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3·1운동과 독립운동을 기억하기 위해 역사학계 등에서 책을 추천받아 소개한다. 이 책들은 21세기에 독립의 의미는 무엇인지, 왜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목숨을 바쳤는지, 일제가 우리 민족에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 보여준다.
# 신흥무관학교 설립한 이회영 일가
- 이조판서 등 배출한 명문가
- 전 재산 털어 인재양성 힘써
◇ 신흥무관학교와 망명자들- 서중석 지음 /역사비평사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쓴 ‘신흥무관학교와 망명자들’을 추천한다.
이 책은 온 가족이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우당 이회영 선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회영 선생의 집안은 이조판서를 지낸 아버지 이유승을 포함해 정승, 판서를 배출한 명문이었다.
이회영 선생은 1910년 경술국치가 일어나자 여섯 형제와 독립운동을 하기로 뜻을 모으고 전 재산을 팔아 가족 50여 명과 만주로 넘어갔다. 그때 처분한 재산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600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만주에서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해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는데 이회영 선생 형제들은 대부분 독립을 보지 못한 채 감옥에서 순국했거나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이회영 선생도 65세에 일본 경찰에 체포돼 고문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만주로 떠난 가족 중 조국에 돌아온 사람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이회영 선생과 집안은 독립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가문으로 평가받는다. 그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무엇인지 몸소 실천해 보였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회영 선생 집안의 숭고한 정신을 결코 잊으면 안 된다.
김승·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인문한국 교수
# 가난한 조선 소녀가 겪은 역경
- 친일파 집안에 끌려간 수남이
- 그녀의 고난이 곧 한민족 운명
◇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이금이 지음 /욜로욜로
이금이 작가의 장편소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의 첫 대목을 읽기 시작했을 때,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은 이유는 ‘문장’ 때문이었다. 문장은 짧고 명징했다. 짧고 명징한 문장의 힘과 아름다움이 거기 있었다. 이는 작가가 자기가 쓸 대상과 갈 길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지금도 이 소설을 단문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의 주인공인 조선 소녀 수남이(다른 이름 윤채령)를 만났다. 문장은 단문인데, 소설 속 세계는 거대했다.
일제강점기, 가난한 시골의 수남은 운명의 손아귀에 끌려 귀족 윤형만 자작의 집으로 가게 된다. 수남은 윤 자작의 딸 윤채령의 ‘생일 선물’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자작 호칭을 가졌다는 사실은 곧, 윤형만 집안이 친일파임을 뜻했다. 가난했지만 똘망똘망했으며, 사랑을 할 줄도, 사랑을 베풀 줄도 알았던 수남의 인생은 그대로 한민족의 운명과 투쟁을 상징한다. 조선에서 일본으로, 다시 일본군 ‘위안부’가 되는 덫에 빠져 중국으로, 미국과 러시아로, 끝내 다시 조선으로….
수남의 삶을 한민족 삶의 상징으로 상상하며 읽는다면, 이 소설은 3·1절 100주년 의미를 더 진하게 느끼게 할 것이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 불꽃같이 살다 간 박재혁 의사
- 일본 경찰서 들어가 폭탄 투척
- 세상에 자주정신 살아있음 알려
◇ 박재혁-적의 심장에 폭탄을 던져라- 안덕자 지음 /호밀밭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는 잘 알고 있어도 박재혁(1895~1921) 의사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박재혁 의사는 고등학생이던 18세에 우리의 역사책을 인쇄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돌렸고, 26세 때는 부산 용두산 공원 아래 있던 일본 경찰서에 들어가 경찰서장에게 폭탄을 던져 조선 사람의 자주정신이 죽지 않았음을 온 세상에 알렸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일을 한 박재혁 의사가 부산 사람인데도 우리가 잘 몰랐던 것은 긴 세월에 떠밀려가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안덕자 동화작가가 박 의사의 손녀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온갖 기록을 뒤져서 어렵게 찾아내었다.
힘들게 찾아낸 박재혁 의사 이야기를 읽고 감동했다. 박재혁 의사는 우리를 괴롭히던 일본 경찰서에 들어가 폭탄을 던진 죄로 모진 고문을 당했다.
그런 데다가 일본 사람이 주는 음식은 먹지 않겠다고 단식을 하다가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박재혁 의사는 부산의 자랑이다. 3·1절 100주년을 맞아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애국정신을 다졌으면 좋겠다.
김재원·동화작가
# 日 작가가 쓴 위안부 피해자의 인생
- 여성 문제 다뤄온 가와다 후미코
- 배봉기 할머니 일생 전기로 펴내
◇ 빨간 기와집- 가와다 후미코 지음 /오근영 옮김 /꿈교출판사
제목만 봐서는 다분히 서정적일 것 같은 ‘빨간 기와집’은 여성 문제를 다뤄온 가와다 후미코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봉기 할머니(1914~1991)를 직접 만나 엮은 배 할머니의 전기적 픽션이다. 배 할머니는 스스로가 위안부였음을 처음 밝힌 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지리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궁핍한 삶을 전전하다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소개꾼의 집요한 꼬드김에 속고 만다. 그렇게 1944년 가을 오키나와의 도카시키섬으로 끌려가 위안소에서 성노예가 된 배 할머니의 삶은 일본의 패전 뒤에도 혹독하기만 했다. 미국으로 넘어갔다가 1972년 다시 일본 땅이 된 오키나와에서 불법체류자가 됐고, 퇴거당하지 않으려는 과정에서 일본군‘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말하는 증언자로서 전면에 나서야만 했다.
“칼로 목을 콱 찌르고 싶은 심정”에서도 살았다고 밝힌 배 할머니를 작가는 반복해서 만나 취재했다. 그렇게 얻은 70여 시간의 녹음자료를 잘 정리해 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우리가 지키지 못해 고통의 삶을 살다간 한 여인의 삶은 곧 우리 역사의 한 단면임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윤태석·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관장
# 항일 독립투쟁의 정점 ‘의열단’
- 김원봉 결성… 1920년대 활약
- 발전 과정과 활동상 등 소개
◇ 혁명과 의열-한국독립운동의 내면- 김영범 지음 /경인문화사
일제강점기 동안 3·1 만세시위를 비롯하여 우리 민족은 다양한 방식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의열투쟁’ 또한 그 하나로 우리 민족이 1945년 해방될 때까지 지속됐다. 특히 3·1운동 직후 김원봉이 앞장서 결성한 의열단의 활동은 1920년대 의열투쟁의 정점에 있었다. 김원봉 등의 의열투쟁은 이후 조선의용대의 결성, 한국광복군과의 합편을 거치며 역동적으로 진화했다. 이러한 의열투쟁의 진화 과정을 실증적 작업을 통해 깊이 밝힌 연구가 바로 김영범의 ‘혁명과 의열-한국독립운동의 내면’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한국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전개된 의열투쟁을 민족혁명인 동시에 사회혁명의 실현 과정으로 이해하고 그 내면적 발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기술하였다는 데 있다. 근래 영화 ‘암살’과 ‘밀정’ 등으로 김원봉 등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실제로는 그동안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에서 의열 연구는 주변으로 밀려난 감이 없지 않았다. 이에 저자는 의열투쟁이 일제로부터의 독립과 함께 새로운 사회로의 변혁을 지향하였다는 점을 깊이 있게 파헤쳤다. 그 변혁의 정점에 공화제와 민주주의가 있음은 물론이다.
홍순권·동아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