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때부터 피리 불던 소녀
- 전공서 벗어나 다양한 국악기로
- 서양 악기와 크로스오버 선보여
- 처음 접한 관객도 충분히 교감
‘박지하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음악인 박지하를 소개하는 공연 프로그램에 적힌 글귀다. 지난달 22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박지하 커뮤니언 음악회’에서 열광하는 관객들을 보았다. 무엇이 열광하게 했을까? 음악회가 끝난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필자는 그날 음악회 현장을 오래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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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2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음악인 박지하의 공연 장면. 왼쪽 두 번째 앉아서 생황을 불고 있는 연주자가 박지하다. 정두환 제공 |
박지하라는 음악인은 아주 독특했다. 국립 국악중학교 때부터 피리를 전공해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피리에 머물지 않고 생황과 양금 등 다양한 국악기와 노래로 연주자에서 시작해 작곡가, 프로듀서 등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듀오 숨(SU:M)의 리더로 활동하며 2016년 1집 음반 ‘커뮤니언 Communion’에 이어 2018년 2집 ‘필로스 Philos’를 발표했다. 한국보다 외국에 더 잘 알려진 그의 음악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박지하의 음악은 월드뮤직 크로스오버 앰비언스 미니멀리즘 등 다양하게 소개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음악은 솔직하다. 자신이 느낀 바를 다양한 악기와 방법으로 표현했다. 본인의 음악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악기와 기법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해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연주자들뿐만 아니라 관객과 교감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지속적인 음의 반복과 음과 음 사이를 채워주는 비브라폰의 여음, 음향처럼 처리되는 베이스 클라리넷의 지속성과 연속성을 이어가는 음들, 베이스의 연주자가 품어내는 음들의 조화는 몽환적이기까지 했다.
이렇듯 음악에서 하나 된 연주자들은 자신의 음에 충실했다. 더불어 상대 연주자에게 음으로 지속적인 관계성을 표현했고 이러한 연주자들의 교감은 관객에게 전달돼 공연장 전체가 음으로 하나 된 울림의 현장이 됐다. 연주곡 ‘멀어진 간격의 그리움’은 비브라폰과 생황의 2중주 곡이었는데 생황이라는 악기의 특성을 아주 잘 표현했다. 우리나라 악기 중 유일하게 화음을 낼 수 있는 악기로 그 음색 또한 아주 독특한데 현대의 전자음 같기도 한 악기 소리를 활용한 음악이 비브라폰과 어우러지면서 그리움 가득한 음악을 표현했다. 또한 묘한 긴장감은 두 연주자 사이의 틈을 관객의 관심과 긴장으로 메워 가는 효과를 냈다.
모든 음악은 인간이 인간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위하고 상대를 위함이며 결국은 모두를 위함임을 이야기한다. 영국 민속음악학자이자 사회인류학자인 존 블래킹은 “모든 인간은 음악적이다”고 했다. 이는 보편성과 다양성의 상호관계를 이야기한다. 많은 이가 좋아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이어야 하지만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음악이 다양해야 함은 필연이다. 모든 음악은 인간에서 나오기에 인간만큼 다양한 것이 된다. 다양성의 한 지점에 박지하의 음악이 있으며 박지하식 음악으로 표현됐다.
‘음악은 교감(Communion)이다’. 연주자와 관객이 같은 시간 함께 호흡하고 교감하면서 받는 감동은 공연 현장에서만 누릴 수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음악인이나 새로운 장르의 음악일 경우 현장의 교감은 매우 중요하다. 박지하의 공연 현장에서 만난 관객의 상당수는 그의 음악을 처음 접한 사람임을 여러 장면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반응은 뜨거웠다.
이번 공연은 (재)부산문화회관 시민회관본부가 기획했다. 월드뮤직으로 분류되는 장르이기에 시민회관 측은 흥행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음악 장르를 접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것 또한 공연장의 역할이다. 결과적으로 공연장은 새로운 연주자를 소개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