이런 질문을 꽤 받았다. “연결·창의는 알겠는데 ‘환대의 도시’는 어떤 거죠?” 그런 가운데 “연결·창의·환대의 도시 중 제일은 환대”라는 반응을 보내준 분도 있었다. ‘환대(hospitality)'에 관해 좀 더 이야기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부산 동구 초량동 산복도로를 찾은 임규찬(왼쪽 사진) 대표와 차재근 대표가 부산 시가지와 북항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부산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도서출판 함향을 운영하는 임규찬 씨를 섭외했다. 그는 2017년 첫 저서 ‘발견의 시대’에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방향으로 ‘적극적인 발견’을 제안했고, 이듬해 소책자로 낸 책 ‘환대의 도시’에서 부산의 방향과 화두를 ‘환대’로 꼽았다. 2018년에는 산문집 ‘토끼와 빨래’도 내놓으며 ‘임 작가’ 호칭도 얻었다.(이 가운데 소책자인 ‘환대의 도시’는 초판을 너무 적게 찍어 절판 상태라고 한다)

문화소통단체 숨 차재근 대표에게도 인터뷰를 의뢰했다. 민간과 공공 그리고 문화 영역을 오가며 자원을 발굴하고 지역사회를 바꾸는 활동을 해온 그는 요즘 ‘부산진역사를 국제역사로 활용하자’는 운동에 나섰다. 이 제안은 국제신문 복간 30주년 기획기사에도 일부 소개했으며 ‘연결·창의·환대의 도시, 부산’ 발상과도 이어진다.

■ 임규찬 저자

   
아침을 맞은 부산항. 부산은 연결·창의·환대로 더욱 좋은 도시가 될 수 있다. 국제신문 DB
검색창에 ‘환대’와 ‘철학’을 동시에 넣고 검색하니 결과가 주르륵 뜬다. 데리다의 ‘환대의 철학’부터 예수의 사상과 현대문명에 대한 반성까지 다양했다. 서구 철학에서 환대는 이미 잘 알려졌거나 정립된 철학 개념이라는 뜻으로 이해됐다. 임규찬 씨는 그런 환대를 부산이 가야 할 방향과 접목해 ‘환대의 도시, 부산’으로 구체화하자고 한다.

“사회학자 벤자민 R. 바버는 저서 ‘뜨는 도시 지는 국가’에서 말합니다. ‘도시는 이념과 정당 강령보다는 문제 해결을 선호한다’. 도시는 주권과 이념이 아니라 문제 해결과 기능에 집중한다는 뜻일 텐데요. 여기서 출발해 보겠습니다.” 그는 대도시 부산의 ‘문제 해결’을 돕고 이끌 키워드로 ‘환대’ 개념을 장착했다.

“환대는 구체적이고 또렷한 개념이죠. 그리고 쉽습니다.” 그는 “‘다이내믹 ○○’류의 많은 도시 슬로건처럼 뜬구름 같지 않고, 상업적인 냄새도 없다. 심지어 당장 실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환대는 ○○다’라는 설명을 시작했다. 예컨대 ‘환대는 경청이다’ ‘환대는 한발 물러서기다’ ‘환대는 도움이다’ ‘환대는 인정이다’ ‘환대는 함께 향유하는 것이다’ ‘환대는 인간이 사라진 시대, 인간의 귀환이다’ 등이다. 환대에서 보편 가치를 끄집어낸 셈인데 여기까지가 환대의 일반론이다.

다음 단계는 부산과 관련한 환대의 역사성이다. 그는 “부산의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낱말이 무엇일까” 하고 물었다. 그리고 답했다. “환대라는 단어에서 만난다. 그 이상의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에 끌려갔거나 떠나야 했던 동포를 맞이해준 도시가 부산이다. 고향에 못 가고 부산에 정착한 사람도 많았다. 한국전쟁 때 밀려든 피란민을 맞이한 곳도 부산이다. 그래서 판잣집 경관이 형성됐다. 맨눈으로 보면 빈민촌이지만, 들여다보면 도시의 마음이 보인다.

“부산은 함께 고통스러운 시간을 버텨낸 공간이죠. 그 흔적과 역사도 고스란히 남아 있고요. 부산은 환대의 도시였습니다.” 그가 말했다.

이제 미래로 눈을 돌려보자. “내가 첫 책 ‘발견의 시대’에 쓴 글에 이런 대목이 있어요. ‘정치인은 미래를 현재로 가져오지만, 정치꾼은 현재를 과거로 가져간다.” 그가 미래를 중시함이 이와 같다는 뜻으로 들렸다. ‘환대+미래+부산’은 ‘개방성’과 연계하지 않을 수 없다. “환대는 개방성이 전제돼야 합니다. 개방성은 이질적인 것, 낯선 것을 적대하지 않고 포용하는 힘인 동시에 배우고 수용하려는 성향입니다.”

그는 “정치의 기득권화가 부산을 폐쇄적으로 만든 가장 큰 요인이다. 보수의 도시가 된 이후 부산은 가장 빠르게 쇠퇴하는 도시가 됐다”고 지적했다. “변화가 시작된 지금 부산은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접점에서 세계를 향해 두 팔 벌리고 세계를 환대하는 도시로 가야 합니다.” 이때 환대는 남북 도시 간 협력 추진, 미래산업정책에까지 적용된다. 이렇게 보면 환대는 ‘연결·창의·환대의 부산’에서 심성, 소양, 행동 양식을 넘어선다. ‘환대의 인문학’으로 길이 열린다.

■ 문화소통단체 숨 차재근 대표

조봉권(이하 조)=차재근 대표는 지역문화의 다방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문화기획, 공연 제작, 독립영화 제작 등의 활동도 했지만, 대체로 문화공간과 관련된 일을 오랜 기간 많이 했다. 현재는 ‘부산진역사를 국제역사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활발히 하고 있다. 절실한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하게 됐나?

차재근(이하 차)=남북 철도 협력사업은 더 빠르고 폭넓게 진척될 것이다. 한국에서 출발한 열차는 중국·러시아·유럽으로 가는 국제 열차가 된다. 그때 기종점 부산에 ‘국제역’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 최적지로서, 지금은 폐쇄돼 기능을 멈춘 부산 동구 부산진역사의 가치를 ‘발견’하자는 제안이다. 잘 안 풀리면 어쩌나 싶어, 절실하다.

조=입지가 그만큼 좋은가?

차=정말 좋다. 상업 개발로 고층 건물을 세우기엔 한계가 많은 땅이고, 만일 그렇게 된다면 북항재개발지구와 부산진역사 앞쪽이 단절된다. 박물관 등을 구상해도 고립은 피하기 어렵다. 공공 개발로 모든 시민과 세계 방문객이 혜택을 누리고, 부산을 대중교통, 열차, 배, 비행기 등으로 ‘연결’해 명실상부한 국제적 연결 도시로 만드는 데도 알맞은 아이디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세계인과 부산이 만나는 실질적 플랫폼과 광장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면 부산의 미래세대와 미래를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조=부산역에 국제역사 기능을 합치는 방법도 있지 않나? 서울에서도 현재 ‘서울역을 국제역사로 만들자’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차=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부산역의 기능과 시설을 또 쪼개야 할 것이다.

조=부산진역사 면적이 좁다고 보지는 않나?

차=국제역사 면적 자체가 아주 넓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주변 지역이 함께 역할을 나누는 게 더 중요하다. 부산진역사를 국제역사로 활용만 한다면, 역 맞은편 동구 지역뿐 아니라 산복도로까지 명소를 확장해 활성화할 수 있다. 현재 부산진역사는 북항재개발 지역에서 빠져 있는데, 이로 인해 생기는 단절 문제를 풀 실마리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구의 지역발전 효과가 매우 클 것이란 얘기다.

조=철도 당국이 이런 아이디어를 받을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차=코레일은 상업 개발에 대한 시민사회 비판을 받을 일이 없고, 국제역사와 관련 시설을 보유할 수 있으니 큰 이득이 됐으면 됐지 손해 볼 일이 없지 않겠나.

조=현재 어떤 단계인가? 실현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차=아직은 시민사회에서 제기하는 아이디어의 하나로 여러 곳에 제안하는 단계다. 동구와 부산시, 시민사회의 관심이 필요하고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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