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10> 굿, 관계의 미학

신의 곁으로 떠난 ‘萬神’, 공동체 예술 본보기를 남기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11 19:03:30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무형문화재 배연신굿 보유자
- 무속인 김금화 선생 최근 타계

- 관객 참여·공유 공간 중시하고
- 비물질적 관계짓기 굿으로 실현
- 동시대 예술인은 귀감 삼아야

얼마 전 우리는 현대사의 질곡과 민중의 팍팍한 삶을 고스란히 껴안고 신과 인간의 매개자 역할에 충실했던 무속인이자 예술가 한 명을 잃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82호 서해안 배연신굿과 대동굿’ 보유자 김금화 만신(萬神)이 지난달 23일 88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 1월 27일 국립부산국악원에서 새해맞이 굿 공연을 하는 김금화(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만신. 국제신문 DB
만신은 여성 무속인을 높여 부르는 호칭이다. 김금화 만신은 17세(1948년)에 내림굿을 받고 1985년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됐다. 무속 의례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일찍 자각해 자신의 방대한 지식과 기예를 책으로(‘김금화 무가집’ 1995년·문음사) 냈고, 예술성을 인정받아 수많은 해외 초청 공연을 치렀다. 또한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진혼제, 김대중 전 대통령 진혼제, 세월호 희생자 진혼제 등을 주관해 개인과 사회의 아픔을 품고 나라만신이라 불렸다.

굿은 ‘기복(祈福)’과 ‘풀이’ 두 가지 기능이 있다. 기복은 복을 비는 것이고 풀이는 원한이나 살(煞)이라는 무의식 세계의 응어리를 춤, 노래, 사설, 공수 등 현실적 정화 작용으로 푼다. 굿은 심리적 안정과 균형을 갖게 해 삶을 보호하고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다. “무당은 됨됨이가 제일 중요합니다. 남의 덕을 잘 빌어 주려면, 내가 먼저 덕이 있어야 해요”라는 김금화 만신의 말에는 단절된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관계 짓기’로 단절을 해소하는 굿에서 진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담겼다.

   
1990년 태국 예술가 리크리트 티라바니자가 관객과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행위를 중심으로 미국 뉴욕에서 진행한 첫 개인전 모습. 이상헌 제공
20세기 말 동시대(컨템퍼러리) 예술을 기존 시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태국 출신 작가 리크리트 티라바니자는 1990년 첫 개인전 ‘무제(팟타이)’에서 관람객에게 무료 음식을 대접했는데, 물질적 형식의 작품이 아니라 참석자의 상호작용이 일시적으로 만드는 공동체 경험을 제공했다. 이런 형식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새로운 비평언어가 필요했다. 프랑스 큐레이터 니꼴라 부리오는 ‘관계의 미학’(1998년)에서 이 작가를 중요하게 다루면서, 동시대 예술의 특징은 단절된 소통 경로에 잠재한 교류 욕망을 끌어내는 ‘참여’와 관조에 짓눌린 작품이 ‘참여’로 되살아나 확산하는 ‘전이성’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참여’와 ‘전이성’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예술이 원래 지닌 속성이다. 우리 굿과 (민속)춤의 바탕에도 있다. 다만 그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다.

요즘 활기를 띠는 거리예술과 이머시브 공연은 관객 참여로 확산하는 작품의 의미와 공유 공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굿 형식은 여러 공연예술에서 차용하는데, 이제 형식 측면만이 아니라 굿과 ‘관계의 미학’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비물질적 ‘관계 짓기’에 눈을 돌려야 한다. 굿이 ‘관계’가 만드는 감성의 공유라면 집회, 시위, 놀이, 파티도 굿판이고 ‘관계’가 실현되는 장소다. 2016년 겨울, 100만 개 촛불이 광장을 채웠을 때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것은 거대한 굿판이고 ‘관계의 미학’을 실현한 예술행위였다. 무대는 무한하고 춤출 이유는 끝이 없다.

김금화 만신의 구술록에 이런 말이 있다. “성수거리 같은 걸 하면, 사실 돈 몇 푼이 고작인데, 그래도 다들 즐거워하니까 나도 기뻐요. (중략)그렇게 짧게는 2박3일, 길게는 3개월, 굿하고 울고 웃고 소리하고 그랬습니다.” 예술가(무당)는 만남을 제안하고 관객은 예술작품(굿) 고유의 시간 안에서 관계 짓고 일시적인 공동체를 형성한다. ‘초단절’ 시대에 절실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비물질적 관계가 만드는 공동체 경험이다.

   
동시대 예술을 이해하는 한 가지 준거인 ‘관계의 미학’이 굿에 이미 담겨있었다. 굿이 정체한 과거(전통)가 아니라 동시대 예술이라는 뜻이다. 김금화 만신의 타계로 우리 문화의 소중한 아카이브가 사라진 것은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동시대 예술의 역할을 짐작할 오래된 본보기를 찾게 됐다. 우리 춤에서 그 가치가 살아나야 한다. 김금화 만신의 굿 사설 한 구절을 새긴다. ‘에라 만세 놀구나요’.

춤 비평가·문화기획 이상 대표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현대사회 속 인간의 욕망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2. 2근교산&그너머 <1139> 김천 인현왕후길
  3. 3부산의 전통주 양조장 <3> 동래 제이케이크래프트
  4. 4“독도, 우리 땅이란 증거 있나” 부산대 교수 끝없는 막말
  5. 5[서상균 그림창] 님들! 여기도 와주셔, 힘들대…
  6. 6추석선물, 화과자·사케 대신 이색과일·견과류 어때요
  7. 7여성 안무가 3명 ‘몸으로 쓰는 詩’
  8. 8[호텔가] 해운대그랜드호텔 한식당 ‘비스트로한’ ‘아크 페일에일’ 론칭 外
  9. 9에어컨 실외기 그늘에만 둬도 전기 10% 아껴요
  10. 10“학장 부적절 언행으로 교내 구성원 모두가 수모”
  1. 1‘조국 딸 학위취소’ 국민청원 비공개 전환한 청와대… 삭제·비공개 조건 보니
  2. 2홍준표, 나경원 겨냥 "조국 못보내면 그만 내려와야"
  3. 3북한 방사능 “우라늄 공장 폐기물 서해 유입 가능성”
  4. 4靑 "기조 변화 없다"…'조국 여론' 주시하며 '정면돌파'할 듯
  5. 5의사협회, 조국 딸 의학논문 지도교수 윤리위원회 회부
  6. 6조국 딸 장학금 논란에 이어 ‘제1저자’논란...조국 측 “지도교수의 판단”
  7. 7이영훈의 반일 종족주의 공동 저자들, 서울지검에 모욕 혐의로 조국 고소···이리저리 치이는 조국
  8. 8공지영 "조국 지지…촛불 의미 포함된 이겨야 하는 싸움"
  9. 9여야, 내년 총선 부산 최대 승부처 북강서을 화력 집중
  10. 10조국 딸 장학금 준 교수, 올 초 부산대병원장 내정설 파다
  1. 1추석선물, 화과자·사케 대신 이색과일·견과류 어때요
  2. 2양키캔들 50주년 ‘인기상품’ 한정판 재출시
  3. 3프라페노와 만난 젤라또
  4. 4데이터·AI 고도화에 1조1000억, 바이오·미래車에 3조 투입
  5. 5한~일 뱃길 손님 급감에 부산항 면세점 최대 위기
  6. 6‘부산업체 제품 사주기’ 민관 힘 모은다
  7. 7부산공동어시장 노사, 1년 만에 임단협 타결
  8. 8부산항에 ‘5G 스마트 기술’ 심는다
  9. 9균형발전 정책 발굴할 전국 첫 네트워크 부산서 닻 올려
  10. 10부산 향토빵집 B&C도 백화점으로 쏙~
  1. 1이용마 기자 별세, 향년 50세… ‘MBC 해직·복직기자’ 복막암 투병
  2. 2북한 방사능 피해, 순천 우라늄 광산서 암환자 증가..."방호장비 없이 우라늄 채취"
  3. 3GTX B 노선 ‘사실상 통과’ 평가… 수혜지 기대감·투자열기도 덩달아
  4. 4'한강 사건' 피의자 장대호 신상공개 결정... 경찰 曰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 때문"
  5. 5장대호, 과거 인터넷에 올린 글 화제..."손님들 머리 꼭대기서 쥐고 흔들어야"
  6. 6‘향년 50세’ 이용마 기자 복막암으로 별세…복막암 증상 살펴보니
  7. 7광복동 먹자골목 풍경이 바뀐다…중구, 입식 매대로 시설 교체 추진
  8. 8공지영 SNS에 조국 지지 게시물 올려...괴벨스의 발언도 인용해
  9. 9조국 딸 고교생 시절 의학논문 ‘제1 저자’ 논란… 인턴 면접도 도마에
  10. 10조국 딸 장학금 교수, 올 초 부산대병원장 공모 때 내정설 파다
  1. 1꼴찌팀의 작은 위안…‘영건 듀오’(서준원·고승민)의 발견
  2. 2홀슈타인 킬 이재성, 독일 2부리그 주간 MVP
  3. 3벤투호, 내달 6일 조지아와 평가전
  4. 4졌지만 잘 싸웠다…랭킹 212위 이덕희, 세계 41위에 역전패
  5. 5부산 개최 ‘LPGA BMW 챔피언십’, 국내파 30명 출전·상금랭킹도 반영
  6. 6
  7. 7
  8. 8
  9. 9
  10. 10
우리은행
조봉권의 문화현장
역사·문화 측면에서 살펴본 한일 경제전쟁
정두환의 공연예술…한 뼘 더
부산시립청소년교향악단의 토크 오페라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책이 좋아 도서관서 살다 아예 책방 차렸죠
공공도서관 책 동네서점서 빌리는 ‘상생의 묘’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손규호
납량특집 좁은 방...김태영
새 책 [전체보기]
근린생활자(배지영 지음) 外
유괴의 날(정해연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책은 마음을 치유하는 상비약
‘디지털 중독’서 벗어나는 방법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자작나무 Ⅱ - 황금자 作
소년 낚시 - 이석우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소년과 강아지 ‘보이’의 변치않는 우정 外
어린시절 소소하지만 특별한 기억들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송정바다에서 /박희진
뿌리 /신진경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취준생·세월호…우리가 ‘엑시트’에 끌린 이유
작가적 상상력이 흔든 ‘역사의 뿌리’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경계를 넘어, 소통을 찾아
역사 수정주의의 정체에 관하여
현장 톡·톡 [전체보기]
고 홍영철 원장 타계 3주년…‘부산영화 100년사’ 재조명 필요
음악으로 하나된 청춘들…젊은 열기 식을 줄 몰랐다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9년 8월 22일
묘수풀이 - 2019년 8월 21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義兵應兵
不驕不危
  • 2019 ATC 부산 성공기원 시민대회
  • 2019아시아 트레일즈 컨퍼런스
  • 사하관관사진공모전
  • 제5회 극지 해양 도서 독후감 공모전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