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9> 부산 춤의 정신

사회모순 품은 넉넉하고 열린 춤 … 그 속에 우리 삶이 녹아 있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2-25 18:46:59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오광대 배워 시작했다는 들놀음
- 수영야류·동래야류 등으로 계승
- 제의·대동놀이 연결하며 발전
- 풍자·개방성 담은 ‘생활예술’로

‘부산 춤의 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바다와 연관한 해양성, 개방성과 그에 따른 부산 사람의 기질과 연관한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여전히 ‘부산 춤의 정신’을 찾는 시도는 진행 중이다. 필자는 ‘부산 춤의 정신’을 부산의 대표적인 탈놀이인 ‘들놀음(야류)’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삶에 녹아든 열린 춤’의 특징을 잘 간직한 수영야류(국가무형문화재 제43호). 국제신문 DB
부산에는 수영야류(국가무형문화재 제43호)와 동래야류(국가무형문화재 제18호) 두 종류의 탈놀이가 남아 있다. ‘야류(野遊)’는 ‘들놀음’ ‘들놀이’의 한자 표기다. 야류의 유래는 민속학자 송석하가 ‘오광대 소고’(1933)에서 처음 언급했다. 경남 합천군 초계 밤마리에 있던 수영 사람이 오광대를 배워 시작했다는 설(송석하)과 밤마리 대광대패를 초청해 노는 것을 따라서 놀았다는 설(1970년대 등장한 설)이 있다. 둘 다 오광대를 배워서 시작했다는 설이다.

   
이용진이 들놀음을 활용해 안무한 ‘사자-who’. 사진가 박병민 제공
1980년대에 농경의례설이 나온다. 오광대는 전문 광대패의 상업적 연행이고, 탈놀음이 여러 꼭지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수영야류는 마을 고사, 길놀이 등 제의와 대동놀이가 포함된 것으로 놀이의 구조와 형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명칭도 낙동강을 두고 ‘야류(동편)’와 ‘오광대(서편)’로 다르다. 오광대를 배워서 시작한 것이라면 명칭을 굳이 다르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들놀음’의 ‘들’은 야외 공연 장소만이 아니라 농사짓는 장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풍년과 마을 공동체의 무탈을 기원하는 농경의례가 바탕이다. 농경의례설에 따르면 오광대를 접하기 전부터 마을 공동체의 놀이가 있었고 이후 전문 예인 집단인 오광대의 영향으로 놀이가 정교해졌다고 한다.

‘야류’와 ‘오광대’의 유래와 구조가 다르다는 점에서 부산 춤 정신의 실마리 몇 개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삶에 녹아든 춤’이다. 오광대가 전문 예인 집단의 상업적 목적의 연행이라면 들놀음은 생활문화다. 들놀음이 지역민의 삶에 얼마만큼 가까이 있는지는 수영야류의 ‘시박(試瓠)’을 통해 알 수 있다. ‘시박’은 정월 14일 밤 고을 어른들 앞에서 연희자들이 기량을 선보이고 배역을 확정받는 절차이다. 농사를 짓고 생업을 유지하면서 틈틈이 닦은 기량은 공개적으로 수준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전문예인 집단이라면 이런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다음은 농사 장소인 동시에 광장이고 놀이판인 ‘들’의 개방성과 가변성이다. ‘열린 춤’이라 고쳐 말할 수 있는데, ‘열린 춤’이라는 것은 춤 때문에 때와 장소의 성격이 규정되고, 춤의 시작과 끝부분에 마을 고사와 길놀이 같은 제의와 공동체를 환기하는 대동놀이가 연결된 열린 구조를 가지며 내용으로는 사회 모순을 풍자로 품는 넉넉함을 말한다.

인근 진주에는 ‘솟대쟁이 놀이’가 전승되고 있다. 울산지역은 현재 전승되지 않지만 ‘죽광대 놀이’가 있었다. 솟대쟁이 놀이와 죽광대 놀이가 전문 예인 집단의 연희라면 부산의 들놀음은 생활예술로 삶에 뿌리박은 열린 춤이다. 이런 부산 춤의 정신이 창작 춤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지난해 이용진이 안무한 ‘사자- who’에는 탈놀이의 풍자성이 잘 담겼다. 시각을 넓혀 보면 최근 세계적 추세로 번지는 ‘이머시브 공연’(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고 관객이 공연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거나 참여하는 공연 형식)은 들놀음의 ‘열린 춤’ 개념과 많이 닮았다.

   
하지만 지금 전승되는 들놀음은 어떤가. 고유의 정신이 희석되고 보존이라는 명분으로 소수화, 고립화, 전문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보존과 전승은 박물화나 자기 환원이 아니라 다시 거리로 들로 관객의 가슴으로 뛰어들어야 가능하다. 그래야 ‘삶에 녹아든 춤’ ‘열린 춤’이라는 들놀음의 정신이 ‘개방성’ ‘포용성’ ‘다양성’ 같은 추상성을 털어내고 지금 여기 부산의 춤 정신이 될 수 있다.

춤 비평가·문화기획 이상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운명의 일주일’… 가덕도신공항 난제 풀 대책 나올까
  3. 3‘부캉이’ 수로 떠난 날 북항 기름 유출 원인은 유조선
  4. 4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5. 5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6. 6태풍 ‘참피’ 영향 부산 이틀 동안 112㎜ 비…주택 담장 무너져
  7. 7CNN,“서울이 뉴욕이면 부산은 LA”…부산 조명
  8. 8[속보]‘부캉이’ 이틀 연속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
  9. 9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10. 10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1. 1[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2. 2‘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3. 3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4. 4김정은, 중국 6·25참전기념관서 “조중친선 영원히 계승”
  5. 5법무장관 박균택·양부남 유력, 野 "李 죄 지우기 인선이냐"(종합)
  6. 6김정은 방중, 북중혈맹 과시, 경제협력 확대에 무게
  7. 7북한군 자주포, 韓 카메라에 찍힐만큼 가까이 배치 …접경지 긴장고조
  8. 8[2026 국감 브리핑] 정동만 “부산에 금융·해양 공공기관 집중 배치해야”
  9. 9울산 동구의회 의원 내년 월정수당 15% 인상
  10. 10[2026 국감 브리핑] 이용우 “‘위장 5인 미만’ 쪼개기 관행 만연…제도 개편해야”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운명의 일주일’… 가덕도신공항 난제 풀 대책 나올까
  3. 3CNN,“서울이 뉴욕이면 부산은 LA”…부산 조명
  4. 4[속보]‘부캉이’ 이틀 연속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
  5. 5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6. 6‘책임경영 선언’ 정용진 이마트 대표 내정…신규임원 역대 최대
  7. 7'삼성고시' 24~25일 실시, 신입사원 연말 최종 선발
  8. 8롯데 6개 계열사, 베트남 현지인력 채용 나선다
  9. 9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중단…중복상장 논란에 주주 반발
  10. 10‘가상자산 과세’ 또 유예될 듯…당정 거쳐 결론 전망
  1. 1‘부캉이’ 수로 떠난 날 북항 기름 유출 원인은 유조선
  2. 2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3. 3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4. 4태풍 ‘참피’ 영향 부산 이틀 동안 112㎜ 비…주택 담장 무너져
  5. 5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6. 6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최대 12배 웃돈 받고 되팔아
  7. 7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8. 8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9. 9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10. 10'시장 캠프·인수위 출신' 창원시 산하기관장 후보 4명 청문 줄줄이
  1. 1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2. 2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3. 3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4. 4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5. 5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6. 6‘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7. 7‘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8. 8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9. 9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10. 10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우리은행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지나-마음
남인목-웃는 나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6일 (음 9월 1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