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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26> 섬진강 벚굴

벚꽃 흐드러질 때 섬진강 물속엔 벚굴이 만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26 18:50:30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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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끗한 강에서 서식하는 민물 굴
- 봄꽃 필 때 제철이라 이름도 벚굴

- 일반 굴보다 연하고 비린내 덜해
- 부드러우면서 탱탱하고 달콤짭짤
- 초장 찍어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 석쇠에 구워 먹으면 담백함 폭발
- 쪄서 먹고 달걀 입혀 튀겨 먹기도

이즈음, 성큼성큼 다가오는 봄의 행보가 바지런하다. 안도현 시인의 시 ‘순서’를 빌리지 않더라도, 앞마당에 매화가 피고, 마을회관 앞에는 산수유가, 우물가에는 앵두가 피더니, 재 너머에는 사과나무가 꽃을 피우고…. 봄이 걸음하며 제 손길 스친 곳마다 어김없이 조랑조랑 꽃망울을 맺고, 화사한 봄꽃들이 솜사탕처럼 벙근다. 섬진강 변에도 어김없이 봄이 한창이다. 매화가 흐드러지자 산수유 노란 꽃망울이 터지고 이윽고 벚꽃 또한 숨 가쁘게 자지러진다. 섬진강에는 이들 봄꽃 이외에도 봄을 알리는 전령이 또 하나 있다. 봄이면 물속에서 마치 벚꽃처럼 하얗게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는 ‘벚굴’이 그것이다.
   
봄이 찾아와 벚꽃이 폭죽처럼 터지기 시작한 하동 섬진강변. 봄의 섬진강 하구는 봄 전령을 또 하나 품고 있으니 바로 벚굴이다. 하동군청 제공
■ 광양 망덕포구·하동 신방포구

벚굴은 바다와 섬진강이 만나는 기수지역 깨끗한 물속에서 서식하는 민물 굴로, 바다가 아닌 강에서 자란다고 ‘강굴’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다 굴과는 그 크기나 맛, 서식 생태 등 여러 가지가 다른 놈이다.

   
갓 채취한 섬진강 벚굴. 하동군청 제공
일반 굴이 겨울이 제철인 데 반하여 벚굴은 벚꽃이 만개하는 봄철이 제철이다. 2월 중순에서 4월 말까지가 제철인데, 산란을 앞둔 3, 4월이 영양가가 높고 맛도 좋다. 이 때문에 매화와 벚꽃이 피는 시기에 섬진강 하구의 몇몇 마을에서 이 벚굴을 본격적으로 채취한다. 벚꽃이 한창일 때 채취하기에 ‘벚굴’이란 이름 또한 시기적으로도 절묘하다. 전남 광양시 진월면 망덕포구와 강 건너 하동군 고전면 전도리 신방포구가 주 생산지이다.

그리고 보니 섬진강은 굴과 예사롭지 않은 인연을 지니고 있다. 벚굴이라는 독특한 민물 굴이 생산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로 굴 양식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조선조 ‘태종실록’에는 광양만 일대 섬진강 하구에서 굴을 양식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벚굴은 한때 전국의 큰 강 하구에서는 쉬 볼 수 있었던 민물 굴이다. 금강 하구나 한강 하구 또한 유명했던 벚굴 자생지였다. 이제는 강의 오염과 하구언 개발 등 그 환경이 열악해짐에 따라, 하구의 생태가 건강한 섬진강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존재가 되었다.

■ ‘머구리’ 잠수부가 직접 채취

   
벚굴을 까 손에 올려보니 손바닥이 다 가려진다.
일반적으로 굴은 부화와 함께 바다 위를 떠다니는 유생 시절을 보내다 적당한 장소가 있으면 정착해 한곳에서 그 생을 보낸다. 주로 바위에 붙어살기에 ‘바위에 핀 꽃’이라 하여 ‘석화(石花)’라 불리기도 한다.

벚굴 또한 섬진강 물속 바위에 붙어 군락을 이루며 서식하는데, 물속에서 보면 벚굴이 먹이 활동을 위해 패각을 벌린 모습이 마치 ‘하얗게 만개한 벚꽃처럼 아름답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물속 바위에서 벚꽃처럼 환하게 난분분한 벚굴은 그야말로 ‘물속 장관’이라 할 수 있겠다.

“벚굴은 수심 2~5m 섬진강 물속에 서식하기에, ‘머구리’라 부르는 전문 잠수부가 산소 호스에 의지하여 직접 손으로 채취를 합니다. 그만큼 채취가 어렵고 귀한 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때에 맞춰 한 달에 보통 10일에서 15일가량 작업을 하는데, 한 사람이 하루 평균 4, 5시간 물에 들어가 300∼400㎏의 벚굴을 채취합니다.” 하동 목압서사의 조해훈 시인이 한 설명이다.

성장 속도가 빨라 3년 정도면 20~30㎝ 크기로 자라는데, 그 크기가 일반 굴의 열배 이상인 ‘대형 종’으로 자란 놈은 팔뚝만 한 것도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뒤섞이는 곳이라 그 맛이 짭짤하면서도 달큼해 풍미가 예사롭지가 않다. 일반 굴보다는 맛이 연하고 덜 짜기에 굴의 진한 맛과 굴 비린내를 싫어하는 이들도 좋아한다.

■ 넉넉·탱탱·짭조름·달큼·부드러움

   
석쇠에 구운 벚굴 또한 별미다.
벚굴은 봄꽃이 피는 시기와 서로 맞아떨어져, 섬진강 주변으로 꽃놀이 온 상춘객에게는 더없는 봄철 별미로 손꼽힌다. 그러하기에 봄꽃 축제 때 이 지역의 별미로 큰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섬진강 변의 광양 매화축제나 하동 벚꽃축제에서 지역 대표 먹거리 가운데 제일 앞에 서는 것이 벚굴인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 벚굴을 처음 대한 것은 15년 전 굴을 전문으로 파는 단골 포장마차에서였다. 오동통한 굴을 주문 즉시 직접 까서 한 접시씩 내놓던 곳인데, 일반 바다 석화보다 훨씬 커 그 크기에 압도당할 정도였다. 한입에 넣을 수 없어 몇 등분으로 나누어 먹는데도, 입에 꽉 차는 풍성함이 넉넉했다. 부드러우면서도 탱탱한 식감, 짭조름하면서도 달큼한 풍미 등이 서로 잘 어우러졌다. 고추냉이 소스와 회초장, 레몬즙과 새콤매콤한 타바스코 소스, 달짝지근 짭짤한 간장 소스에 새콤달콤한 무장아찌 소스 등 다양한 소스 또한 잘 어울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몇 접시를 비워냈던 첫맛의 기억이 선명하다.

얼마 전 문화판 후배들과 섬진강에서 공수한 벚굴로 자리를 만든 적이 있었다. 목공예 하는 후배의 작업장 마당에 모닥불을 피우고, 큼지막한 석쇠에 구두짝만한 벚굴을 가득 올리고 둘러앉았다. 벚굴 껍질이 타닥타닥 튀어 오르고 곧이어 ‘쩍~!’하고 벚굴이 입을 벌린다.

구수하면서 달콤한 굴 익는 냄새가 온통 가득하다. 뜨거운 벚굴을 한 개씩 들고 호호~ 불며 맛을 본다. 탱글탱글 잘 익은 굴이 한입 가득이다. 아~ 봄은 이렇게 입으로부터 시작해서 바야흐로 다가오는 것일까?

■ 섬진강 봄꽃나들이엔 벚굴!

   
벚굴 라면
이렇게 섬진강 벚굴을 날로 먹고, 구워 먹고, 김치에 얹어 먹고, 달걀과 함께 볶아 먹고, 라면에 함께 넣어 끓여 먹고… 이러구러 벚굴과 함께 기꺼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부터인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우리네 마음속에도 이미, 봄이 깊숙이 들어앉아 버렸음이다.

벚굴은 초장에 찍어 날로 먹기도 하지만 구워서 먹으면 그 담백함이 남다르다. 쪄서도, 튀겨서도 먹고, 달걀을 입혀서 굴전으로 부쳐 먹기도 한다. 벚굴 마을에서는 봄철 영양식 삼아 죽으로도 끓여 먹는다.

   
단백질과 무기질, 각종 비타민과 아미노산 등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도 유효하고, 강장에 좋은 아연을 일반 굴보다 3배 이상으로 많이 함유하고 있어 마을 주민들은 ‘강 속의 보약’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이런 저런 이유에서라도 섬진강 봄꽃 나들이에는 꼭 한 번 먹어야 할 지역 음식 중 하나가 벚굴이다.

시인·음식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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