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선생님’ 박선미 작가
- 초등학교 6학년 29명과 수업
- 처음엔 마음을 닫았던 아이들
- 점차 속마음 열고 감정 담아내
- 그렇게 한 수 한 수 시가 모여
- ‘부러운 새끼 개’ 시집으로 발간
3월은 햇볕 아래서 묵은 먼지 탁탁 털며 슬몃 봄 산을 한 번 쳐다보는 느낌으로 온다. ‘부러운 새끼 개’(보리 펴냄)는 교사이면서 ‘이야기 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어린이 책 작가 박선미 씨가 부산의 한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 29명과 지난 한 해 진행한 시 쓰기 수업의 수확을 엮은 책이다. 3월, 새봄 느낌과 잘 맞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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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한 해 동안 진행한 시 쓰기 수업의 수확을 ‘부러운 새끼 개’로 엮어 펴낸 박선미 작가. 보리 제공 |
“새 학기 시작해서 한 해 공부할 계획을 세울 때나 틈틈이 글쓰기 이야기가 나올 때면 아이들은 불에 덴 듯 화들짝 놀라 손사래 치고, 꽁꽁 마음을 닫아 버려서 참 당황스러웠습니다.…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버티더니,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더군요. 칠판에 써놓은 시를 안 보는 척하며 슬쩍 읽기도 하고, ‘시 읽어 줄게요’ 해도 안 듣는 척하면서도 고개 끄덕이거나 끼어들어 한마디 대꾸도 해 주고요.”(시집에 쓴 박선미 작가의 글에서)
이 시집 속 ‘작품’을 통해 본 시의 아름다움과 공감의 힘은 억지로 꾸미지 않고, 진실하게 쓰는 데서 나온다. 한 어린이가 쓴 시 ‘개미’다. “작은 개미 하나가 / 꼬물꼬물 방 안으로 기어 온다. / 내가 살려 주겠다고 하면 / 언니는 / ‘안 돼. 또 들어오거든’. / 바로 죽여 버린다. / ‘차라리 밖에서라도 살게 / 내다 던지기라도 하지’. / 나 혼자 있을 때만이라도 / 개미가 집에 들어가도록 / 놔뒀다.”
어른 독자들이 어렸을 적 형이나 언니와 함께 경험해봤을 법한 장면이다. 철이 든 ‘언니’의 행동은 야무진 데가 있고, 안타까워하는 동생의 마음은 환하다.
‘사마귀’라는 시다. “학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 규원이가 빨리 따라오라고 한다. / 장소는 내 방. / 규원이가 무언가를 가리킨다. / 자세히 보니 / 무언이의 신발에 / 사마귀가 알을 낳고 있다. / 사마귀 배에서 / 거품이 뽀글뽀글 / 쏟아져 나온다. / ‘엄마가 보면 버릴 텐데…/ 하필 여기서’./ 자리를 잘못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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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개’라는 시를 쓴 어린이가 직접 그린 그림. |
박선미 작가가 아이들과 함께 시 쓰기 수업을 한 학교는 위탁 아동을 위한 부산의 한 사립 초등학교다.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함께 살지 못하는 어린이 등을 더 잘 보살피고자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학교란 뜻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엄마’라고 시에 쓴 이는 대부분 수녀님이다. 그런 상황에서 느낀 감정도 솔직하게 시에 담으니, 시는 깊은 울림을 가지면서 읽는 사람 마음속으로 불쑥 들어선다.
그중 한 작품이다. 제목 ‘날 낳지 말지’. “오늘 난 수녀님께 / 말대꾸하며 대들었다.…‘아아, 짜증 나. 우리 엄마는 / 왜 나 버리고 도망가. / 진짜 힘들다’. / 난 이 말이 나를 더 슬프게 만들어서 / 하고 싶지 않은데 / 자꾸 하게 되니 / 마음 한구석이 아파 온다. / ‘진짜 나는 엄마랑 / 살아 보고 싶다’. / ‘엄마는 날 왜 낳았을까?’ / ‘나랑 살기 싫었나?’ / 그리고 눈물을 훔친다 / ‘그냥 낳지 말지’.” 아프다. 그러나 정성을 기울여, 진실하게 쓰는 시가 마음을 다독여줄 것이라 믿는다. 그게, 좋은 시의 힘이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