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칠고 과격하단 편견 깨트리고
- 봄날감성 가득 묻힌 펑크 내세워
- 하고 싶은 이야기 하겠다는 밴드
- 이탈리아 라디오차트 얼떨떨 5위
- 우주대스타의 출발 신호 아닌지
‘귀엽고 시끄러운 펑크 악동’이란 소개와 ‘소음발광’이란 팀명 때문에 닭볏머리를 뾰족하게 세우고 과격하게 날뛰는 전형적인 펑크밴드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 4일 발매된 소음발광(강동수-기타·보컬, 배지원-드럼, 안성현-기타, 오승빈-베이스)의 첫 번째 EP 앨범 ‘풋’에 담긴 5곡의 노래는 의외로 봄날같이 경쾌하고 따듯하며 간지러운 감성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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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소음발광’ 멤버들. 앞쪽 강동수(보컬), 뒤쪽 왼쪽부터 오승빈(베이스), 안성현(기타), 배지원(드럼). 소음발광 제공 |
곡을 만들고 기타와 보컬을 맡은 강동수에게 정말 펑크(PUNK) 밴드가 맞느냐고 물었더니 거칠고 과격한 것이 펑크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펑크라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비치보이스 같은 1960년대 선샤인팝과 1970년대 버즈콕스, 라몬스 같은 펑크를 버무려 귀엽고 시끄럽게 진솔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소음발광은 펑크밴드라고 했다.
고교 시절 음악을 들어 본 친구가 발광하는 소음 같다고 투덜댄 것이 팀명이 되었다. 소음발광은 ‘작은 음들이 빛을 발한다’는 의미도 있다. 현재 대학생인 강동수가 만든 노래를 들으면 그가 태어난 1994년 즈음 대한민국 인디 씬이 막 태동하기 시작하던 시절의 음악이 연상된다. 헤비메탈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을 듣던 중 우리나라의 첫 번째 인디앨범이라 꼽는 크라잉넛과 옐로우키친이 참여한 ‘아워네이션’ 앨범을 듣고 처음으로 음악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음발광은 어린 시절 열광했던 선배 뮤지션에게서 받은 영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한다. 앨범 타이틀인 ‘풋’ 역시 언니네 이발관의 첫 번째 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의 첫 번째 곡 ‘푸훗’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 시절의 음반이 지금의 기준으로 사운드나 연주에서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런 풋풋한 에너지를 소음발광의 앨범에서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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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범 표지 |
또 소음발광은 국제시장에 위치한 부산의 유서 깊은 중고음반가게 ‘먹통레코드’를 드나들며 오래된 음반들을 찾아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 취향이 완성되었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꼴로 먹통레코드를 찾는다고 한다. 어쩌자고 이 젊은 친구는 2019년에, 1995학번인 내가 까마득하게 흘려 보낸 지난 20대 시간과 흡사하게 살고 있는 걸까. 그리고 추억인 줄 알았던 먹통레코드가 아직 건재하다니….
첫 앨범이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반응이 어떠냐고 물으니, 느껴지는 반응은 딱히 없지만 멀리 이탈리아의 인터넷 라디오 ‘Bang Bang Radio. it’의 ‘BANG BANG CHART’에서 5위에 오른 게 신기하기도 하고, 영문을 모르겠다고 했다. 짐작건대 이탈리아 역시 반도국가다 보니 통하는 게 있었을지도 모른다. 소음발광은 지난 15일 부산대학교 앞 ‘가갸거겨’라는 펍에서 EP 발매 기념회를 가졌다.
첫 번째 앨범이 나왔고 첫 단독공연인 만큼 욕심이 날 법도 한데, 15명 한정 소규모 공연으로 진행했다. 동료 밴드와 지인이 모두 모여 떠들썩하게 자축하기보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소음발광의 음악을 아끼는 소수정예의 팬과 함께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쇼케이스’ 대신 ‘기념회’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여름엔 새로운 싱글, 내년 연말 즈음엔 정규앨범을 낼 계획이다.
소음발광이 어떤 밴드가 되길 바라는지 묻자, 유명해지거나 록스타가 되겠다거나 하는 거창한 목표는 없고(물론 멤버들이 모두 동의한 건 아니다) 지금처럼 유명해지지 않더라도 오래오래 꾸준히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소음발광의 첫 번째 EP ‘풋’을 반복해 듣다 보면 이러다 유명해져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자꾸만 든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